신임경찰관이 본 주취소란의 현실
신임경찰관이 본 주취소란의 현실
  • 승인 2015.06.25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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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연진
대구 북부경찰서 복현지구대 순경
나는 신임경찰관이다. 지난 4월 24일 순경으로 임용돼 현재 대구 북부경찰서 복현지구대에서 실습을 받으며 각종 사건을 몸소 체험 중이다.

경찰이 되기 전 언론을 접하면서 나도 여느 일반인들처럼 경찰이 하는 일은 살인, 강도, 강간 등 강력범죄 범인들을 잡는 것으로만 생각했었고, 그러한 모습의 나를 상상했었다.

하지만 막상 지구대에서 근무해 보니 주취자들이 지구대에 와서 행패·소란을 부리는 것이 대다수로, 폭력, 교통사고 등 각종 사건사고를 술에 취해 일으키는 경우가 많았다.

한번은 같이 근무하는 선배가 “경찰 부서 중 지구대(파출소)를 가장 기피한다”는 말에 이유를 여쭤본 적이 있는데, 선배는 고민도 없이 주취자들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지역경찰은 강력범죄 예방·검거보다 주취자 소란·난동행위 대응을 더 힘들어 하고 그로 인한 부상이나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해 근무의욕이 저하되고 있는 실정이다.

주취자들은 범죄자가 아니기 때문에 강력하게 대응할 수 없는 게 현실이고 그들이 경찰관에게 욕을 하고 폭력을 행사해도 경찰은 그저 듣고 맞을 수밖에 없다.

안타깝게도 그것이 신임경찰로서 내가 본 공권력의 한계였다. 그들이 경찰을 붙잡고 난동 부리고 있는 동안에 그들의 가족이 경찰이 필요한 상황에 처해있다고 생각한다면 그렇게 경찰을 괴롭힐 수 있을까?

하루 중 오후 11시부터 오전 5시까지가 범죄발생이 가장 높은 시간대인데, 주취자 소란·난동사건 발생이 가장 높은 것도 역시 같은 시간대다.

한마디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가장 취약한 시간에 경찰은 주취자 처리 때문에 정작 필요한 곳에 경찰력이 투입되지 못하는 치안부재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처럼 선량한 시민들에게 피해가 전가되는 점을 감안할 때 주취소란은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이와 관련 경찰에서는 ‘비정상의 정상화’ 방안으로 경범죄처벌법 제3조 3항에 따라 6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구류, 과료에 처하도록 하고 있는데, 관공서 주취소란이 2013년 5월 22일 신설된 이래 대구에서 이 법으로 처벌된 사람이 2013년에는 248명, 2014년에는 122명으로 51%의 감소율을 보이는 통계수치가 나왔다.

무관용의 원칙에 따라 신설된 법이지만, 실제 현장에 출동하여 보면 주취자들에게 법의 잣대를 들이대기보다는 난동부리는 주취자를 보호하고 어르고 달래 집으로 돌려보내는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저런 통계수치만을 놓고 주취자 소란·난동 행위가 줄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현재 이러한 문제에 직면하게 된 원인은 “술을 마셨으니 괜찮아, 술 먹고 그런 실수는 괜찮아”라는 관대한 우리나라의 잘못된 음주문화도 한몫을 하고 있다.

이런 인식이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또한 경찰도 경찰력을 낭비하고 선량한 시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주취자들에게 강력하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미국은 지정된 공공장소에서 음주행위를 하면 500~1천 달러의 벌금을 부과하고 주취 해소 시까지 보호조치를 할 수 있으며, 프랑스는 공공장소에서 현저한 주취상태로 있는 것만으로도 구인이 가능하며 최고 1천프랑(약 119만원)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런 선진국처럼 공권력을 한층 강화 시켜준다면 주취소란 행위는 줄어들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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