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하공원 벤치에서
소리를 잃은 거뭇한 소년을 본다
이미 굳어진 목구멍을 들여다보며 촉촉한 발성을 꿈꾸었을
하얀 어머니를 향해
말로는 다할 수 없는 살가운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바람에 흔들리는 머리카락 한 올에도
어떤 의미가 있는지
눈을 뗄 수 없는 깊은 이야기
꼭 전해야 하는 밀서처럼 은밀한 손짓으로 사연이 깊다
허공을 쥐었다 놓으면
무엇인들 적나라하지 않으랴 만은
저 母子
허공 속의 허공을 휘휘 내저어 건져낸다
누구라도 통하는
어떤 소리도 굴절되어 들리지 않는
깨끗한 언어
수화!手話!
나비는 침묵하지 않는다
소리가 없을 뿐이다
▷▶장진명 2008년 ‘사람의 문학’ 등단. 시집 ‘흑두루미주점’. 현재, 한국문인협회 칠곡지부장.
<해설> 벙어리 소년이 나비로 오버랩 되어 의미 깊은 이야기들을 밀서로 전하는 살가운 말들. 허공에다 허공으로 대화는 어떤 굴절된 언어가 아니라 깨끗한 삶의 이야기들의 침묵을 흔들어 깨우는 나비. 날갯짓에 소리 없는 수화가 분주하다. -제왕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