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은 안되고 ‘광대’라야 된다니
‘달빛’은 안되고 ‘광대’라야 된다니
  • 승인 2015.12.14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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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2일 확장 개통하는 88고속도로의 새 이름을 놓고 논란을 빚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88고속도로의 명칭을 ‘광대고속도로’(광주∼대구 간 고속도로)로 변경한 것이다. 대구와 광주가 영호남 화합 차원에서 ‘달빛고속도로’로 명칭을 변경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손톱도 들어가지 않았다.

국토부의 주장은 이렇다. 도로명은 시점과 종점(서쪽에서 동쪽, 북쪽에서 남쪽) 지역 이름을 따른다는 기준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손톱밑 가시의 대표적인 사례다. 영호남을 대변하는 대구와 광주 지역민의 염원을 무시한 불통 행정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광대고속도로’는 우스꽝스러운 이름이 아니라 양 지역을 모욕하려는 저의가 깔린 치욕적인 이름이다. 그럴 바에야 원래 사용했던 88고속도로가 낫다는 것이 지역정서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국토부 측은 서울의 88올림픽대로와 헷갈린다고 했다고 한다. 소가 웃을 일이다. ‘88고속도로’와 ‘88올림픽대로’의 어디가 유사한가? 더구나 지역적으로 도저히 혼돈설을 내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유아독존적 발상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수도권 중심의 사고방식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대목이다.

국토부의 횡포에 한글문화연대가 나섰다. 한글문화연대는 “사람들은 ‘오 색다른데, 멋진데. 그런데 왜 달빛이야’라고 물을 것이며, 달구벌과 빛고을이라는 사라져 가는 우리 지명을 기억할 것이다”며 “88, 광대, 대광보다 달빛고속도로가 훨씬 21세기에 어울린다”고 주장했다. 또 “88고속도로 새 이름을 짓는 일에 원칙이나 규정만을 따지지 말고 우리 말로 지은 옛 지명인 달구벌과 빛고을을 살려 쓰는 일에 앞장서 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국어기본법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변화하는 언어 사용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국민의 국어 능력 향상, 지역어 보전 등 국어 발전과 보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을 언급하며 국가 책무를 강조해 주목받고 있다.

최광교 대구시의원도 ‘달빛동맹 민관협력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고, 시민단체와 보조를 맞춰 국토교통부에 재고를 요구하기로 했다.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 국회의원에게도 협조를 요청할 방침이다. 달빛고속도로는 화합하고 동반 발전하는 시대 개막이라는 역사적 상징성을 담아 사회경제적 가치가 상상을 초월한다고 했다. 국민 화합이 필요한 시기에 국가적 화두를 제시한 것인데 중앙정부가 가치를 알아보지 못한데서야 말이 되는가. 국토부장관의 즉각적인 시정을 요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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