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버스 음료 반입’ 호통칠 일인가
‘시내버스 음료 반입’ 호통칠 일인가
  • 김지홍
  • 승인 2016.05.22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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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작년부터 금지

몰라서 들고 탄 승객에

반말·승차거부 일쑤

“제대로 홍보도 않고…”

시민들 불만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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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한 시내버스 출입문에 ‘음료수 반입 금지’ 스티커가 붙어있다.
“어이, 아가씨. 이거 안보여? 타지 마.”

지난 13일 오후 2시께 대구 중구 약령시 앞 버스정류장. 빨대가 꽂힌 테이크아웃 컵을 손에 들고 706번 시내버스에 탄 20대 여성에게 버스 기사가 반말로 이렇게 말했다. 동전을 넣는 박스에는 음료수 그림에 빨간색 금지 표시를 해둔 스티커가 붙어있었다.

당황한 이 여성은 “네?”라고 되물었다. 손에 든 컵에는 아직 절반도 채 마시지 못한 음료가 그대로 들어있었다. 버스 기사는 “이거 보라고. 그거(음료) 버리고 타든지 뒷차(다음에 오는 버스) 타든지. 뒤에 사람 있으니까 저리 비켜”라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이 여성은 민망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인 채 버스에서 내렸다. 그러고 나서는 다음 버스를 기다리지 않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버스에 타고 있던 손님들은 “모르고 탈 수도 있지. (기사가) 저렇게까지 손님한테 무안을 주냐. 너무 심하다”고 혀를 내둘렀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테이크아웃컵을 들고 버스를 타려다가 승차 거부를 당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사람들은 버스 기사의 불친절함과 함께 대구시가 음료수 버스 반입 금지 정책을 제대로 홍보하지 않은 것을 두고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대구시는 지난해 6월부터 시내버스 음료수 반입 금지 방침을 정해 시행하고 있다. 대구시의 시내버스 운송약관 9조에 있는 ‘다른 손님에게 악취, 불편을 초래하는 물건을 들고 타면 안된다’는 규정을 근거로 내세웠다. 음료수를 버스 안에 쏟는 일이 가끔씩 일어나자 대구시는 이런 방침을 정했다.

하지만 대구시와 대구버스조합은 버스 요금함과 출입문 두 곳에만 음료수 반입 금지 스티커를 조그많게 붙여놨다. 버스정류장에는 아무런 안내 표지판이나 스티커가 없다. 때문에 가끔씩 버스를 타는 사람들이나 이를 깜빡 잊은 사람들이 이런 승차 거부를 당하고 있다.

김지훈(34·동구 각산동)씨는 “시내버스에 승객이 가득찬 것도 아니고 몇 명 없는데도 아예 음료수를 못 들고 타게 하는 것은 좀 현실에 맞지 않는 것 같다”며 “너무 일방적이여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을 무시하는 것 같아 기분이 나쁘다”고 말했다. 이지연(여·23·수성구 범물동)씨도 “버스 기사 입장에서 쏟으면 닦기 귀찮으니 시민들에게 아예 음료수를 들고 타지 말라고 하는 것 같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 버스운영과 관계자는 “일부 얌체 행위의 승객들로 민원이 생기자, 현재 버스조합과 함께 버스 기사들에게 버스에 음료를 들고 타지 말아줄 것을 시민들에게 알리도록 교육하고 있다”며 “전체 승객들을 위한 방침으로 모두가 협조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지홍기자 kjh@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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