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하며 3만원 넘을까 ‘두근두근’ 가성비 좋은 명절 선물 찾아 삼만리
식사하며 3만원 넘을까 ‘두근두근’ 가성비 좋은 명절 선물 찾아 삼만리
  • 정민지
  • 승인 2016.07.28 18:1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법 시행 후 풍경 예상도

접대 술자리·모임 등 줄고

청렴문화 확산 긍정 효과도
헌법재판소가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일명 ‘김영란법’을 28일 합헌 결정함에 따라 공직사회는 물론 우리사회 전반의 접대·선물 문화가 크게 바뀔 것으로 보인다.

조만간 시행령이 확정되면 식사와 선물, 경조사비 금액이 각각 3·5·10만원으로 제한돼 법 적용 대상인 공무원, 교직원, 언론인에 대한 ‘과잉 접대’는 줄어들 전망이다.

‘김영란법’은 공직사회의 청렴도를 높이고 한국 사회 특유의 허례허식 문화와 소비 거품을 제거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관련업계 침체, 소통 위축 등 부작용도 우려된다. 김영란법이 시행된 2016년 연말을 가정해 바뀐 사회 분위기를 예상해본다

◇모임, 갈까말까

대구지역 모 구청 A과장은 연말 모임을 앞두고 고민이 깊다. 매년 가는 고교 동문회부터 동기 모임, 부부동반 모임 등 빠지기 힘든 약속들이 줄줄이 잡혔기 때문이다.

지난 9월 28일 ‘김영란법’ 시행 이후 A과장은 업계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식사만 간단히 하며 몸을 사렸다. 김영란법 시행령에 따라 공무원은 직무 관련인으로부터 3만원 이상의 식사 대접을 받으면 안된다.

예전보다 신경써야 할 것도 많아졌다. 식사 장소를 정할 때부터 밥값이 얼마인지 먼저 확인한다. 번거롭지만 어쩔 수 없다.

일전에 친한 업계 사람 3명과 저녁식사를 한 뒤 이내 자신의 방심을 탓해야 했다. 식사비가 20만원 가량 나와 1인당 3만원을 넘었다. 하지만 차마 “더치페이 하자”고 말할 수 없어 A과장은 현금으로 계산한 후 마음 졸였다.

최근 다른 구청 공무원이 건설업계 사람들과 술을 마신 후 누군가의 신고로 술값의 3배에 해당하는 과태료를 냈다는 이야기를 들어 더 신경이 쓰인다. 얻어먹지도 사주지도 말자는 생각을 하지만 어딘가 씁쓸하다.

올해는 크고 작은 청탁 가능성이 있는 동문회는 가지 않고 동기모임과 부부동반 모임만 가기로 했다.

아내는 다음달에 있는 설 명절에 맞춰 5만원 이하 ‘괜찮은’ 선물을 찾느라 바쁘다.

◇접대 줄고 실속 늘어

공공기관 홍보업무를 담당하는 B과장은 최근 귀가시간이 빨라졌다. 예전에는 업무상 출입 기자들과 자주 어울려야 했다. 술잔을 기울이지 않는 날이 드물었다. 2차, 3차로 이어지는 술자리에 새벽에야 지쳐 집에 들어왔지만 요즘은 술자리 자체가 거의 없다. 아내는 ‘김영란법’ 적극 지지자가 됐다.

주말 ‘접대 골프’도 사라졌다. 그린피는 주말 기준으로 1인당 보통 20만 원을 웃돈다.

‘공직자 등은 명목에 관계없이 동일인으로부터 1회에 1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 등을 받거나 요구 또는 약속하면 안된다’는 규정에 어긋나는 것은 아니나 혹시 몰라서다. 골프모임에서 어울리는 이들이 변호사, 검사 등 잘 나가는 대학 동창이나 언론사 간부가 대부분이어서 ‘걸면 걸릴 수 있다’.

접대 술자리와 골프모임 등이 줄면서 B과장은 중·고등학생인 자녀들과 ‘본의 아니게’ 이야기할 시간이 많아졌다.

최근에는 1인당 1만원 내외의 영화, 문화공연 등으로 연말 모임을 대신하는 분위기가 확산됐다. 공연과 음식을 함께 즐길 수 있는 형태의 음식점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비싼 음식값으로 콧대가 높던 일부 유명 음식점들이 2만9천900원 특가 메뉴를 개발했지만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굳이 찾지 않는다. 그나마 생맥주집이나 소주집들은 희색이다. 40~50대들도 간단히 맥주 한잔 마시면서 밀린 이야기를 하는 연말 모임이 나쁘지 않다는 인식이 퍼지면서다.

정민지기자 jmj@idaegu.co.kr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