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미래 밝히는 ‘슈퍼 현미경’
인류 미래 밝히는 ‘슈퍼 현미경’
  • 승인 2016.09.29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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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4세대 방사광가속기

3세대보다 1억배 밝은 빛

물질의 구조·현상

분자 구조까지 규명

초정밀 기술의 집약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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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4세대 방사광가속기는 ‘초고성능 거대 현미경’이라고 할 수 있다. 방사광가속기는 빛의 속도에 가까운 초고속으로 가속한 전자에서 나온 밝은 빛으로 물질의 미세구조와 현상을 관찰하는 실험 장치다. 아주 작은 나노세계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관찰하기 위해서는 매우 밝고 파장이 짧은 빛이 필요한데, 이런 특별한 빛을 만들어 내는 것이 바로 방사광가속기다.

◇초정밀 기술의 집약체

시설의 크기뿐 아니라 정밀도도 엄청나다. 길이가 710m에 이르는 가속장치를 지나는 동안 전자의 궤도 정밀도는 2㎛(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 즉 사람 머리카락 굵기의 40분의 1 수준으로 관리된다.

길이가 780m인 구성장치의 정렬 오차는 50㎛로 사람 머리카락의 절반 수준이다.

◇초고속 전자빔 만들어 엑스레이 섬광 생성

이처럼 정밀하게 엑스레이 섬광을 만드는 과정은 전자빔을 생성하는 ‘전자총’에서 시작된다는 게 프로젝트를 이끈 고인수 포항 4세대 방사광가속기 구축사업단장의 설명이다.

강력한 자외선 레이저를 구리에 쬐면 아인슈타인의 ‘광전효과’(photoelectric effect)에 따라 구리 속 전자가 한 번에 약 10억개 튀어나온다. 이때 전자빔의 상하좌우 폭은 사람 머리카락의 약 3분의 1인 30㎛ 수준이며 길이는 0.6mm다. 이런 전자빔이 1초에 60차례 나온다. 다음 단계는 이런 전자빔의 길이를 대폭 압축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빔을 자석 여러 개에 걸쳐 통과시킨다. 자기장 속에서 휘면서 에너지가 높은 전자는 긴 거리를 돌고 에너지가 낮은 전자는 짧은 거리를 돌기 때문에 길이가 줄어들며, 그 결과 원래 0.6mm 수준이던 빔의 길이가 100분의 1인 6㎛로 줄어든다.

강렬한 엑스레이가 나오는 것은 다음 단계에서 이뤄진다. 엄청난 속도로 가속된 전자가 강한 영구자석이 내는 자기장 속에서 흔들리면서 햇빛의 100경(京)배에 이르는 밝은 빛을 낸다. 빔의 에너지는 10GeV (기가전자볼트), 나오는 엑스레이 영역 빛의 파장은 0.1∼0.6nm(나노미터·10억분의 1m)급이다.

◇3세대 가속기보다 1억배 밝은 빛

이번에 준공된 4세대 가속기는 기존 3세대 방사광 가속기보다 1억배로 밝은 빛을 내며, 펄스 폭은 1천분의 1에 해당한다. 물질의 구조와 현상을 분자 구조까지 규명할 수 있는 수준의 성능이다.

3세대 가속기는 모든 위상의 빛이 섞여 있는 백색광을 내지만, 4세대 가속기는 ‘결이 맞는’(coherent) 빛이 나온다. 이 때문에 3세대 가속기는 구조를 살피려는 물질의 결정을 만들어 와야 하지만 4세대 가속기는 시료가 결정이 아니어도 된다. 3세대가 정지된 구조를 보는 현미경이라면, 4세대는 움직임까지 관찰할 수 있다는 것이 고 단장의 설명이다.

◇바이오·항암신약 개발 등 과학연구 핵심 인프라

이 시설은 매우 다양한 분야의 과학 연구에 쓰일 수 있는 핵심 인프라다. 바이오·신약 분야에서는 전에 볼 수 없었던 살아 있는 세포와 질병 단백질의 구조를 정확하게 분석해 맞춤형 신약을 개발하는 데 쓰일 수 있다. 초고속 화학반응이어서 분석이 어려웠던 광합성 현상 등을 실시간으로 관찰해 ‘인공광합성’ 연구에 응용될 가능성도 있다.

배태민 미래창조과학부 거대공공연구정책관은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연구를 과거의 ‘빠른 추적자’(fast follower)에서 혁신적 선도자(front-runner)로 전환하는 데 강력한 도구를 갖게 됐다”고 평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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