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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섞인 진실과 거짓

기사전송 2017-09-07, 21: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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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억을 의심하라
소설 원작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
알츠하이머 걸린 연쇄살인범
기억 더듬으며 살인범 쫓아
설경구 치매환자 명연기 일품
소설과 다른 전개·결말 ‘호평’
추리극 특유의 긴장감 돋보여
영화-살인자의기억법스틸컷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스틸 컷.


병수(설경구)는 연쇄살인범이다. 어린 시절 술에 취해 어머니와 누나를 때린 아버지를 죽이면서 병수의 살인은 시작된다. 병수는 아버지를 살해한 후 ‘세상에는 꼭 필요한 살인이 있다’는 것을 느낀다. 이후 자신만의 ‘논리’로 동네 사람들을 죽이기 시작한다.

17년 전. 대나무 숲에서 한 여인을 죽인 병수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교통사고를 당한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집으로 돌아온 병수는 딸 은희를 보며 어떠한 이유로 살인을 그만둔다.

세월이 흘러 50대에 접어든 병수는 작은 ‘동물병원’을 운영하며 살고 있다. 일상적인 생활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병수는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환자다. 은희가 수시로 옆에서 병수를 돕지만 병세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병수와 은희가 평소와 같은 하루를 보내던 때, 지역에선 여성을 상대로한 연쇄살인범이 발생한다. 그러던 어느날 집으로 돌아오던 병수는 짙은 안개 탓에 앞에 있는 차량을 발견하지 못하고 들이박고 만다. 병수는 차에서 내려 앞차를 향해 가던 도중 충격으로 트렁크가 열린 앞차에서 피가 쏟아지는 것을 발견한다. 앞차의 주인 태주(김남길)는 어딘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태주의 수상한 모습에 병수는 최근 일어난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이 태주임을 단 번에 알아차린다. 살인자는 살인자를 알아본다는 것. 병수는 은희가 사준 녹음기에 태주의 차량 번호를 녹음한다. 그날밤 병수는 익명으로 태주가 범인이라며 경찰에 신고한다. 그러나 태주는 시 경찰서에서 근무하고 있는 순경. 이 때문에 사건은 진전이 없다.

병수는 은희가 신청해준 ‘문화강좌’에 다녀오는 길에 시내에서 웬 남성과 팔짱을 끼고 걸어가던 은희를 발견한다. 차를 세우고 본 남성은 태주, 그러나 병수는 심해진 치매 탓에 태주를 알아보지 못한다. 집에 도착해서야 뒤늦게 태주의 정체를 알아차린 병수는 그날밤 태주를 죽이기 위해 나선다. 하지만 치매로 또다시 기억을 잃고 만다.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떠보니 은희와 태주가 결혼을 하겠다며 집에 와 있다. 병수는 은희를 지키기 위해 오랜 시간 알고 지낸 안소장(오달수)에게 접촉사고 당시 채취한 피 묻은 거즈를 건네며 도움을 청하지만 돌아온 결과는 사람의 피가 아닌 ‘노루 피’. 모든 게 뜻대로 풀리지 않자 병수는 병으로 인한 자신의 ‘망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한다. 병수는 은희를 위해 태주를 죽이려 하지만, 태주 또한 만만치 않다. 병수의 병을 이용해 완전범죄를 꾸미고, 은희까지 죽이려 한다.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은 김영하 작가의 동명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원신연 감독의 작품이다. 원작에서 기억을 잃어가는 병수의 의식에 초점을 두고 있다면, 영화는 병수와 태주가 펼치는 신경전으로 극을 팽팽하게 만든다. 살인을 저지르며 쾌감을 느끼는 원작의 병수와 달리 영화에서는 딸인 은희를 위해 위험을 무릎쓰는 부성애를 보이고 있다. 소시오패스와 같은 단순 살인마가 아닌 아버지로서 딸을 지키려 하는 요소들이 영화의 흐름에 적절히 스며들면서 긴박한 상황의 줄다리기가 이어진다. 문제는 원작을 읽었던 관객과 그렇지 않은 관객들의 평이 극명한 대조를 이룰 수 있다는 것. 하지만 다행히도 ‘설경구’라는 흥행보증 수표와 함께 재탄생됐으니 어느 정도는 기대해 볼만 하다.

‘알츠하이머’는 치매를 일으키는 뇌질환으로 기억력을 포함한 인지기능의 악화가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병이다. 사실 이 같은 소재는 흔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신선하다고는 할 수 없다. 원신연 감독은 이 설정에 병수의 내레이션을 곁들여 관객의 이해를 돕는 ‘센스’를 보였다. 이 때문에 병수의 기억과 태주와 벌이는 신경전은 더욱 빛을 발한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이 있다면 뇌리에 박힌 ‘아이돌 그룹’ 설현의 이미지를 떨쳐버릴 수 없다는 점이다.

윤주민기자 yjm@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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