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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음악.미술

국악밴드 ‘나릿’ 첫 창작국악극 ‘박태준의 동무’ 공연 뒷이야기

기사전송 2017-11-07, 21:4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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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도 추함도, 있는 그대로 전달하고 싶었다”
작곡가 박태준 인생 주제 선정
징용 선동곡 제작 과감히 담아
일제치하 예술인 고뇌 드러내
균형감 있는 캐릭터 표현 호평
근대골목투어 코스 활용 공연
소리·해금·피리·태평소 사용
현대인과 소통하는 국악 목표
옛것·현세대 다리 역할하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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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준의 음악과 삶을 다룬 창작국악극 ‘박태준의 동무’가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꿈꾸는 시어터에서 열렸다.


‘역사의 흔적은 아픔으로 점철되지만 이제는 모든 걸 내려놓고 함께 가자’라는 ‘동무’라는 합창곡이 끝나자 소리꾼 김수경과 작곡가 박태준이 무대에 등장한다. 박태준이 책상에 앉아 악보를 긁적이자 소리꾼 김수경이 박태준에게 “‘왜 일본을 찬양하고 우리 동무들의 강제 징용을 선동하는 ’지원병 장행가‘라는 곡을 썼나요?”라며 준엄하게 꾸짖는다. 그러자 박태준이 괴로운 듯 “미래를 위한 일보후퇴도 나에게는 방법인 것 같아”라며 “어쩔 수 없었다”고 심경을 토로한다.

창작국악극 ‘박태준의 동무’가 박태준의 친일 행위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되자 일순간 객석에 침묵이 감돌았다. ‘대구의 자랑이었던 작곡가 박태준이 친일 행위를 했다니’. 위대한 작곡가에만 포커스가 맞춰졌던 그동안의 박태준 관련 콘텐츠와 전혀 다른 전개에 적잖이 객석이 적잖이 당황하는 기색이었다. 그의 친일행위를 처음 접하는 이들이 대다수였다.

‘지원병 장행가’는 춘원 이광수가 쓴 한국청년들이 천황폐하의 명을 받아서 지원하라는 가사에 박태준이 일본의 요나누키 장음계와 2박자로 작곡한 곡이다.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꿈꾸는 씨어터에서 공연한 창작국악극 ‘박태준의 동무’는 국악밴드 ‘나릿’ 작품이다. 2017 대구문화재단 문화예술인가치확산사업’ 선정작으로 나릿이 제작해 무대에 올랐다.

사실‘박태준의 동무’는 국악밴드 나릿의 첫 창작국악극 도전작이다. ‘나릿’은 그동안 대구근대골목에 얽힌 소재들을 창작국악곡으로 만들어 대구근대골목투어 코스에서 공연하며 주목 받아 왔다. 하지만 공연을 할수록 극음악에 대한 갈증이 커져갔고, 근대 콘텐츠를 극의 형식으로 제대로 담아내고 싶은 열망을 키워왔다. 그 결실이 창작국악극 ‘박태준의 동무’다.

그들의 도전에 관객들은 “박태준의 ‘지원병 장행가’를 알게 되고 일제강점기 예술인들의 고뇌도 엿보는 기회여서 좋았다”는 호평으로 반응했다.

‘박태준의 동무’가 ‘2017 대구문화재단 문화예술인가치확산사업’에 선정될 당시만 해도 ‘나릿’의 대표인 김수경(33) 또한 존경받는 박태준의 화려함에만 마음이 쏠렸었다. 하지만 반전은 의외의 공간에서 찾아왔다.

“박태준의 음악과 삶을 주제로 한 우리 작품이 선정됐다는 소식을 듣고 SNS에 자랑을 했죠. 그때 누군가 ‘박태준의 ‘지원병 장행가’를 알고 있느냐’고 물었어요. 그의 친일행위를 알고부터 몇 날 밤을 잠을 설치며 고민을 했야 했어요.”

‘지원병 장행가’로부터 시작된 고뇌는 예술감독을 맡은 정철원과 시나리오와 작곡을 맡은 윤정인을 만나면서 본격화됐다. 이들은 위대한 작곡가 박태준과 친일행위의 당사자인 박태준을 균형감있게 녹여내야 한다는 것으로 결론을 내리고, 아름다운 것은 아름다운 대로, 추한 것은 추한 데로 드러내는데 방점을 찍었다. 역사와 사람을 제대로 조명하는 것이야말로 같은 과오를 반복하지 않는 길이라는 생각에서 내린 결론이었다.

“‘박태준이 작곡한 수 백 장의 아름다운 악보가 가지는 무게와 민족의 서러움이 서린 한 장의 악보가 가지는 무게는 어떤 기준의 저울로 달아야 옳은 것일까? 기준이나 저울이 필요하기는 한 것일까?’를 고민했죠. 그러면서 박태준의 명암을 균형감 있게 잡아 나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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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밴드 ‘나릿’은 “대구뿐만 아니라 전국, 더 나아가 세계 곳곳의 골목을 국악음악으로 풀어내며 한국의 소리와 문화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나릿은 국악밴드다. 소리 김수경, 해금 남영주, 피리·태평소·생황 서민기가 의기투합해 현대인과 소통하는 국악을 목표로 창단했다. 이번 ‘박태준의 동무’ 역시 국악적인 요소가 짙게 배어있다. 서양악기와 전통국악기이 함께 반주를 하고, 민족적인 정서를 극 전반에 깔았다.

“반드시 예스러워야 국악인 것은 아니라고 봐요. 민족적인 정서를 현대인들의 청각코드로 녹여내면 그것 또한 예스러움이 아닐까 싶어요. 저희 나릿은 지금 이 시대의 ‘우리’ 음악을 조상들의 정서와 연결하는 것이야말로 젊은 국악인들이 할 역할이라고 보고 계속해서 그런 작업을 해 나가고 있습니다.”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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