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은 ‘호국 보훈의 달’
6월은 ‘호국 보훈의 달’
  • 승인 2013.06.14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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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종 시인
6월은 ‘호국 보훈의 달’이라지만 전혀 실감이 나지 않는다.

6월6일 오전 10시 현충일에 울리는 묵념의 사이렌조차 올해는 듣지 못했다. 해가 갈수록 현충일은 무의미한 일반 공휴일쯤으로 퇴색되어 가고 있다.

현충일에 우리 마을에서 조기를 단 집은 필자 집과, 마주보고 사는 개인택시기사 이사장 집이 고작이다.

평소 이사장님은 국가관이 투철한 분이겠지만, 현충일에 조기를 단 것은 필자 집 조기를 보고 놀란 듯이 조기를 단 것인지도 모르겠다.

뜨거운 여름에 고지에서 마실 물도 없이 목이 타들어 가면서도 쉬지 않고 방아쇠를 당기다가 적의 포화에 산화한 호국용사들의 극한상황이 안타깝게 뇌리에 떠오른다.

현충일에 조기를 다는 간단한 예의마저 잊고 사는 몰지각한 인사들을 위해, 아까운 젊음들이 산화했다.

거창하게 애국자가 되려고 애쓰지 말고, 현충일이면 조기를 꼭 게양하는 간단한 버릇부터 익혀 나가야 한다.

올해 현충일에 조기를 안 단 것은 일반 서민뿐 아니라 여·야 당 대표들도 자택에 조기를 달지 않은 것이, 신문기자가 자택을 방문하여 밀착 취재한 결과 밝혀졌다.

최고위직으로 국가의 최고 혜택을 받으면서도, 조국을 위해 장렬히 순국한 호국영령들에게 간단한 조기 다는 것조차 까먹고 산다니, 지도층의 애국심의 얕음에 새삼 놀랄 수 밖에 없고, 세상에 믿을 놈 없다는 말이 진리로 다가선다.

지위의 고하를 따질 것 없이 국가관이 뚜렷한 국민이 되어야 한다.

제1회 현충일은 필자가 중3 재학 때인 1956년 6월6일이었다. 1956년 1월 강원도 통천 고성 등 동부전선에 폭설이 내려, 영구막사도 준비 안 되어 야전천막생활하던 병사들이 폭설에 천막이 무너져 처참하게 떼죽음을 당했다.

제1회 현충일엔 폭설에 압사당한 무명용사들이 유골함에 담겨 무언의 귀향을 했다. 뒤에 알았지만 필자 외가쪽으로 질녀가 되는 이도, 폭설로 남편이 순국하여 한평생 가시밭 인생길을 가야 했다.

전쟁의 비극을 안 겪고 안심하고 살 수 있는 것은 그냥 된 것이 아니라, 자기 목숨을 아끼지 않고 전선을 든든히 지켜주는 국군장병들이 건재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청년시절부터 현충일을 남용하는 세력들을 경계하고 지탄했다. 가무 음주를 피해야 하는 현충일에 꼭 소풍을 가는 비국민적 종교집단도 건재한다.

필자는 지금부터 29년전에 현충일을 뜻깊게 보낼 수 있는 아이디어를 계발했다. 매년 현충일마다 문경시 점촌동 영신숲에서 백산전국여성백일장을 실시하여 현충일을 더욱 뜻 깊은 날로 만들어 왔다.

1985년 6월6일에 제1회 백산(白山) 여성백일장이 처음 실시되었고, 올해(2013년)은 제29회 백산여성백일장을 치렀다. 맑은 머리로 차분하게 마음을 가다듬어 현충일의 뜻을 더욱 격조 높게 새겨보는 것이다. 백일장을 하다 보니 가무음주도 없고, 국가와 국민의 도리를 조용히 돌아보게 된다.

필자는 현충일에 백산여성백일장을 통해 여성의 정서를 순화하고, 현충일을 더욱 경건하게 보내는 방법을 터득케 했다.

해마다 6월6일에 실시되는 백산여성백일장을 기다리며 사는 여성문학도도 엄청 많다. 백일장 주제도 호국 현충일을 출제하여 시심과 애국심을 자연스럽게 접합시키고 있다.

사랑할 줄 모르는 자는 사람이 아니요, 국가를 사랑할 줄 모르는 자는 국민이 아니다.

오늘을 내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것은 나를 위해, 국가를 위해 돌아가신 영령이 있기 때문이다. 국가안보의 중요성을 모르는 국민은 전쟁의 위험 앞에 노출되어 있는 취약한 분자다.

해마다 6월이 오면 현충일에 꼭 조기를 달고, 6.25기념일에는 기념식에 꼭 참석하여 ‘아, 아, 잊으랴 어찌 우리 이날을....’하는 6.25노래도 목청껏 불러보자.

애국시민들이여, 우리 모두 다시 한번 호국영령의 명복을 진심으로 비는 6월이 되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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