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송전탑과 원전 비리의 비극 또는 패러독스
밀양 송전탑과 원전 비리의 비극 또는 패러독스
  • 승인 2013.06.14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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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두 대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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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로 인해 올 여름은 더위가 일찍 찾아 올 것이고 더 더울 것이라고 한다. 정부는 이러한 더위에 전력 수급이 차질 없도록 원전을 추가 건설하고, 송전선로를 확장할 것이라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밀양 송전탑 문제가 다시 불거졌고, 원전에 불량부품을 납품한 엄청난 비리가 터졌다. 정부는 이에 대한 대책을 찾기 위해 무척 고심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정말 이러한 문제의 본질은 무엇인가 ?

사실 밀양 송전탑 건설을 둘러싼 정부와 지역주민 간 갈등은 우리 사회 비극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밀양 송전탑 문제는 2008년 공사가 시작된 이래 주민들의 반대로 10여 차례나 중단될 정도로 심각했다. 한전은 신고리 3호기에서 생산된 전력을 수송하기 위해 765kV 초고압 송전선로 건설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역주민들은 전자파에 의한 인체나 가축의 피해, 그리고 땅값 하락, 주민 유출 등을 우려했다. 대부분 노인들만 남은 농촌 마을의 반대는 주민이 분신으로 목숨을 끊을 정도로 처절했다.

그럼에도 한전은 지난 5월 지역주민들의 희생을 강요하면서, 공사를 재개하고자 했다. 공사를 저지하는 주민들에게 10억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하고, 공사방해금지 가처분을 신청하여 1인당 매일 1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고자 했다. 그러나 주민들의 반대는 더욱 격렬해 졌고, 전국적으로 여론의 주목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한전은 아랍에미레이트(UAE)로 원전을 수주할 때 신고리 3호기를 모델로 했기 때문에 송전탑 건설이 불가피하다는 속내를 드러내어 비난을 받았다.

밀양 송전탑 공사가 사회적 지탄을 받으면서 문제 검토를 위한 전문가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하고 일단 중단되자, 이어서 원전 비리 사건이 터졌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원전 건설에 불량 부품을 납품하고 시험 성적서까지 위조한 것이다. 밀양 송전선로와 연결되는 신고리 3호기도 불량 케이블을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원전의 제어 케이블 시험성적서를 위조한 민간 시험기관이 원전의 내진 검증도 맡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원전이 안전하다고 느끼겠는가?

대통령이 시험성적까지 위조해 불량부품을 납품한 업체와 한수원(한국수력원자력)은 결코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무총리는 ‘원전 비리와의 전쟁’이라는 표현을 써가면서 원전 비리 재발방지대책을 내놓았다. 검찰은 고질적인 ‘원전 마피아’의 공생과 유착 관계를 전면 수사하겠다고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한수원이 원전 운영을 독점하고, 시험 검증기관이나 규제기관이 한수원에 종속되어 있는 상황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를 가진다.

이러한 밀양 송전탑 문제와 원전 비리의 비극을 해결하기 위해 문제의 본질을 파악해야 한다. 밀양 송전탑 문제는 결국 원전을 통해 전력을 대량 생산하여 원거리 수송을 하고자 하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한전 측이 초고압 송전선로를 고집하는 이유는 임해지역에 생산된 전력을 원거리 수도권으로 수송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전력 생산과 소비는 지역적으로 매우 불균등하여, 인천을 제외한 우리나라 대부분 대도시들(서울 3%, 대구 1.3% 등)은 전력의 자급률이 매우 낮다. 앞으로 밀양 송전탑과 같은 원거리 전력 수송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려면, 중소규모 지역분산형 전력수급시스템의 구축이 필수적이다.

대규모 원전에 의존한 전력 생산은 이러한 지역분산형 시스템의 구축에 역행한다. 뿐만 아니라 원전 자체는 기술적으로 아무리 완벽하다고 할지라도 결코 안전할 수 없다. 왜냐하면 원전 기술의 개발과 통제는 사람이 하기 때문이다. 그 동안 원전의 안전성을 그렇게 강변해 온 정부가 “원전 비리는 오래 전부터 누적된 것이 이제야 드러난 것”임을 자인했다. 원전이 존재하는 한 원전 비리로부터 벗어나기 어렵다. 원전 비리는 아무리 안전한 원전일지라도 결코 안전할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또한 원전 비리로 인한 원전 가동 중단은 전력 소비 감축 대책을 불가피하도록 한다. 에너지 고갈과 국제 유가의 폭등, 기후변화와 탄소 규제의 강화로 대부분 선진국들이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전력 소비량은 지난 10년 사이 76.6%나 증가했다. 전체 23기 중 10기의 원전이 가동 중단된 상태에서, 정부는 전력 소비 감축을 위한 대책을 당연히 마련해야 하고, 기업과 시민들은 생산과 생활 과정에서 전력 소비 감축을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밀양 송전탑 문제와 원전 비리는 우리 시대의 비극을 보여주지만, 또한 동시에 이를 계기로 탈원전과 지역분산형 전력수급 시스템의 구축 그리고 에너지 소비 절약이 필수적임을 알려주는 패러독스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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