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춤’ 추실까요?
‘한춤’ 추실까요?
  • 승인 2013.06.18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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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애 북에디터
무용가 홍신자 씨가 20일 서울 공연을 시작으로 데뷔 40주년 공연을 한다고 한다. 90분 동안 혼자 춤을 춘다는데, 그 무대는 과연 어떨까. 나이 칠십에도 춤을 추느냐는 기자 질문에 그는 “Why not?”이라면서 “늙으면 춤을 못 춘다는 건 고정관념”이라 했다 한다.

지난 5월부터 10월까지 서울에서는 ‘서울댄스프로젝트’라는 이름 아래 시민들이 참여한 ‘춤판’이 벌어진다. 초등학생부터 40대 직장인까지 50인 50색의 ‘춤단’이 지하철, 광화문, 홍대, 신촌, 동호대교, 북촌한옥마을 등지에서 깜짝 이벤트를 펼친다 한다. 이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은 춤을 추며 살아있음을 느꼈다 했고, 이 프로젝트를 기획한 교수는 ‘시간이 남아서’가 아니라 ‘힘을 내서 살려고’ 춤을 춘다고 했다.

춤이란 무엇일까? 내가 좋아하는 시인들 가운데 김선굉 시인은 ‘춤’이라는 시에서 ‘살아가는 것’이 곧 춤이며, 그것은 ‘인생의 다른 이름’이라 적었다. 또한 ‘고통이자 비애며 환희’이고, ‘우리는 다 제 몫의 인생을 한 춤 추는 댄서들’이라고도 했다. 나는 이제까지 춤을 이야기할 때 그렇게 멋지게 표현한 글을 보지 못했다. 어쩌면 시인은 ‘춤’ 자체를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지만, 나는 표면적으로 드러난 제목, ‘춤’이라는 단어에 대해 생각해 본다. 본능처럼 움직이는 몸짓, 때론 광기와 열정을 발산하는 매체. 참으로 풋풋하고 아름답고 그리운 사람들과 함께 떠오르는 기억….

춤이라고 하면 먼저, 퇴역 장교로 분한 알 파치노의 맹인 연기가 돋보였던 ‘여인의 향기’, 바른생활 사나이 같던 40대 중산층 남자가 댄스교습소에 나가면서부터 달라지는 일상을 잔잔히 스케치해나간 ‘Shall We Dance’, 자유를 찾기 위해 망명한 소련 무용가 니콜라이의 멋진 춤과 하얀 밤이 인상적이었던 ‘백야’, 에밀 쿠스트리차 감독의 ‘집시의 시간’ 같은 영화가 떠오른다.

그리고 마흔 넘어 노래를 시작했다는 장사익 씨가 정갈한 모시 두루마기를 입고 흥겨운 노랫가락에 맞춰 가볍게 들썩이던 어깨춤,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에서 혼자 노래하며 춤추던 마리아의 가녀림, 고등학교 담임선생님이셨던 무용선생님이 학교 무용실에서 혼자 추던 춤과 그녀의 ‘효무회’ 공연, 중학교 때 지하 무용실에서 매부리코 무용선생님이 가르쳐주신 ‘못찾겠다 꾀꼬리’ 춤, 어린 날 아버지 발등에 올라가 손잡고 빙빙 돌며 추던 춤 등등, 때론 춤이, 때론 그 시절 냄새와 색깔, 분위기가 떠오른다.

최근 들어 가장 뭉클했던 건 BWB(Blue Whale Brothers)가 TV 프로그램 ‘스타킹’에 나와 선보인 팝핀댄스와 ‘불후의 명곡’ 우리 가락 편에서 박애리와 팝핀현준이 보여준 아리랑 공연이다.

사람들이 그들에 열광하고 박수를 보내는 것은 자신만의 철학을 갖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 편견과 냉소에 굴하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마지막까지 연기를 하고 싶다는 배우나 죽기 전까지 노래하고 싶다는 가수뿐 아니라 오늘도 늦은 퇴근길, 지친 발걸음을 떼는 가장도, 내일의 꿈을 향해 하루 종일 공부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학생도, 모두가 인생이라는 무대에서 춤을 추는 주인공이다. 묻지마 관광 버스에서 내린 뒤에도 못 다 푼 제 흥에 겨워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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