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시론> 가족들의 따뜻한 사랑이 힘이 된다
<팔공시론> 가족들의 따뜻한 사랑이 힘이 된다
  • 승인 2009.01.08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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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로 (계명대학교 국제학대학 중국학과 교수)

연말연시에는 가족이 모두 텔레비전 앞에 모여 든다. 지난해의 아쉬움을 정리하고 새로 맞는 한 해를 설계하는 자리이다. 텔레비전을 끄자는 운동도 있지만 그것만큼 가족들을 한자리에 모으는데 유익한 것도 없다.

가족을 주제로 한 드라마가 인기 있을 뿐만 아니라, 가족 사랑을 테마로 한 개그 프로그램도 인기가 있어서다. 폭력성이나 선정성 때문에 비난을 받기도 하지만 가족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들은 지난 시절 고달팠던 우리의 추억을 즐거움으로 기억하게 해 주고 가족 간의 사랑을 가치 있는 것으로 그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어려울 때 가족 간의 따뜻한 정만큼 위안이 되는 것은 없다. 요즘처럼 경기가 어려울 때는 더욱 그러하다. 경제위기를 맞아 직장 생활에 지친 가장들에 대한 가족들의 관심이 전보다 더 커졌다. 경기가 좋을 때는 가족들 모두 자기 생활에 열중하느라 서로 무관심하였다.

아버지는 직장생활에 바빴고 어머니는 학부모 모임이나 각종 계모임에 여념이 없었다. 자녀들은 학교를 마치면 학원으로 달려가고 방과 후에는 친구 생일 모임이다 파티다 하면서 모두 밖으로 나돌았다. 가정은 있었으나 가족생활은 없었다.

경제가 어려워지자 모두들 가정으로 돌아온다. 아버지는 모임을 줄여야 하고 어머니들은 자녀들 과외비를 줄이고 생활비를 아껴야 한다. 자녀들도 부족한 용돈을 보충하기 위해서 부모님께 더 많은 애교를 부려야 한다. 어려운 경기가 가족들이 함께 하는 시간을 늘여주었고 부모와 자녀들의 대화 시간을 더 늘어나게 만들었다. 우리는 위기 때 마다 가족이 항상 힘이 되었다는 사실을 기억한다.

사회학자들은 20세기 한국 산업화의 성장 동력이 가족 간의 사랑과 희생이었다고 한다. 부모는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 헌신하였고, 누나는 동생을 위해서 젊음을 희생하였다. 우리는 직장을 가정과 같이 생각하였고 윗사람을 부모처럼 따랐고 아랫사람을 동생처럼 이끌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가족의 범주를 전체 사회로 확대시켰다. 사회가 하나의 가정이 되어 어려움을 함께 극복해 나갔다.

이러한 가족주의를 전통적 생활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전근대적인 것으로 비판하는 견해도 있지만 우리의 가족주의가 현대사회의 변화에 따라 사회적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명절 때마다 복잡한 도로에 시달리면서도 고향을 찾는 우리들을 보면서 외국인들은 한국의 가족주의에 감동한다.

80년대에는 `잃어버린 30년’으로 유명한 이산가족 찾기 운동으로 세계인들까지 눈물짓게 만들었고, 90년대 IMF때에는 금모으기 운동으로 세계인을 놀라게 하였다. 2002월드컵 때 우리는 한 가족처럼 응원하였다. 승리하였을 때 함께 기뻐하였고 패하였을 때는 서로 격려하였다. 모든 국민이 한 가족이 되는 이러한 사례는 세계 역사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이러한 가족주의가 사회적 변화와 경제적 풍요 속에서 점차 우리 사이에서 약해져 가고 있지만 오늘날 그 모습이 달라졌을 뿐 우리 사회에 여전히 작용하고 있다.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 우리는 모두 한 가족처럼 슬퍼하였다. 어린이 유괴 사건이나 불치병에 걸린 아이의 이야기에 우리 모두 눈물지었고 내 가족의 일처럼 함께 안타까워하였다.

때로는 내 가족만 잘되면 된다는 가족이기주의로 발전하여 부동산 투기 문제와 과외 열풍을 일으키기도 하였다. 연예인들의 팬클럽처럼 좋아하는 연예인을 중심으로 팬들이 서로 `일촌맺기’를 통해서 서로 부모형제처럼 하나 되어 그 연예인을 위해 열광하다가도, 다른 팬클럽과 이기적인 갈등과 충돌을 벌이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악플이 문제가 되기도 하였다. 결국 이러한 폐단은 가족 이기주의에 그 뿌리가 있다는 것이다.

경제가 어려워지게 되면서 그 가족주의가 다시 힘을 회복하고 있다. 흩어졌던 가족들이 다시 모여들고 있고 서로 걱정하고 서로 의지하게 되었으니 반가운 일이다. 가정이 중심이 되어 가족 간의 사랑을 회복하게 된다면 이 정도 위기쯤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이번 겨울은 가족 간의 따뜻한 사랑에 힘입어 경제위기조차도 가볍게 극복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 가족이 있기에 우리에게 절망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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