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의원 자전도 도로 체험해보니 "곳곳에 사고 위험"
대구시의원 자전도 도로 체험해보니 "곳곳에 사고 위험"
  • 이지영
  • 승인 2009.05.18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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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타고 출퇴근 하는 시민들이 얼마나 위험한 지 이제 알겠습니다.”

15일 오전 대구시의회 경제교통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빨간 자전거를 타고 도심 한 복판에 등장했다.

대구시 자전거 관련 행정의 현 주소를 알아보고 자전거도로의 문제점을 짚어보기 위해서다.

이날 의원들이 자전거를 탄 구간은 달서구 광장타운에서 삼성전자물류센터까지 6.5km.

출발지에 도착한 의원들은 우선 자전거의 안장 높이를 맞추고 타이어 상태 등을 점검했다. 안전
을 위해 보호장비를 착용하고 땀을 닦을 수건도 챙겼다.

안전운행을 다짐하며 ‘화이팅’을 외친 뒤 출발했지만 페달을 밟는 순간부터 평탄치 않았다. 자전거가 도로에 내려오자 버스 한대가 느닷없이 차로를 변경해 자전거 앞으로 들어왔다. 버스는 자전거를 전혀 배려하지 않았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 의원들은 다시 페달을 밟았다.

그러나 순조롭게 달리던 자전거는 다시 서남시장 입구에서 멈췄다. 길게 늘어선 불법주차 차량 때
문에 마지막 차선으로는 달릴 수 없었던 것.

자전거는 불법주차 차량을 피해 편도 5차선 차로의 4차선으로 달렸다. 하지만 4차선은 더욱 위험했다. ‘씽씽’달리는 자동차들은 연신 경음기를 울렸다.

그나마 자전거 전문가들인 맑고푸른대구21 관계자와 자전거 구급대원 2명이 앞뒤에서 이끌어준 게 다행이었다.

대구시의회 김영식 경제교통위원장은 “불법주차가 이렇게 심한데 자전거를 타고 마지막 차선만 이용하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최근 10년 동안 사업비 500억 원이 투입됐지만 자전거 도로 길이만 늘렸을 뿐 실제 탈 수 있는 여건은 엉망”이라고 지적했다.

의원들은 다시 힘차게 폐달을 밟아 언덕을 올랐다. 힘든 언덕 뒤에는 내리막이 있는 법. 맞바람이 시원했다.

하지만 잠시 후 자전거를 탄 의원들은 또다시 위험천만한 상황을 겪었다. 직진 신호를 받아 자동차와 함께 움직이던 자전거가 우회전 차량과 부딪칠 뻔 했다. 우회전 차량은 자전거를 위협하기까지 했다.

도착지를 향해 달리던 자전거는 성서지구대 앞에서 잠깐 멈췄다. 이곳부터는 인도와 겸용으로 사용되고 있는 자전거 도로로 달리기로 했다. 그러나 사정은 오히려 차도보다 못했다. 움푹 패거나 꺼진 곳이 대부분. 겸용도로 옆에서도 불법주차 차량은 눈에 띄었다.

맑고푸른대구21 정현수 국장은 “그나마 이곳은 사정이 좋은 편“이라며 ”시장이나 시내 한복판 겸용도로에서는 보행자 때문에 아예 속도를 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자전거는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를 기다렸다. 일부 의원들은 자전거를 타고 횡단보도를 건너려다 ‘자전거는 차로 등록돼 횡단보도에서는 끌고 가야 한다’라는 정 국장의 설명에 민망한 듯 자전거에서 내려오기도 했다.

드디어 이날 마지막 도착지가 눈앞에 보일 때쯤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자전거 전용도로에 도착했다. 자전거 전용도로는 성서공단 달서대로 지하철 계명대역에서 대천교 4.3㎞ 구간. 대구가 도심에 낸 첫 자전거 전용도로다.

대구시 관계자는 ”대구지하철 역사에 자전거 무료 대여소를 운영하고 달구벌대로 곳곳에 도심과 연결하는 자전거 전용도로를 개설하는 것도 검토 중”이라며 “대구를 자전거 도시로 만들기 위해 거액의 예산을 한 번에 투입하기는 어렵지만 작은 것부터 하나씩 추진해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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