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나무를 어떻게 심어야 할까 (2)
어떤 나무를 어떻게 심어야 할까 (2)
  • 승인 2013.08.12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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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대구송정초등학교장
여섯째, 우리 고유 수종을 고려해야 한다. 일제 강점기 때에는 가이즈카 향나무를 심는 것이 유행하였다. 일본인 가이즈카가 개량한 향나무이다. 그 결과 오늘날까지도 각급 학교에는 가이즈카 향나무가 많이 남아있다. 가이즈카 향나무 자체가 나빠서가 아니라 우리 고유 수종이 그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게 취급되는 것이 부당하기 때문이다.

눈향나무, 옥향나무, 섬향나무, 뚝향나무, 금반향나무, 은반향나무 등 많은 고유의 향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정에 심기는 나무는 으레 가이즈카 향나무뿐이라면 문제가 있지 않겠는가? 고유 수종으로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자귀나무, 회화나무, 능소화, 모감주, 목련, 박태기, 산수유, 모란, 작약 등 교정에 심을 만한 나무는 얼마든지 있지 않은가?

일곱째, 단풍의 색깔도 고려했으면 한다. 느티나무는 노란색으로 물드는 경우와 빨갛게 물드는 두 가지 경우가 있다. 만약 그늘이 많은 곳에 빨갛게 물드는 나무가 서있으면 단풍색이 매우 어둡게 보인다. 그러나 노란색으로 물드는 느티나무가 서 있으면 한결 더 밝아 보인다.

대구광역시교육청 분수공원 주변에는 붉게 물드는 나무와 노랗게 물드는 나무가 나란히 서 있어서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담티고개를 넘어 경산으로 나가는 도로 중앙 분리대에는 빨강과 노랑 단풍의 두 느티나무가 마구 섞여 있어서 정제된 느낌이 들지 않을 때가 있다.

여덟째, 암수도 고려해야 한다. 가을에 서울 중앙정부청사에 들어가 보면 은행 열매 특유의 냄새가 진동하는 경우가 있다. 청사 둘레 가로수로 은행나무 암그루가 심겨져 있기 때문이다. 방문객들이 그 나무 열매를 밟아 들어오기 때문에 냄새가 고약한 것이다.

중국에서는 어릴 때에 암수를 구별하여 암나무는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밭둑이나 산비탈에 심고 서원이나 관공서와 같이 사람의 왕래가 잦은 곳에는 숫나무만 심는다고 한다. 우리 대구에도 모 학교에 큰 은행나무 암그루가 있는데 가을이 되면 동네 할머니들이 몰래 열매를 따가려고 장대질을 하고 가지를 마구 흔들어 댄다고 한다. 교육용으로 암수 나무를 함께 심는다면 운동장 구석에 심는 것이 좋을 것이다.

아홉째, 생산성을 고려한 유실수 중심의 식재도 필요하다. 우리 선조들은 제사상에 올리는 실과로 우리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을 찾았다. 대추나무, 밤나무, 배나무, 감나무, 사과나무 등 제사상에 오르는 나무에서부터 앵두나무, 살구나무, 매실나무, 무화과나무, 모과나무, 석류나무, 귤나무 등 우리 선조들이 식용으로 많이 쓰던 나무를 심는 것은 교육적으로 활용도가 높을 것이다.

열 번째, 수고(樹高)와 수관(樹冠)을 고려한 식재가 필요하다. 지나치게 키가 큰 나무는 태풍이 왔을 때에 넘어져 위험하다. 따라서 큰키나무는 건물 가까이에 심지 않아야 한다. 운동장에 있는 나무는 그늘을 이용할 수 있도록 수관이 넓은 나무가 좋을 것이다. 느티나무나 양버즘나무 등이 소용에 닿을 듯하다.

열한 번째, 희귀종이나 상징성이 깃든 나무를 고려해야 한다. 대구 아양초등학교에는 제주도에서 주로 볼 수 있는 돈나무가, 계성초등학교에는 말채나무, 계성고등학교와 금계초등학교에는 느릅나무가 독특하고, 옛 숙천초동학교 마당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클 듯한 닥나무가 서 있었다. 각 학교마다 독특한 나무가 있다면 학생들은 희귀한 나무가 교정에 있다는 것을 자랑으로 여길 것이며 호사가들은 학교를 순회하며 나무를 보는 재미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열두 번째, 기획 식재가 필요하다. 장미 종류만 골라 조생종과 만생종으로 구분해 보게 한다든지, 백합 종류만 모아 심어 꽃 크기와 색깔과 향기를 비교해 보게 하는 것이 교육적이 아닐까 한다.

끝으로 위험한 나무는 배제하여야 한다. 어린이 키 높이 밖에 크지 않는 유카는 잎이 날카로워 위험하다. 초피나무나 산초나무도 가시가 날카롭다. 꾸지뽕나무나 일부 피라칸사도 가시가 있다. 손바닥선인장이나 긴가시선인장은 말할 것도 없이 어린이의 손에 닿지 않게 해야 한다.

이미 조성되어 있는 학교 수목을 다시 배치하기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따른다. 지금 학교에서는 수목 관리에 매우 힘들어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 그루라도 처음 심을 때에 깊이 고려하여 심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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