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민간 전쟁" 건설사 불구경
"입주민간 전쟁" 건설사 불구경
  • 천혜렬
  • 승인 2009.05.21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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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분양아파트> ③분양가 할인으로 인한 이웃간 마찰
이사 저지하다 입건...분쟁 해결책 없어
할인된 가격으로 아파트를 분양 받고 입주하려는 사람과 이를 저지하려는 기존 입주자들의 신경전이 치열하다.

신경전은 때론 격렬한 몸싸움으로 번져 경찰이 출동하는 일까지 벌어지기도 한다. 대구 수성구 A아파트는 올 들어서만 벌써 수차례 이사저지 소동이 벌어졌다.

일부 아파트에서 분양가 할인이 공공연하게 벌어지면서 할인분양으로 입주하려는 주민과 정상 분양가를 내고 입주한 주민간의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이사를 하려는 주민과 이사를 막으려는 주민의 갈등은 결국 경찰력이 배치되는 결과로 이어졌고 이 과정에서 주민 20여명이 입건되는 일도 벌어졌다. 김대식기자 deskm@idaegu.co.kr

지난달 29일에는 이사를 저지하던 주민 20여명이 경찰에 입건됐고 이 과정에서 주민들이 경찰의 과잉진압을 주장하며 반발하고 있다.

이사를 저지하던 20여명의 주민들이 경찰에 입건되던 날 오전 입주민 B씨는 발코니를 통해 경찰 수십 명이 아파트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것을 목격하고 현장으로 달려갔다.

이 아파트 주민들은 할인분양과 특화사업 미시행, 주민 기만 등에 반발, 지난 1월부터 이사저지 운동을 벌이고 있는 중이었다.

B씨는 “경찰이 할인분양 가구를 입주시키지 않으면 현행범으로 체포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뒤 저항할 힘도 없는 여성들을 경찰차로 압송해 갔다”며 “무조건 공권력을 투입해 전투경찰을 들이미는 행위를 도대체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 당시 심경을 밝혔다.

입주민들은 당시 경찰력이 200여명에 이르렀고 과학수사대까지 현장에 배치된 배경에 대해 의아해 했다.

이에 대해 수성경찰서 관계자는 “당시 경찰 1개 중대와 증거를 모으기 위한 과학수사대가 현장에 배치됐다”며 “기존 입주자들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주거이전의 자유를 침해하는 불법을 자행하고 있는 것을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경찰력 배치를 최대한 자제하겠지만 폭력행사 등 불법행위가 있을 때는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덧붙였다.

기존 입주민들은 분양가 할인으로 입주민 간 충돌이 벌어진 이유를 건설사 측으로 돌렸다. 건설사가 할인 분양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공공연하게 할인분양이 이뤄지고 그에 따라 이사도 진행되고 있다는 것.

건설사는 미분양 가구를 할인된 가격에 팔기에만 급급한 나머지 할인분양으로 입주하려는 사람들의 원활한 이사까지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기존 입주민들의 주장이다.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 관계자는 “입주민과의 약속을 어기고 분양가를 할인하고 입주민 간 충돌을 수수방관하는 건설사의 태도에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며 “특화사업 등의 요구사항 이행과 건설사가 성의 있는 태도로 대화에 응할 때까지 이사저지 운동은 계속될 것이다”고 전했다.

이사저지 소동을 지켜보던 인근 주민 박현국(58)씨는 “건설사가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아파트를 팔았다면 도의적인 책임을 갖고 원활한 이사가 가능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줘야 한다”며 “주민들간 충돌을 경찰에만 맡기는 등 강 건너 불 보듯 하지 말고 기존 입주민들과의 분쟁해결에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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