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7주년 한글날을 맞으며
567주년 한글날을 맞으며
  • 승인 2013.10.07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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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규 대구 중리초등학교장
며칠 전 여우비가 내리는 날, 의령에 있는 한우산(寒雨山)을 올랐다. 구름 속에 봉우리가 잠겨 있어서 무작정 ‘찰비골짜기’를 차를 타고 올라갔다. 산을 오르는 도중에 ‘아름다운 시절’의 촬영지 안내 표지를 만났다. 한국전쟁 당시 어려운 시절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열두 살 소년의 시선을 통해 진솔하게 그린 이 영화의 옛 모습 최적지가 이곳이었단다.

그래서 주인공이 늘 희망의 불씨를 간직하고, 달구지를 타고 내려오는 마지막 장면을 촬영했던 곳이 한우산의 찰비골짜기이다.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한국영화에 선정된 이 영화는 1998년에 개봉된 영화이다. 한우산 전망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정상에 오르니, 캄캄한 안개 속인지 구름 속인지 모를 오리무중의 산길에 한우산의 지명에 대한 해설 간판이 어렴풋이 나타났다. 한우(寒雨)는 ‘차거운 비’를 말한다. 한우산은 순 우리말로 하자면 ‘찰비뫼’이다. 그래서인지 한우산의 계곡 이름은 ‘찰비골짜기’이다. 높이 836m의 산이지만 골이 깊고 수목이 울창하여 시원하기가 마치 겨울의 찬비 같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지명에 아름다운 순수 한글 이름은 많다. 옛날에 절이 있었던 골짜기는 ‘절골’이고, 서 있는 바위가 있었던 곳은 ‘선바우’이다. 서울을 오고 가던 길은 ‘서울나들이’이고, 동네가 크면 ‘큰 마’, 작으면 ‘작은 마’, 토끼들이 다니던 길은 ‘토끼비리’ 등 많다. 그렇던 것이 선바우는 입암(立岩), 서울나들이는 경진(京津), 큰 마는 대동(大洞) 등의 한자어로 많이 바뀌었다. 특히 일제 강점기에는 더욱 심했다고 한다.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도 유방리, 왕창리는 피해 갔지만 단양의 대강초등학교, 고창의 난산초등학교, 합천의 적중초등학교, 서울의 방학초등학교, 정선 갈래초등학교, 남해 물건초등학교, 광주 농성초등학교 등을 예로 들었다. 그렇지만 고즈넉한 산간에 어울리는 이름도 있다고 하였다. 지리산 대원사에서 30여 분 오르면 유평리 마을에 유평초등학교가 있는데, 이 학교는 ‘가랑잎초등학교’로 불렸다고 한다. 취재차 왔던 기자가 붙여준 이름인데 세상에 알려지기는 후자가 더 많이 사용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밀양 표충사 뒤, 사자평 억새밭 가는 길에는 ‘고사리 초등학교’도 있었다. 두 학교 모두 지금은 폐교가 되어 문패만 남아 있거나 흔적만 남은 학교가 되었다.

올해는 한글날이 공휴일로 재지정 되었다. 한글날이 567주년이 되는 해이다. 모두가 기억하기 좋은 오름차순의 나열이어서 더욱 감회가 깊다. 아마 이러한 숫자가 역학적으로 좋다거나 희귀의 배열이라고 언론이나 유명인이 말했다면 대단한 화제가 될 법한 한글날이다.

한글날의 정확한 표현은 ‘훈민정음 반포 567주년’이다. 훈민정음의 의미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글자로서의 뜻이고, 다른 하나는 책이름이다.

아마 글자로서의 한글의 많은 장점 중 최고로 꼽히는 것은, 사용하기에 쉽다는 것이다. 정인지도 훈민정음 해례본에서 ‘지혜로운 사람이면 훈민정음을 아침나절이 되기 전에 이해한다. 어리석은 사람도 열흘 안에는 배울 수 있다.’고 했다.

해례본이 발견 된 이후에는 초성은 발음기관을 상형하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중성은 역학의 삼재(三才) 원리인 천지인을 상형화해서 만들었다는 정설을 모두가 믿게 되었다.

한글은 무려 만여 개가 넘는 발음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다른 나라는 많아야 겨우 400여 개 정도인데, 그만큼 한글은 쉽고 과학적이라는 이야기이다.

한글의 변천에 따른 다른 이름도 많다. 훈민정음, 정음, 암클, 언문, 반절, 절글, 뒷글로 불렸다. 갑오경장 이후 국어, 국문으로 부르다가 일제의 강제에 의해 사용이 금지되었다.

그러던 것이 일제 때 ‘가갸날’이 제정되고, 2년 후에 주시경 선생이 처음 ‘한글’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 전에도 ‘한나라 말, 한나라 글. 한 말, 배달말 글’이란 용어로도 빈번히 사용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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