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포도주와 좋은 교육
좋은 포도주와 좋은 교육
  • 승인 2013.10.03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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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아동문학가 · 교육학박사
좋은 포도주는 기쁨을 준다. 좋은 교육은 행복을 준다. 좋은 포도주와 좋은 교육은 닮은 점이 많다.

지난여름 미국 연수 기간 동안 휴일을 이용하여 미국 와인의 세계적인 생산지 나파 밸리(Napa valley)를 찾은 적 있다. 이탈리아에서 건너온 농부들이 처음으로 이 지역을 발견하고 프랑스의 보로도(Bordeaux) 지역과 맞먹는 포도 생산지로 가꾼 곳이다.

이곳 개척자들은 무엇보다도 이 지역이 긴 협곡으로 이루어져 있어 바람의 세기가 일정한데다 비가 적고 아침저녁 일교차(日較差)가 큰데 주목하였다고 한다. 바람의 세기가 일정하지 않으면 수확한 포도는 대책 없이 떨어져 버릴 것이고, 비가 많으면 열매가 쉽게 썩어버린다고 한다. 또한 큰 일교차는 과일의 당도를 높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이 지역은 1년 내내 거의 비가 내리지 않는데 이른바 겨울이라고 할 수 있는 연말 우기(雨氣)에만 조금 내린다고 한다. 그렇다면 농사짓기에 썩 좋은 환경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러한 환경을 좋은 포도주가 생산되는 환경으로 바꾸었다.

교육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무엇보다도 안정적인 환경이 선행되어야 한다. 물적 환경이든 인적 환경이든 그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삼대밭에서는 쑥도 삼대처럼 키가 큰다.’는 말처럼 둘레의 환경에 따라 또한 시대의 환경에 따라 교육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게 된다.

이 지역은 비가 넉넉하지 않으므로 물을 끌어다 써야 한다. 캘리포니아 대협곡의 끝자락에 해당하는 이곳 역시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먼 로키 산맥에서 물을 끌어다 쓰고 있다. 그런데 물을 위에서 아래로 흩어 뿌리는 형태의 스프링클러(sprinkler)식이 아니고, 줄기에서 줄기로 이어지는 호스를 통해 뿌리에만 물을 주는 방식이다. 열매에 물이 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호스에는 구멍이 뚫려있는데 모두가 아래쪽으로 뚫려있다. 환경을 극복하되 의도대로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는 교육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흔히 교육은 ‘인간에 대한 의도적인 변화 유도’로 정의되고 있다. 교육의 궁극적 목표는 학생들에게 유의미한 내용을 의도적으로 제공하고 그 행동 변화를 기다리는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 포도밭에도 열매에 물이 닿지 못하도록 머리 부분만 비닐을 씌운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또한 포도에는 여러 품종이 있다. 교육에서도 대상이 되는 인간의 모습은 여러 성격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 포도밭에서는 식용 과일로 알이 굵은 포도를 많이 생산하고 있는데 비해 이곳에서는 콩알 크기의 포도주용 포도가 많았다. 백포도주용으로는 녹색 열매가, 붉은 포도주용으로는 붉은 열매가 달린 포도 품종이었다.

품종을 어떻게 선택하는가에 따라 포도주 성질이 결정되듯이 교육에서도 어떠한 소질과 특성을 살려주느냐에 따라 성패가 결정된다. 물론 인간은 포도와 달라서 일정 부분 제 스스로 자정(自淨)하여 바른 길로 나아가는 자기주도성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그것만 믿고 있다가는 되돌리기 힘든 결과에 직면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잘 보지 못했는데 나파 밸리에서는 포도밭 고랑마다 입구에 장미를 심어두고 있었다. 포도밭에 오는 병충해는 장미가 먼저 감지하고 변화를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농부들은 장미에 이상이 생기면 신속하게 대처하는 것이다.

교육도 학생들에게 일어나는 사소한 변화와 주변의 이상한 조짐들은 얼른 살펴서 이에 대처해야 하지 않는가?

미국이 자랑하고 있는 세계적인 포도 생산지 나파 밸리는 그냥 이룩되지 않았다. 세심한 관찰과 경험 끝에 입지가 선정되고 품종이 결정되었으며 또한 재배 방법이 고안되었다. 그리하여 향(香)이 그윽한 오크통에서 마지막 숙성 기간을 적절하게 거친 뒤에야 비로소 품격 높은 액체의 보석으로서 그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우리 교육, 워낙 변인이 많기에 어디에서나 그 모습을 가늠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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