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에 삭비문(數飛門)이 있다
초등학교에 삭비문(數飛門)이 있다
  • 승인 2013.12.02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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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규 대구 중리초등학교장
우연한 기회로 산청의 신등면 소재지를 지나다가 돌담으로 쌓은 집들을 보게 되었다. 돌담으로 유명한 곳은 전국에 여러 곳 산재되어 있지만 대구에서 가까운 곳은 옻골, 예천 금당실, 산청 단계마을, 산청 남사마을은 전통적인 돌담으로 유명하여 아름다운 마을로 지정된 곳들이다.

신등면 소재지에 있는 단계초등학교도 담장이 돌담으로 되어 있다. 학교의 교문이 아주 특이한 세 칸 솟을대문이다. 사실 솟을대문은 행랑채가 있고 행랑채의 지붕보다 높이 솟은 대문이다. 그런데 이 학교는 돌담장을 옆에 두고 세워져 있다.

세 칸 솟을대문 중 가운데 솟을대문이 약간 높다. 그 곳에는 數飛門(삭비문)이라고 쓴 현판이 우뚝하게 걸려 있었다. 이리 기웃 저리 기웃하여 보니 학교 맞은편에 고가들이 제법 있고 주위엔 옛 서당도 있다.

‘아하, 그 옛날엔 반촌(班村)이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역사와 전통이 살아 숨 쉬는 곳이기에 교문도 옛날식의 솟을대문을 달지 않았을까 나름대로 생각을 해 보았다.

삭비(數飛)는 ‘어미 새가 새끼에게 자꾸 여러 번 날게 한다.’는 뜻이다. 이 삭비(數飛)란 낱말에서 ‘익힐 습(習)’이 생겼다고 한다. 어린 새가 날개(羽)를 퍼드덕 퍼드덕거리며 스스로(自) 날기를 연습한다하여 ‘익히다 습(習)’이 된 것이란다. 스스로 자(自)는 형성구조로 변화되어 백(白)이 되었으리라.

그래서 습(習)은 어린 새가 나는 것을 배우기 위해 오랜 세월동안 끝없이 날개 짓을 반복하는 모습이다. 반복적인 연습은 처음에는 연습이지만 지속적으로 쌓이면 익숙함이나 습관이 된다.

어미 새가 새끼에게 나는 것을 거듭 가르친다는 삭비는, 부모가 자식을 열심히 가르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기도 하며, 다른 말로는 선생님이 제자를 사랑과 덕으로 가르침을 주는 것을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논어에서도 학문의 의의를 말하는 학이편에서 ‘배우고 때로 익히면 기쁘지 아니 하랴.(學而時習之 不亦說乎)’라고 하였다. 여기에 나오는 습(習)도 새가 자주 날면서 나는 법을 배워 익히듯 복습하여 익혀 내 것이 되게 한다는 뜻이다. 어떤 목적이 없이 되는대로 하는 태도의 만연한 복습은 아닌 것이다.

갓 깨어난 새가 과연 날수 있을까. 절대 날지 못한다. 그렇지만 시간이 경과하면 어미 새는 새끼에게 끊임없이 반복의 연습을 통해서 날도록 하는 것이다. 그것은 새끼가 탄생되는 순간 그저 나는 것은 태생적이 아니라고 본 것이다.

현재 한옥보존지역이고 사적 문화재가 많으며 아름다운 돌담의 아름다운 마을로 지정된 신등면 소재지의 단계초등학교 교문은 이미 1980년대에 세워져 ‘여러 번 날개 하는 삭비’교육의 장이 된 것이다.

올해 도교육청 지정 청정골 선비교육 연구학교로 지정되어 있다. 조기술 교장 선생님이 ‘덕체지’의 조화로운 신장을 위한 다양한 교육활동으로 아담하게 꾸며진 학교는 이제 웅비하는 일만 남은 것 같다. 삭비문(數飛門) 안의 교육방법을 배우고 싶다.

반대로 자라나는 아이들이 반복적으로 배워서는 안 될 내용들이 자주 자주 매스컴에 오르내린다. 우리 속담에 ‘채반이 용수가 되게 우긴다.’라는 말이 있다. 채반이나 용수는 싸리나무나 대오리로 만든다. 둥글넓적한 것이 채반이고, 술이나 장을 거를 때 쓰는 긴 통이 용수이다. 사리나 이치에 맞지 아니하는 의견을 끝까지 주장하는 경우를 비꼬거나 비아냥거리는 경우에 쓰는 말이다.

얼마 전 정치를 하는 대표가 견강부회(牽强附會)라는 발언을 한 적이 있었다. 견강은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을 억지로 끌고 가는 것이고, 부회는 모아서 붙인다는 뜻이다. 가당치도 않는 말을 억지로 끌어다 대어 자기주장의 조건에 맞도록 함을 비유하는 한자어이다.

비슷한 말로는 아전인수(我田引水), 수석침류(漱石枕流), 추주어육(推舟於陸), 영서연설, 궤변(詭辯) 등의 용어들이 있다.

매스컴에서 이러한 용어의 반복적인 사용은 처음에는 그냥 사용이지만 지속적으로 쌓이면 국민들에게 익숙함이 되어 말버릇이 되기 쉽다. 습관은 좋고 나쁨에 쓰이지만, 버릇은 ‘술~, 버르장머리 없는 ~’등 나쁜 용어에 쓰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참된 교육은 ‘배우고 때로 익힘(學而時習)’에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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