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한 정치적 상상력으로 ‘안철수 신당’ 성공할까
빈곤한 정치적 상상력으로 ‘안철수 신당’ 성공할까
  • 승인 2013.12.04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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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수염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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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창 객원 논설위원 여민커뮤니케이션 대표
출구 없는 정쟁으로 정치가 위기다. 이를 틈타 ‘안철수 신당’이 깃발을 올렸다.

‘안철수 신당’ 창당 소식에 내년 6·4지방선거의 최대변수가 되고 야권 재편의 신호탄이 될 것이란 ‘섣부른 전망’도 나왔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신당’의 지지율이 민주당의 2배를 넘으니 합당한 평가와 예측일지도 모른다.

과연 그럴까. ‘안철수 신당’은 아직도 연무 속에 가려있다. 따라서 성공을 장담하기엔 이르다. 창당 전까지 상수가 아니라 변수에 불과하고, 창당 후에도 여전히 미지수란 얘기다.

미지수란 주장의 근거는 여러 가지다. 먼저 ‘안철수 신당’은 성공여부를 가늠할 내년 지방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킬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공산이 더 크다고 본다. ‘안철수 신당’은 인물과 정책, 지지기반까지 민주당과 겹친다. 물론 민주당보다 외연 확장의 가능성은 높게 평가된다. 하지만 정당 형성에 필요한 자원 확보 전략조차 불투명한데다 구태의연하다.

안철수 신당은 현재 민주당과 새누리당측 인물을 접촉하며 영입작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전직 의원 출신이거나 ‘그 나물에 그 밥’인 기성 정치권 인사들이다. 더욱이 안철수 신당측이 접촉한 인사들도 안철수의 ‘애매모호한 화법’에 덕담만 건네고 가담 의사를 미루고 있는 실정이다.

안철수의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은 두 차례 지역별 실행위원 명단 534명을 공개했다. 모두 내년 6·4지방선거를 염두에 두고 선정한 명단이다. 수도권과 충청, 호남, 부산·경남, 제주까지 망라했지만 대구·경북과 강원만 누락돼 있다. 대구·경북지역에서도 민주당에 빈정 상한 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이 조만간 가담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새누리당의 텃밭인 대구·경북지역에서 민주당이 거두고 남은 ‘이삭 인사’들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적잖다.

더욱이 ‘안철수 신당’은 지역이 주도하는 ‘상향식 세력화’가 아니라 중앙에서 결정하는 ‘하향식 세력화’로 비판받고 있다. 이 때문에 ‘안철수 신당’이 공을 들이고 있는 호남지역에선 기존 정당의 비민주적 행태를 비판하면서 구태정치를 답습하고 있다는 비아냥도 들린다.

‘안철수 신당’은 내년 지방선거 일정에 맞춰 창당이란 승부수를 띄웠다. 하지만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지방선거에 당운을 걸고 결전 채비를 갖추고 있다. 특히 수도권 광역단체장 승부에 사활을 걸고 있다. ‘안철수 신당’이 거대 여·야당의 틈새를 비집고 안착할 수 있을까. 대규모 인적, 물적 자원이 투입되는 전국 규모의 선거를 경험한 노하우가 없는 신생 정당이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자칫 야권 분열로 새누리당에 어부지리를 주었다는 비난만 받기 십상이다.

또 다른 질문 하나. ‘안철수 신당’은 민주당의 대안 세력이 될 수 있을까. 12월 초 CBS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그 답이 나왔다. 응답자의 47%는 ‘안철수 신당’이 실패할 것으로 예견했다. 성공할 것이란 의견은 28.6%, 응답 유보층도 24.3%나 됐다. 하지만 안철수 신당 지지 의사는 여전히 민주당의 2배를 넘는다. 안철수식 ‘안개 정치’의 자산이자, 희망이다.

‘안철수 신당’이 안착하려면 무엇보다 먼저 안철수가 변해야 한다. 모호한 화법으로 숨어 신비감만 조성해선 성공하기 어렵다. 안철수 지지세력은 진보와 보수가 혼재된 ‘중도 복잡층’이다. 이들은 노선과 정책에 따라 지지와 반대를 수시로 넘나든다. 따라서 이들에게 명확한 비전과 정책콘텐츠 제시 없이 ‘새 정치’만 외치다간 안개가 걷힐 경우, 날개도 없이 추락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기존 정당처럼 하향식 줄 세우기가 아니라 국민들의 힘을 모아 상향식 민주적 정당을 건설해야 한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에서 이삭줍기를 해 독자적인 정치 세력화를 이루기는 어려울 게다. 이삭이라고 주웠는데 쓰레기를 수집한 꼴이 될 공산이 더 크다. 새 집에서 헌 이불을 덮고 자야 되겠는가.

상향식 민주정당 건설의 싹은 이미 대구에서 틔워지고 있다. 중앙정치에 예속된 지방자치를 회복하는 한편, 대구지역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당 건설을 목표로 창당이 추진되고 있는 ‘대구당’이다. ‘대구당’을 비롯한 ‘지역당’은 지역 쟁점을 중앙정치에 반영할 수 있는데다 국민과 당원을 정치의 주인공으로 내세울 수 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지역당’은 ‘안철수 신당’의 빈곤한 정치적 상상력을 메워주는 매개역할을 하고, 기존 정당과의 차별화를 가능하게 할 것으로 본다.

‘대구 헌법’ 제정을 주도하고 있는 최봉태 변호사는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사람은 리더가 아니다”며 “하기 싫더라도 국민이 원하는 것을 하는 것이 리더의 중요한 덕목”이라고 말했다. 안철수와 ‘안철수 신당’ 주도자들이 되새겨야 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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