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를 가다
길 위를 가다
  • 승인 2013.12.05 15:5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시종 시인
길을 가야 느낌이 오고, 깨달음이 있다. 길 위에 도(道)가 있다. 달리 하는 일도 없지만, 매일 오전 9시께 집 대문을 나선다. 조금 도는 느낌이지만, 문경여자고등학교 서쪽 담벼락 벽화를 눈여겨 보기 위해 일부러 그 앞을 하루도 안 빼먹고 지나간다.

요즈음은 날씨가 쌀쌀하다. 며칠째 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담벼락 그림속의 이율곡·신사임당 모자도 무척 추워 보인다. 오늘도 율곡선생 모자 덕분에 꽤 괜찮은 시 한편을 낚았다. 단시(短詩)지만 대어(大漁)급이다.

너무 유명한 것도..(김시종)//너무 유명한 것도 좋지 않구나/ 이 추운 겨울에 이율곡·신사임당 모자가/ 담벼락 벽화에서 노숙을 한다/ 오돌오돌 떠는 모자(母子)에게 햇빛이 화롯불을 쪼여 준다.

오늘도 거뜬하게 시 한편을 뽑았으니, 발견의 순간을 하사하신 신께 감사를 드린다. 새 시집 원고를 전달하러 가는데, 최근 너무 깊은 감명을 준 동아일보 사설이 생각난다.

너무 깊은 망각에 길들어 바른 길조차 잊고 사는 이 땅의 이웃들과 공분어린 정서를 공유(共有)하기 위해 사설을 전재(輾載)하여 우국의 불씨를 살리고자 한다.

멋진 사설을 쓰신 동아일보 논설위원께 각별히 고마움을 느끼며, 살아 있는 사설을 독자와 함께 읽어보려 한다.

그 날 읽은 동아일보 사설 제목이 ‘시위대 폭력에 의식 잃고 17년 만에 숨진 의경의 恨’이다. 사설 본문으로 독자 여러분을 안내해 드린다.

‘김인원씨는 여수대 해양생산학과 1학년을 마치고 1996년 1월 의경에 자원입대 했다. 그해 6월 전남지방 경찰청은 ’조선대 총학생회와 북한 김형직사범대학 간 자매결연식‘과 관련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려고 광주 조선대에 전경과 의경을 투입했다.

김씨는 전남지방경찰청 기동9중대 3소대 소속이었다. 학생 쪽에서 날아온 화염병이 김씨의 왼쪽 다리 앞에 떨어졌다.

불을 끄려고 온 신경을 쏟을 때 누군가가 쇠파이프로 뒤통수를 내리쳤다. 의식을 잃은 김씨는 학생들에게 끌려가 한참을 더 짓밟힌 뒤에야 병원으로 이송됐다.

김씨는 아홉 차례에 걸친 대수술을 받았지만 의식을 되찾지는 못했다. 뇌사판정을 받고 인공호흡기에 의지해 어렵사리 생명을 유지하던 그가 15일 새벽 패혈증이 악화되어 세상을 떠났다. 병상에 누운지 17년5개월만이었다. 김씨의 부친은 영정을 어루만지며 “17년 동안 곁에 있어줘 고맙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영정속의 김씨는 경찰복을 입은 늠름한 20세 청년이었다. 식물인간으로 반생(半生)을 보냈던 그는 경찰의 날인 지난달 21일 명예순경으로 임용됐다.

빈소를 찾은 이성한 경찰청장은 “이런 불행한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우리 사회의 법질서 확립에 대해 생각해보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권위주의 정권 시절에 민주화를 촉구했던 시위대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일종의 자구책으로 해석할 수도 있었지만 민주정부가 들어선 지 20년 넘게 경과한 지금, 폭력적인 시위는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 될 수 없다. 그런데도 최근 통합진보당이 벌였던 시위에서 돌로 경찰의 머리를 내리치는 일이 벌어졌다.

5년 전 미국산 쇠고기를 반대하는 집회 때에는 경찰관 464명이 중경상을 입고 경찰차량 170여대가 파손됐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42년간 순직한 전경은 322명에 이른다.

2008년부터 올해 8월까지 공무를 수행하다가 다친 의경도 249명에 이른다. 경찰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공무집행을 방해하는 행위는 엄하게 다스려야 한다. 공권력이 무너지면 국민은 사적 폭력 앞에 무방비로 노출된다. 국민이 공권력에 힘을 실어 줘야 한다. 나와 내 가족의 안전을 위해서다. 김 의경의 명복을 빈다.’

너무 공감이 가는 동아일보 사설이어서 만천하 독자들께 전문을 소개해 드렸다. 영단 있는 지도자 박근혜 대통령이 재임하는 동안, 공권력 확립을 꼭 이룩해주시기를 충심으로 기대한다.

박대통령이 공권력을 확립할 수 있도록 국민제현도 준법정신을 다져야 한다. 언제 부턴가 잘못된 관행인, 가해자의 인권을 피해자자의 인권보다 더 과잉보호하는 관례는 혁파되어야 한다.

미국이 돋보이는 것은, 한국이 빈국시절 경제적 지원을 한 것 보다 공권력이 확립된 선진국이란 점이다. 성공한 박근혜대통령이 되도록 여·야가 최대의 협조를 아끼지 말아야, 박대통령도 공권력이 확립된 빛나는 우리나라를 만들 것이다.

나라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국민과 정치인들에게 신(神)의 축복이 있을 진저!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