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봉의 추억을 기억하나요
봉봉의 추억을 기억하나요
  • 윤정혜
  • 승인 2009.01.09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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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봉’의 추억을 기억하나요?

3,40대라면 누구나 어릴적 봉봉(트램펄린) 위에서 뛰어놀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90년대 중반부터 지역마다 개발붐이 일어 봉봉을 설치할 만한 공터가 사라지면서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또 이때부터 컴퓨터 게임이 아이들의 놀이를 대신했다.

그 후 추억 속으로 사라진 줄만 알았던 봉봉이 대구 도심 속에 예전 모습 그대로 남아 어른들에게는 향수, 아이들에게는 새로운 재미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6일 오후 2시 대구 수성구 범어4동의 한 교회 옆 공터.

여자 아이 3명이 모여들었다. 준비운동으로 몸을 풀며 누군가를 기다리니, 한 70대 노인이 천막 같은 것을 들고 나타났다.
노인은 커다랗고 둥근 틀 사이사이 이어진 용수철에 천막을 넓게 펴고 꿰어 넣었다. 트램펄린, 즉 봉봉의 완성이다.

아이들이 힘찬 기합소리와 함께 동시에 하늘 위로 날아올랐다. 한바퀴 재주를 넘기도 했고, 기차놀이를 하며 데굴데굴 구르기도 했다. 영하의 날씨에 추운 줄도 모르고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동도초등학교에 다닌다는 아이들은 “봉봉을 탈려고 30분 동안 걸어 왔다”고 했다. 고작 500원만 있으면 무려 30분간 실컷 뛰어 놀 수 있기 때문이다. 컴퓨터 게임으로는 느낄 수 없는 재미라고 했다.

“너무 재미있어요. 어디에도 이렇게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없는데 이곳에 오면 신나게 하늘을 날 수 있어 좋아요.”

이곳 봉봉이 처음 설치된 것은 지난 70년대다. 주인의 사정에 따라 운영을 하다 말다 반복했지만, 그 많은 풍상 속에서도 꿋꿋이 남아 무려 30여년 동안 아이들의 놀이공간으로 자리하고 있다.
‘봉봉아저씨’라는 애칭이 더욱 익숙하다며 이름을 밝히길 꺼려한 봉봉의 주인 김모(78)씨는 “봉봉에서 뛰어놀던 꼬마들이 이제는 결혼하고 엄마 아빠가 돼서 안부를 묻곤 한다”며 옛 추억에 젖어 말을 이었다.

“옛 것이 사라지고 새로운 것들로 다 바뀌어도 추억을 이어갈 수 있는 무언가가 있어야 세상사는 맛이 나. 평생을 아이들과 함께 살다보니 늙는 것도 아쉽지 않아. 담뱃값 벌이 정도 밖에는 안되지만 죽을 때까지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듣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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