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흘러가는 것이 법(法)이다
물이 흘러가는 것이 법(法)이다
  • 승인 2013.12.17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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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규 대구 중리초등학교장
초·중 교장선생님들이 학교폭력예방에 관한 연수를 받은 적이 있다. 강사인 검찰청 부장 검사는 ‘법(法)’의 한자어는 ‘물(水)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흘러가는(去) 규칙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란다.

한자사전을 찾아 풀이를 살펴보았다. 회의문자인 법(法)은 물 수(水)에, 사람의 바른 일과 사악한 일을 분간한다는 신수와 갈 거(去)의 합자라고 되어 있다. 공평하고 바르게 죄를 조사해 옳지 못한 자를 제거한다는 뜻으로 ‘법, 규정’을 뜻한다.

법(法)은 ‘해태치’의 글자로 된 고자 ‘법’을 가지고 분석해 보면 훨씬 더 이해하기가 쉬울 것 같다. 옳고 그름, 착하고 악함을 판단하여 정확히 구별해 내는 상상의 동물이 해태이다.

외양의 생김새는 사자와 비슷하나 머리 가운데에 외뿔이 있다. 서울의 광화문이나 양산 통도사의 벽화에 그려진 모습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옛날 대사헌의 흉배에도 해태가 있다. 외뿔이 달린 머리에 갈기가 돋았다. 입은 커다랗게 벌리고 있지만 무언지 모를 위엄이 있다. 꼬리 끝에는 긴 털이 돋아있으며, 또한 크게 울부짖는 몸집이 특징적이다.

이 해태는 성품이 충직하여 사람이 싸우는 것을 보면 바르지 못한 사람을 뿔로 받아서 물리치거나 죽인다고 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화재나 재앙을 물리치는 신수로 여겨 궁궐엔 조각으로 사찰엔 그림으로 장식되기도 하였다.

요즘 성폭력과 학교폭력예방교육 기여 점수 때문에 교육청과 학교는 떠들썩하고 시끄럽다. 성폭력은 일부 교직원의 건전하지 못한 행동 때문에 전부 비난을 받고 오해를 받는다.

교육청에선 긴급으로 교장들의 회의가 소집되어 성폭력에 대한 교육이 전달되고, 학교마다 학교폭력예방교육에 대한 점검이 이뤄져 기안 결재한 공문과 등록부를 정리하느라고 야단법석을 떨었다.

그리고 학교마다 교장이 직접 강사가 되어 교직원을 대상으로 성폭력에 대한 교육이 이루어졌다. 이럴 때 시비선악을 가리는 해태가 나타나서 몹쓸 사람을 잡아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중국 문헌인 이물지에도 ‘해태는 동북변방에 있는 짐승이며 성품이 충직하다. 그리고 특히 사람이 싸우는 것을 보면 바르지 못한 사람은 징벌한다.’는 내용이 있다. 중국에서 우리나라는 동북변방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 해태가 있다는 말인데 곧 나타나기를 고대해 본다.

태공망도 ‘외밭에서는 신발을 고쳐 신지 말고(瓜田不納履), 오얏나무 아래에서는 갓을 고쳐 쓰지 말라.(李下不整冠)’면서 오해 받을 행동을 하지 말라고 했다. 선조들은 도덕이 바르면 법도 올바르게 된다고 생각하고, ‘명심보감’에 이 글을 싣고 마음의 명구로 삼도록 가르치고 배우도록 하였다.

학교폭력 예방 및 해결 등 기여 교원에 대한, 가산점 부여 대상자 선발 기준이 학교마다 나름대로 마련되어 있다.

그런데 0.1점의 점수 때문에 동료 간에 서로 자기의 이익을 위하여 비열하게 이전투구(泥田鬪狗)한다. 참으로 난감하며 참괴한 일이다.

학교폭력 예방교육의 기여도 점수 때문에 또 다른 부작용을 만드는 것은 근본적인 법이나 대책이 미흡한 선발 기준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이의 신청서를 제출하고, 이의 신청서에 따른 결과에 불만족하여 또 다른 사람이 이의를 신청한다. 이것은 어쩌면 ‘좋은 것은 뭐든지 내가 가져야 된다.’는 개인이기주의 핌비(PIMBY)현상이다.

평가자와 확인자인 관리자들이 지혜를 짜 보지만, 서로가 양보를 하지 않는 까닭에 묘안이 나오지 않고 결국 서로가 피해를 본다.

경복궁 영제교에는 천록(天鹿)이 있다. 천록은 해태와 또 다른 모습의 상징적 동물이다. 천록은 머리에 뿔이 하나 돋아있다. 그리고 온 몸이 비늘로 덮여 있고, 겨드랑이와 뒷다리 부근에 갈기가 선명하게 나 있다는 상상속의 동물이다. 왕의 밝은 은혜가 세상 천지에 미치면 나타난다는 전설 속의 신령스러운 짐승이 천록인 것이다.

네 마리의 천록은 모두가 모양이 다르다. 그 중 한 마리는 혀를 내밀고 익살스런 표정으로 조각되어 있다. 불만을 가진 교사들에게 불이익의 은혜를 주면서 잠시 혀를 내밀어 웃으며, 익살스러운 천록을 떠 올려본다.

그래도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유수의 작용을 한다. 물이 침식하고, 운반하고, 쌓는 것은 만고불변의 법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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