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지식에서 지혜를 구하는 교육
<대구논단> 지식에서 지혜를 구하는 교육
  • 승인 2009.06.10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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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대구학남초등학교장 · 교육학박사)

`知’와 `智’는 어떠한 차이가 있을까? 어린 시절 천자문(千字文)을 배울 때에 몹시 궁금하였다. 왜냐하면 모양은 비슷하지만 엄연히 다른 글자인데 똑같이 `알 지’로 읽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옥편을 찾아보면 `知’는 `화살 矢’ 부의 글자이고, `智’는 `날 日’ 부의 글자로 나와 있다. 그러니 기본 출발부터 다른 글자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智’는 `知’가 발전 된 글자이니 그 출발이 전혀 다르다고 할 수가 없다.

일반적으로 `知’는 `마음속에 인식이 되면 입(口)으로 표현되는 것은 화살(矢)처럼 빠르다’는 것이니 `안다’의 뜻이 강하고, `智’는 `나날이 아는 것이 늘어나 지혜가 늘어난다.’는 뜻으로 `슬기’, `지혜’의 뜻이 더 강하다고 볼 수 있다. 우리에게는 아는 것(知)도 중요하지만 지혜(智)가 실로 중요한 것이다. 이에 `知’를 발전시켜 `智’를 만들어낸 것이 아닌가 한다.

지금까지는 뻐꾸기가 개개비(reed warbler) 둥지에 알을 낳고 도망을 가면 개개비는 아무 것도 모르는 채 자기보다 몸집이 훨씬 더 큰 뻐꾸기 새끼에게 먹이를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면 뻐꾸기 새끼는 개개비의 새끼를 무참히 둥지 밖으로 밀어내고 자기만 먹이를 받아먹는 이른바 탁란(托卵)이 이루어졌는데 이는 뻐꾸기의 일방적 횡포였다.

그런데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개개비들도 나름대로 이에 대처하기 위해 서로 힘을 모으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한다. 즉 뻐꾸기가 접근하면 개개비들이 떼를 지어 공격한다는 사실이 관찰된 것이다.

뻐꾸기와 개개비는 오랜 진화 과정에서 일종의 `군사 경쟁’을 해왔다고 볼 수 있다. 뻐꾸기는 개개비를 잡아먹는 새매(sparrow hawk)와 비슷한 생김새로 자신의 모습을 바꿈으로 해서 개개비의 방어 의지를 꺾어 왔다. 그러자 개개비들은 뻐꾸기 알을 골라내는 방법을 터득해 낯선 알을 둥지 밖으로 밀어내버렸다.

그러자 뻐꾸기가 자신의 알을 개개비의 알과 비슷하게 만들어 개개비의 둥지에 알을 낳았다. 이렇게 되자 개개비는 새로운 전략을 세워야 하였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의 니콜라스 데이비스(Davies) 교수와 저스틴 웰버겐(Welbergen) 박사 연구팀은 개개비 입장에서 보았을 때에 가장 효율적인 대처 방안은 처음부터 뻐꾸기가 둥지에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보고 개개비들이 어떻게 행동할까를 관찰한 것이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개개비 둥지 근처에 모형 뻐꾸기를 두고 관찰했다. 그 결과 절반의 개개비는 모형 뻐꾸기를 보고 일제히 몰려들어 공격을 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떼 지어 공격하는 개개비의 둥지에는 가만있는 동료들의 둥지보다 뻐꾸기의 알이 적었다는 것이다. 즉 공격이 최선의 방어인 셈이다.

그렇다고 무차별 공격은 아니었다. 주변에 뻐꾸기가 많은 경우에는 모형 뻐꾸기를 맹렬하게 공격했지만, 뻐꾸기가 적은 곳에서는 그러지 않았다고 한다. 위험 상황도 아닌데 괜한 소란으로 가만있던 다른 포식자의 주목을 끌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고 판단했을 수 있는 것이다.

개개비는 적은 뻐꾸기를 공연히 건드렸다가 진짜 새매를 만나면 낭패를 보기 십상인 것이다. 그러므로 크게 위험한 상황이 아니면 가만히 있는 게 최선 방어책으로 판단한 듯 하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개개비의 이러한 전략은 `적의 공격을 물리치기 위해 단계적으로 방어선을 펴는 군대의 종심(縱深)방어전략(defense-in-depth strategy)과 흡사하다’고 설명하였다. 종심방어대책은 가로로 된 물리적 횡방어막보다는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한 다중 방어막을 통해 치고 빠지기식이 용이하도록 한 전술이다.

개개비들도 집단으로 지혜를 모아 이 전략을 활용하고 있다. 어느 시대이거나간에 개인의 지식도 중요하지만 보다 건강한 공동의 지혜를 모으는 것이 더욱 요긴하다. 지식에서 지혜를, 개인지에서 공동지를 길러주는 교육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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