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를 오고 나서 한 번도 닦지 않은
창에 구름이 끼었다
육십을 바라보는 사람의 눈물을
본 다음 날이었다
순간 늙어버린 기분
불은 켜졌으나 안대가 씌어진 기분
혹은
어두운 공간에서 스위치를 못 찾는 기분
어두움을 옹호하며 한껏 침을 흘릴
젊음의 시절을 그리워하는
시대에 가속으로 달리던 고속도로를 그리워하는
가고 있는 계절에 서 있는 사람은
오고 있는 계절에 서 있는 사람과 맞닥뜨렸다
줄 것이 많아서일까
아님
기운을 얻고 싶어서일까
해도 없는 날에
거짓말처럼 그의 눈엔
안개가 끼었다
눈부터 닦았다.
창 닦는 시각이 오기 전에
또 다른 햇살과
꽃을 담은
창밖을 기다리며.
▷▶이재안. 부산生, 한국시민문학협회 정회원, 시인부락동호회 회원낙동강문학 시 부분 신인상 수상. 경남 통영 시청 공무원으로 있다
<해설> 산만큼 커다랗게 느껴지던 사람이 있다. 그는 사람이 아니라 오를 수 없는 산이었다. 냉정하기가 이를 데 없고 판단력이 흐트러진 적이 없는 사람. 바로 그는 나의 어머니다. 어느 날 그가 사람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폐경기가 왔고, 실수가 잦아졌다. 눈물이 많아졌고 그녀의 눈, 창엔 서리가 낀 듯 돋보기를 들이대야 했다. 항상 꽃을 좋아하는 그녀는 다시 돌아오지 못할 청춘을 그리워하는 대신 창밖을 보고 있다. 김연창
창에 구름이 끼었다
육십을 바라보는 사람의 눈물을
본 다음 날이었다
순간 늙어버린 기분
불은 켜졌으나 안대가 씌어진 기분
혹은
어두운 공간에서 스위치를 못 찾는 기분
어두움을 옹호하며 한껏 침을 흘릴
젊음의 시절을 그리워하는
시대에 가속으로 달리던 고속도로를 그리워하는
가고 있는 계절에 서 있는 사람은
오고 있는 계절에 서 있는 사람과 맞닥뜨렸다
줄 것이 많아서일까
아님
기운을 얻고 싶어서일까
해도 없는 날에
거짓말처럼 그의 눈엔
안개가 끼었다
눈부터 닦았다.
창 닦는 시각이 오기 전에
또 다른 햇살과
꽃을 담은
창밖을 기다리며.
▷▶이재안. 부산生, 한국시민문학협회 정회원, 시인부락동호회 회원낙동강문학 시 부분 신인상 수상. 경남 통영 시청 공무원으로 있다
<해설> 산만큼 커다랗게 느껴지던 사람이 있다. 그는 사람이 아니라 오를 수 없는 산이었다. 냉정하기가 이를 데 없고 판단력이 흐트러진 적이 없는 사람. 바로 그는 나의 어머니다. 어느 날 그가 사람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폐경기가 왔고, 실수가 잦아졌다. 눈물이 많아졌고 그녀의 눈, 창엔 서리가 낀 듯 돋보기를 들이대야 했다. 항상 꽃을 좋아하는 그녀는 다시 돌아오지 못할 청춘을 그리워하는 대신 창밖을 보고 있다. 김연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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