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을 본 시각
황혼을 본 시각
  • 승인 2014.01.09 09:0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재안 시인
이사를 오고 나서 한 번도 닦지 않은

창에 구름이 끼었다

육십을 바라보는 사람의 눈물을

본 다음 날이었다



순간 늙어버린 기분

불은 켜졌으나 안대가 씌어진 기분

혹은

어두운 공간에서 스위치를 못 찾는 기분



어두움을 옹호하며 한껏 침을 흘릴

젊음의 시절을 그리워하는

시대에 가속으로 달리던 고속도로를 그리워하는

가고 있는 계절에 서 있는 사람은

오고 있는 계절에 서 있는 사람과 맞닥뜨렸다



줄 것이 많아서일까

아님

기운을 얻고 싶어서일까

해도 없는 날에

거짓말처럼 그의 눈엔

안개가 끼었다



눈부터 닦았다.

창 닦는 시각이 오기 전에

또 다른 햇살과

꽃을 담은

창밖을 기다리며.



▷▶이재안. 부산生, 한국시민문학협회 정회원, 시인부락동호회 회원낙동강문학 시 부분 신인상 수상. 경남 통영 시청 공무원으로 있다



<해설> 산만큼 커다랗게 느껴지던 사람이 있다. 그는 사람이 아니라 오를 수 없는 산이었다. 냉정하기가 이를 데 없고 판단력이 흐트러진 적이 없는 사람. 바로 그는 나의 어머니다. 어느 날 그가 사람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폐경기가 왔고, 실수가 잦아졌다. 눈물이 많아졌고 그녀의 눈, 창엔 서리가 낀 듯 돋보기를 들이대야 했다. 항상 꽃을 좋아하는 그녀는 다시 돌아오지 못할 청춘을 그리워하는 대신 창밖을 보고 있다. 김연창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