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에 대한 단상(斷想)
노후에 대한 단상(斷想)
  • 승인 2014.01.15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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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백기 국민연금공단 서대구지사장, 노후설계 컨설턴트
“어떻게 늙어가야 하는지 아는 것이야 말로 가장 으뜸가는 지혜요, 삶이라는 위대한 예술에서 가장 어려운 장(章)이다.” 스위스 철학자 앙리 프레드릭 아미엘 (1821~1881)의 말이다.

나이 오십을 넘긴 지금 이런 말들이 예사롭지 않다. 요즘은 솔직히 어떻게 늙어가야 하는지 지혜를 주실 수 있는 분들을 찾아 만나고 싶다.

최근 들어 샤워를 하면서 비누가 손에서 빠져 나갈 때는 잠시 심각해진다. ‘예전엔 그러지 않았는데...’ 물기 묻은 비누는 너무 꽉 쥐어도 너무 헐겁게 쥐어도 손에서 빠져나가기 십상이다. 어느새 손으로 느끼는 감각이 무디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만이 아니다. 아무렇지도 않던 두 눈에 결막염이 자주 찾아오기도 한다. 지인 중에는 치과에 찾아가는 것을 미루다가 임플란트 시술을 크게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많이 우울해하는 것을 본 적도 있다. 이럴 때면 잠시 서글퍼지기는 해도 노후설계업무를 하는 사람으로서 중요한 한 가지를 깨닫는 순간이다. ‘노화(老化)’라는 것이다.

많이 하지는 못했지만, 평소 상담을 할 때면 이러한 노화, 노년에 대해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자세에 따라 노후생활의 질이 달라지기 때문에 최대한 긍정적인 관점을 갖도록 강조해왔다. 노년이 ‘눈앞에 보이는 거라고는 아무 것도 없는 끝없이 아득하게 펼쳐진 평원에 홀로 서 있는 것 같고, 걸어온 발자취마저 사라져버린 막막함’이 아니라, ‘그동안의 경험에서 나오는 느긋함과 여유, 평화 그리고 여전한 열정으로 가득 찬 곳’이라는 관점을 가지도록 노력하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노년의 느긋함과 여유를 이야기하기에 아직 이르다. 노인 빈곤율이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일 정도로 많은 어르신들의 기초생활이 위협받고 있다.

노후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소득하위 70%의 어르신을 대상으로 현재 지급되고 있는 기초노령연금이 채 10만원도 되지 않아,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어르신들의 노후소득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지난 1일 올해 기초연금 예산안이 확정되었다.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하위 법령과 정보시스템 구축 등 관련 업무를 준비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7월 시행에 차질을 빚지 않으려면 늦어도 2월 국회에서는 법안이 통과돼야 하는 이유다.

정부안은 현세대 노인의 빈곤을 완화하고 정책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공적연금제도의 장기적인 발전과 미래세대의 부담을 고려한 정부안은 현실적이고 많은 고민의 산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노인 빈곤문제를 해결하고, 제도를 운영해 나가면서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간다는 유연한 접근도 필요한 시점이다. 이제는 지난해 11월 제출된 법안에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생산적인 논의를 해야 할 때다. 많은 어르신들의 각박한 삶의 현실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면 하루빨리 법안을 심의하여 많은 어르신들의 한숨을 덜어 드렸으면 좋겠다.

노후생활에는 돈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자칫 활력을 잃을 수 있는 노년에 건강에 관한 정보, 여가생활, 사회적 관계 등에 대한 다양한 지원이 필요하다. 이제 시작 단계이기는 하지만, 국민연금공단을 통해 노후준비나 노후생활에 대한 종합적인 진단과 상담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젊음이 아름다운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아름다운 노년은 예술작품이라고 했다(Eleanor Roosevelt). 노년에 대한 이해가 있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말이다. 최근 나온 법륜 스님의 책 ‘인생 수업’에는 이런 글귀도 있다. “잘 물든 단풍은 봄꽃보다 아름답다.” 아름답게 물들어야 할 단풍의 색이 바래지지 않도록 우리 사회의 지지와 지원이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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