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파산제 도입 시기상조다
지자체 파산제 도입 시기상조다
  • 승인 2014.01.27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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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방자치단체 파산제 도입 검토에 착수했다고 한다. 지자체 파산제는 김영삼정부 시절, 민선1기 지방선거를 앞두고 처음 거론된 이래 김대중·노무현정부에서도 추진됐으나 번번이 논란만 분분한 채 불발된바 있다. 이번엔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지난 14일 “지방 재정의 건전성 확보를 위해 지방자치단체 파산제도를 심도 있게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불씨를 일으켰다.

지자체 파산제는 지자체의 빚을 중앙정부가 청산하는 대신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강제하는 제도이다. 2006년에 파산을 선언한 일본 홋카이도의 유바리시와 작년에 파산 선언한 미국 디트로이트시가 그 본보기다. 파산하면 예산편성권과 자치권의 일부가 중앙정부에 귀속되며 세금과 공공요금이 큰 폭으로 오를 것은 사필귀정이다. 지자체의 방만 재정 탓에 지역 주민들이 혹독한 시련을 겪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지자체애 파산제를 도입하려는 것은 지자체 부채규모가 심각한 수준에 이른 것이 빌미다. 전국 지자체 부채는 2012년 말 현재 27조1천252억원에 이른다.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직전인 2007년에 비해 무려 49.0%나 늘었다고 한다. 여기에 지방공기업이 갚아야 할 빚도 2012년 말 현재로 72조5천억원에 이른다. 2년전의 통계이니 지금은 100조원을 훨씬 초과했을 것이다.

상황이 심각한데도 지자체가 허리끈을 조여 매기는커녕 방만 재정운용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으니 큰일이다. 지방선거가 다가오면 치적용으로 선심성, 전시성 사업과 호화청사 건립 등에 예산을 마구 흩어 쓰고 있다. 더욱 좋지 않은 것은 지방의회가 견제기능을 제대로 발휘하기는커녕 오히려 부추기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중앙정부차원에서 강력한 제재장치를 마련하자는 것으로 일리가 있다.

하지만 파산제 도입에 앞서 챙길 일이 있다. 지방재정난 해소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다. 지방재정이 열악해 자체수입으로 공무원 월급도 못줄 형편인 지방자치단체가 수두룩하다. 지난해 광역단체 재정자립도의 경우 서울은 87.7%이나 대구는 46.5%, 경북도는 28%에 불과하다. 기초단체는 언급할 여지도 없다. 이는 그간 정부의 국가균형발전 정책이 허구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처럼 국세와 지방세 비율이 8:2 정도로 지방재정이 구조적으로 중앙정부에 종속된 상태에서의 파산제 도입은 중앙집권제의 강화에 불과하다. 파산제를 도입하려면 일본의 지방세 비율 50%는 돼야 한다. 균형발전을 완성시킨 뒤에 본격 도입하는 것이 순리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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