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시계처럼, 조금은 느리게 느리게
아날로그 시계처럼, 조금은 느리게 느리게
  • 승인 2014.01.27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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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복환 폴리텍대달성캠퍼스학장
외출하려고 손목시계를 찾아보니 초침이 멈추어 서있다. 급한 마음에 서랍을 이리저리 열어 보았으나 하나같이 제대로 가는 것이 없다. 불과 몇 년 전까지도 시계가 없으면 외출을 하지 못하였는데 이제는 휴대폰이나 차량의 시계 등에 밀려서 그다지 필요하지 않은 물건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째깍 째깍 째깍… 시계 소리는 시간의 흐름을 잊게 한다. 너무나 빠른 시간의 흐름으로 인하여 현대의 우리생활은 팍팍해졌다. 쉬는 날이면 가끔씩 시내중심가에 있는 재래시장을 둘러본다.

건물 한 귀퉁이에 수십 년 시계만 수리한 수리공 아저씨가 있는데 그는 이 분야에서 대부를 자처한다. 이제는 찾기 어려운 시계점이지만 아저씨네 가계에서만은 온갖 종류의 시계들로 빼곡히 들어차 있다. 그러나 이 예스런 시계수리점도 그 뒤를 이을 장인이 없어 곧 명맥이 끊길 판이다.

우리사회가 아날로그 시계시대로 되돌아간다면 조금 더 사회도 포근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며칠째 부모가 어린자식을 학대하여 죽음으로 내몰고간 사건들로 방송가는 떠들썩하다. 십대의 어느 청소년은 아버지가 문을 안 열어 준다고 아버지가 부른 경찰을 구타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인면수심...

매일같이 터져 나오는 인간이기를 포기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이미 우리의 귀와 가슴은 굳어 있다. 인간에게 있어서 다른 동물과 구별되는 점은 무엇이든가?

인간은 이성적 사고를 가지고 있고 그로 인하여 우아하고 품위 있는 생활을 영위한다. 생활고와 현대의 빠른 개인주의화는 인간에게서 가장 귀한 인간의 품성을 앗아가고 있다. 70년대 중반 한 라면회사의 광고 카피가 생각난다.

라면 한 그릇을 앞에 두고 두 형제가 서로 “형님 먼저 아우 먼저”하면서 양보하는 모습이 정겹게 담겨 있다.

TV라는 매체는 아직까지도 우리사회에 크나큰 영향을 주는 대중 매체이다.

하루에 얼마나 많은 광고와 영상매체가 쏟아져 나올까? 그 짧은 광고문안 속에서 시대의 흐름을 읽어본다.

인간애가 깃든 광고가 많이 나온다면 우리사회가 약간은 순화될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예전에 어떤 직장 상사분이 어린 아들을 위해서 하는 일이 광고 선전만 비디오테이프에 틈틈이 녹화하였다가 틀어준단다. 그러면 그것을 보는 동안 아이는 보채지 않는다고 하는데 그만큼 TV매체의 역할은 크다고 할 것이다. 어릴 적부터 삭막하게 자란 세대들은 커서도 품성을 바꾸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사회는 ‘빨리빨리’라는 문화 속에서 성장하여 온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간혹 외국 여행 중에 만난 현지인들은 한국 사람들을 대할 때 서투른 발음으로 ‘빨리빨리’라며 말을 건네 온다. 물론 우스개 소리반 환영의 소리반이겠지만 말이다.

낡은 주택을 고칠 때도 일단 무조건 부수어서 획일적으로 콘크리트 아파트 건물로 올린다. 그것이 우선 편하고 경제성도 따르기 때문일 것이다. 다행히 일부 지자체에서는 획일적 재개발에서 다양하게 바꾸어 보려고 시도한다고 하니 기대를 해봐야겠다.

언젠가부터 우리 고장에서도 골목길투어가 생겼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골목길이 재현되고 있다니 조금은 아쉬운 마음이 덜해진다. 예나 지금이나 골목길은 위험하고 사고가 많은 지역이다. 붐비는 시장의 뒷골목은 소매치기들의 은신처로 활용되기도 하고 부녀자들에게는 통행하기에는 위험하고 무서운 길이다.

유럽 관광대국의 골목길이라는 곳을 가보면 별거 아닌데도 대단한 것처럼 포장을 한다. 우리는 그동안 성장이라는 그늘 아래 모든 것을 획일적으로 바꾸어 버린 결과가 아닐까? 골목길의 특성도 살리면서 안전장치를 갖춘 아담하고 아름다운 길로 개발하는 것도 식지 않는 한류의 한줄기로 좋은 관광상품이 될 것이다.

세계 어디를 가도 한국제품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작은 나라지만 그 저력은 세계에서 뒤지지 않을 정도로 우수하다. 이제부터라도 획일적인 것에서 벗어나자. 깨끗하고 좋은 것만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작고 보잘 것 없는 것, 잊혀져가는 것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제는 속도를 조금 더 늦추어서 뒤를 한번 돌아보자. 우리가 그동안 알지 못했던 시간의 여유로움을 가지고, 잊고 있었던 인간의 품성을 다시 가다듬어 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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