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미술관-큐레이터 ‘해직’ 갈등 수면 위로
대구미술관-큐레이터 ‘해직’ 갈등 수면 위로
  • 황인옥
  • 승인 2014.02.12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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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직 요구 성명서 논란
큐레이터협회의 주장
1년 9개월간 4명 계약 해지
전문인력, 계약직 위주 고용
미술관 또 다른 의혹도 제기
대구미술관 해명
해직자 근무실적 제출 안해
법적으로 문제 전혀 없다
각종 의혹, 감사서 밝혀질 것
대구미술관전경
대구미술관 외부전경
지난해 개관 2주년을 맞은 대구미술관(관장 김선희)이 세계적인 팝아트의 거장인 쿠사마 야요이전을 개최해 33만명의 관람객을 유치하며 10억여 원의 수익을 올렸다. 이 전시회를 통해 신생 미술관인 대구미술관은 단숨에 유명세를 탔다.

하지만 최근 1년 9개월 동안 4명의 큐레이터가 계약 만료시점에서 재계약이 되지 않자, 이들 중 일부가 이를 쟁점화 하면서 대구미술관이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대구미술관 논란의 쟁점

논란의 시작은 4명의 해직 큐레이터 중 2명이 재계약이 안 된 것에 불만을 품으면서 한국큐레이터협회 차원으로 문제가 확대됐다. 협회 측이 지난달 14일에 대구미술관과 언론에 해직에 대한 해명과 복직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보내면서 이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성명서에는 “대구미술관 김선희 관장이 부임한 후 1년 9개월 동안 큐레이터 4명이 계약만료 통보를 받고 해고됐다”며, ‘파행인사 중단과 계약만료 통지 이유 공개, 해직 큐레이터 전원 복귀’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대구미술관측이 ‘법적으로 문제없다’는 반응을 보이자, 협회 측이 지난 7일에 2차 성명서를 발표하며 양측의 의견이 더욱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2차 성명서에는 △해직 큐레이터들의 해직사유 및 근무평가에 대한 자료 요청 △미술관의 작품 매매 및 중개 의혹 △미술관 전용 셔틀버스에 컬렉터들을 태워 미술관 개막식에 참석시키고 전시중인 작품을 구매하게 한 점 등의 의혹이 담겨졌다.

◇한국큐레이터 협회측 입장

한국큐레이터 윤범모 회장은 “대구미술관은 축적된 역량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업무를 수행해야 할 큐레이터직 전문인력들을 비상식적이고 비합리적인 방식으로 연속적으로 내보내고 있다”며 “이 같은 제도 운영은 국내 공립미술관에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이 문제는 대구미술관에 국한되지 않는 국내미술관 전체의 문제다. 이들의 계약직 위주의 고용 형태가 큐레이터들의 고용 안정을 저해하고 있다”며 “이번 대구미술관 사태는 타 미술관에 비해 대구미술관이 재계약을 하지 않은 큐레이터의 수가 많아 타깃이 됐다”며 쟁점의 핵심을 밝혔다.

◇대구미술관측 입장

이번 사태를 주도한 당사자는 대구미술관의 전 큐레이터였던 A와 B 큐레이터로 알려졌다. A씨는 자신의 근무평가 자료를 열람한 것으로 안다고 미술관측은 밝혔다. 뿐만 아니라 A씨는 지난 한 해 동안 근무실적이 없을 뿐더러, 알카이브 담당으로 지역 원로작가들의 자료 조사 업무를 맡았지만 결과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대구미술관 김선희 관장은 “근무평가 자료 공개는 법적으로 미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있고, 당사자는 열람이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A씨는 자신의 자료를 열람한 것으로 들었다”고 밝혔다.

셔틀버스에 컬렉터들을 태웠다는 의혹에 대해 김 관장은 “개막식인 월요일에는 휴관일이라 셔틀버스를 운영하지 않는데 그날은 쿠사마 야요이 전시라 서울에서도 기자들 40여명이 취재차 대구로 내려와 기자들 이동용으로 동대구역에서 대구미술관까지 운영했다. 그런데 컬렉터들을 태웠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금시초문”이라며 난색을 표했다.

또 작품 중개 및 매매와 관련해서는 “너무나 말도 안 되는 일이라 대구시에 이 문제에 대해 감사를 신청했다. 정말 그런 일이 있었다면 감사에서 명명백백하게 밝혀질 것”이라고 밝혔다.

◇대구미술관의 구조적 문제

대구미술관 사태는 구조적인 취약점에 의한 예견된 결과로 드러났다. 대구미술관의 전체인원 24명 중 학예실 인적 구성은 15명인데, 이들 중 계약직이 10명으로 압도적으로 많다. 부산시립미술관의 경우 계약직 큐레이터가 3명, 광주시립미술관이 2명인 것과 비교하면 턱없이 높은 수준이며, 이는 대구미술관이 신생미술관인 이유가 크다.

부산시립과 서울시립이 올해 계약직 학예실장과 재계약을 하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계약직이 10명인 대구 미술관의 경우 재계약에 실패하는 큐레이터 수가 타 미술관보다 높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또한 재계약 되지 않은 큐레이터 4명이 1년 9개월 동안 진행된 수치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재계약 되지 않은 4명의 큐레이터 수치는 턱없이 높다고 할 수 만도 없는 실정이다.

또 정규직 학예예술사 5명과 2명의 계약직 팀장, 5명의 계약직 큐레이터 대부분이 경력이 부족한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의 여성으로만 구성된 점도 문제가 된다.

팀장까지도 경력이 거의 없다는 현실은 세계적인 전시를 소화하는데 무리가 따를 수 있다. 또 여성 큐레이터가 100%이고, 그나마 특정 연령대에 머물고 있는 현 상황 또한 전시 기획 단계부터 남성과 여성, 계층간의 적정 분포도가 줄 수 있는 다양성을 차단 할 수 있다.

대구미술관의 계약직 비율이 2배 가까이 높다는 것도 갈등의 씨앗이 되고 있다. 이 때문에 개관 이후 지금까지 계약직과 정규직간의 불화가 끊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팀 결속을 저해하고 큐레이터들의 사기를 떨어뜨려 온 것으로 드러났다.

지역의 미술관계자인 C씨는 “장기적으로 대구미술관에 계약직을 줄이고, 유능한 경력직도 충원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이런 사태는 계속해서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황인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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