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 추억 만들어 주세요
겨울방학 추억 만들어 주세요
  • 이지영
  • 승인 2009.01.12 09:0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그 집 애는 요즘 어디 있어요?”

초등학교 겨울방학이 접어든지 2주가 훌쩍 지났지만 동네에서 아이들을 보기가 힘들다.

그렇다고 매서운 겨울바람 탓도 아니다.

◆어디 저렴한 캠프는 없나?= “이번 주말에 아이들하고 스키장에 다녀오려고요. 그래도 방학인데
여행은 한번 다녀와야 할 것 같네요.”

“스키장요? 아무리 아껴도 한 사람당 10만원은 잡아야 할 텐데. 난 그냥 애들이랑 스케이트장이나 가야겠습니다.”

“뭐 하러 돈을 써요. 계명대학교 박물관 `공짜’라던데, 전 거기로 가렵니다.”

지난 7일 대구시 달서구 월성동 박필연(여·41)씨 집에는 같은 동네 초등학교 자녀를 둔 학부모 몇
명이 모였다.

이웃 간에 차 한 잔 마시며 시작된 이야기는 금세 `저렴하고 알차게 방학을 보내는 방법’에 대한 열띤 토론으로 이어졌다.

물론 이들 모두는 방학을 맞은 아이들에게 특별한 추억을 선물해 주고 싶은 것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부쩍 가벼워진 월급봉투가 이들의 마음을 무겁게 하는 것.

지난해 겨울방학만 하더라도 학기 중에 부족한 과목을 보충하기 위해 서너 개의 학원에 등록했지만 올해는 오히려 다니던 학원마저도 줄이고 있다.

그나마 부모가 집에 있는 아이들은 어머니와 함께 가까운 공공도서관을 이용하지만 맞벌이 부부에게는 이마저도 부러울 따름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대부분의 아이들이 학원가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컴퓨터나 텔레비전을 시청하며 `그냥’ 집에 있다.

◆사라진 놀이문화= 오전 9시 이부자리를 털고 일어난 김민혁(11)군은 컴퓨터 앞에 앉았다. 홈페이지를 확인한 김군은 이내 이웃집에 살고 있는 친구와 채팅으로 간단한 대화를 나눴다.

어머니가 회사에 출근하기 전 아침을 차려놨지만 김군은 아침대신 어젯밤에 먹다 남은 빵으로 아침을 때웠다.

잠시 후 집 앞에서 학원차를 타고 학원으로 간 김군은 수학과 영어 수업을 마친 후 친구와 함께 패스트푸드점에서 햄버거로 배를 채우고 태권도 도장으로 향했다.

학원을 모두 마친 오후. 김군은 친구들과 함께 집 앞에 있는 PC방에서 인터넷 게임을 즐겼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방학이 되면 학교주변이나 놀이터에서 아이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김군처럼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내거나 저렴한 돈으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PC방
에 몰리고 있다.

친구와의 소식은 휴대전화나 인터넷 채팅으로 하고 여행은 학원친구들과 함께가는 `캠프’가 고작이다.

하종록(29)씨는 “겨울방학이 시작되면 PC방에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라며 “오죽하면 인터넷에서 `그들의 방학이 시작됐다. 원활한 인터넷 사용은 끝났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했다.

이선영 청소년교육문화공동체 반딧불이 사무국장은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관계’를 배우고 성장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친구와의 관계를 배우기보단 컴퓨터, 휴대전화 등 기계와의 `관계’를 맺고 있는 것 같다”며 “경기가 어려운 만큼 지역 아동센터나 단체에서 운영하는 캠프를 이용하는 것도 `관계’를 형성하는데 좋은 방법이다”고 조언했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