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 전개·비현실 캐릭터…욕 나와도 다 봤다
막장 전개·비현실 캐릭터…욕 나와도 다 봤다
  • 승인 2014.02.18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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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극 ‘왕가네 식구들’ 최종회 시청률 50% 육박
주 시청자 중·장년층 사로잡아…전작 부진 만회
무주공산(無主空山)의 주인이었다. 주시청층의 입맛에 딱 맞는 드라마는 경쟁 드라마가 없는 시간대에 자리 잡고 주말극 전통의 강자 자리를 되찾았다.

KBS 주말극 ‘왕가네 식구들’이 마지막회 50% 가까운 시청률을 기록하며 종영했다.

17일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 코리아에 따르면 전날 오후 8시 방송한 이 드라마의 마지막회 시청률은 전국 기준 47.3%를 기록했다.

그 전 일요일 방송한 48회는 48.3%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가 15일 49회 방송은 동계올림픽 인기 종목인 쇼트트랙 경기 중계와 겹치면서 38.3%까지 떨어지기도 했지만, 마지막회는 다시 10%포인트 넘게 오르며 드라마의 결말처럼 해피엔딩으로 맺었다.

‘왕가네 식구들’은 지난해 8월 출발부터 여느 드라마들의 목표치에 가까운 19.7%로 시작해 10회 만에 30%를 넘겼고 36회에서 ‘꿈의 시청률’로 불리는 40%를 찍었다.

문영남 작가의 이 드라마는 가족 드라마를 표방하지만 불륜이라는 기본 설정에 극단적인 상황이나 비현실적인 캐릭터 묘사로 ‘막장’ 논란을 일으키면서도 욕 먹던 인물들의 개과천선과 화해, 사랑의 결실로 끝을 맺었다.

잘 나간다는 드라마의 두 배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은 TV의 주 시청자인 중·장년층을 끌어모으는 모든 요소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불륜과 이혼을 다룰지언정 모든 이야기는 3대가 모여 사는 대가족 안에서 이뤄진다.

지난 2년 동안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KBS 주말극인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나 ‘내 딸 서영이’가 그랬고, 20대 여성의 성장과 로맨스를 그리다 출생의 비밀에 발목 잡혔던 ‘최고다 이순신’은 KBS 주말극의 명성에 미치지 못하는 시청률로 종영했다.

‘이앙금’, ‘고민중’, ‘오순정’, ‘허세달’ 등 성격을 일차원적으로 표현하는 캐릭터의 이름은 문 작가의 ‘트레이드 마크’. 인물들은 이름에서 알 수 있는 성격을 과장되게 표현하며 시청자들의 분노를 사기도 하고, 동정을 얻기도 한다.

이런 일차원적인 캐릭터로 악역을 비롯한 인물 대부분이 극단적인 성격과 상황을 끝까지 밀어붙인다.

큰딸 수박은 불륜남에게 사기를 당해 친정집을 망하게 하고 뒤늦게 무시하던 남편에게 매달리고, 돈 많은 여자와 바람났던 허세달이 둘째 호박과 술 취한 채 강제로 성관계를 갖고 늦둥이를 갖게 되는 설정은 ‘부부 강간’이라는 비판이 빗발쳤다.

조강지처를 두고 바람을 피우고도 뻔뻔하게 이혼을 요구하는 남편이나 대놓고 자식을 차별하는 엄마와 부당하게 차별당하면서도 씩씩한 딸 등 인물들은 선과 악이 분명하다.

제작진은 늙은 부모에게 의지하는 ‘연어족’이나 부모에게서 독립하지 못하는 캥거루족을 비롯해 ‘처월드’, ‘삼포세대’등 현재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가족 문제를 돌아보겠다고 밝혔지만, ‘납치 자작극’이나 ‘며느리 오디션’처럼 정통 드라마에서 보기 어려운 황당한 설정들도 난무한다.

처음부터 이야기의 전개를 따라가지 않고 아무 때나 보기 시작해도 등장인물 중 누군가를 욕하며 빠져들 수 있다. 다른 방송사에는 모두 뉴스를 하고 있는 시간대라 채널을 돌리게 할 경쟁 드라마도 없었다.

온갖 악행을 일삼던 오만정이 갑자기 개과천선해 ‘독도에 가서 다방을 차리겠다’고 하거나, 겹사돈은 물론 재혼으로 사위는 형제가 되고 자매는 동서가 된 상황에서도 30년 뒤 모두 노인 분장을 하고 모여 ‘늙어보니 부귀영화 아무 소용이 없다’고 말하는 장면은 실소하게 만들었다.

문 작가는 지난해 KBS 방송대상에서 작가상을 받았으며 최근 열린 종방연은 유례없이 KBS 별관 로비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서 길환영 사장은 “’왕가네 식구들’은 막장 없는 좋은 드라마”라며 “수신료의 가치를 전하는 대표적인 드라마다. 이런 좋은 드라마를 계속 만들기 위해 수신료 인상에 힘쓰겠다”고 말했다고 드라마 관계자들이 전했다. KBS의 ‘좋은 드라마’, ‘좋은 프로그램’의 가치가 오직 시청률인지 되묻게 하는 말이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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