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규제와 좋은 규제
나쁜 규제와 좋은 규제
  • 승인 2014.04.01 17:3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진복
지방자치연구소장
수필가
지난달 20일 청와대에서 있었던 민관 합동 규제개혁 점검회의에서 박근혜대통령은 장관의 말을 끊고 가끔씩 개입했다. 우리는 여기서도 대통령의 꼼꼼한 일처리 모습을 볼 수 있다.

정부와 국회, 기업인, 영세 자영업자등 다양한 규제의 주·객체가 참여하여 현장의 진솔한 목소리를 듣고자 한 이 회의는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때문인지 국민들의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컸던 것 같다.

규제가 단박 해결된 것도 있어 대통령의 힘을 실감할 수 있었다.

보통 규제라고 하면 인·허가권을 가진 정부가 법 규정을 까다롭게 적용하여 국민들을 통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참 된 얘기지만 필자가 지방공무원으로 있었을 때 대학으로 자리를 옮기기 위해 모 대학총장을 면담한 일이 있었다.

총장이 그 때 한 말이 생각난다. “공무원은 권한이 많은데 왜 학교로 자리를 옮기려고 합니까?” 말단 공무원에게도 담당 업무에 관해 권한이 있음을 암시하는 말이다. 기업체 사장이 9급 공무원 앞에서 고개를 조아리는 모습도 그런 차원이다.

국가의 작용을 입법·사법·행정으로 나눌 때 행정의 주요 기능은 법규를 집행하는 것이다. 규제는 공무원이 업무와 관련된 법을 집행할 때 법의 적용범위와 직접 관련이 있다. ‘공무원이 관료적이다’ 라는 말은 모든 행정행위를 법의 잣대로만 맞추려는 행태를 꼬집는 말이다. 따라서 규제개혁은 규제권을 가진 공무원들을 향한 화살이다.

대통령의 강한 의지에 따라 정부는 규제에 앞장서는 공무원들에게는 감사를 수월하게 받도록 해 주고 승진에 인센티브를 준다면서 규제철폐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법규행정에 길 들여져 신변에 조그만 문제라도 생길까 저어하는 공무원들에게 이 말이 얼마나 먹혀들지는 예측할 수 없다.

규제 대상가운데는 당장 쉽게 풀 수 있는 것도 있지만 상위법에 묶여 풀기 어려운 대상도 적지 않다. 국회의원들이 내는 법률안 가운데서도 규제를 담고 있는 내용들이 많다. 19대 국회에서 지난 5월까지 낸 의원입법 중 16.7%가 새로운 규제를 담고 있다고 한다.

국회입법은 정부법안과 달리 규제개혁위원회의 심의도 받지 않으므로 규제 개혁의 사각지대인 셈이다. 규제는 국민의 입장에서 볼 때 꼭 필요한 것인지 아닌지가 중요하다. 대통령은 이것을 좋은 규제와 나쁜 규제로 표현했다.

일반적으로 국회에서 제정된 법률은 행정부가 대통령령(시행령), 부령(시행규칙)으로 법 집행의 절차를 확정하므로 여기서 규제 등의 내용과 범위가 정해진다. 중요한 것은 행정명령(대통령령, 부령)을 다듬는 주체가 중앙정부의 공무원이라는 점이다. 민원인과 직접 부딪치는 지방공무원은 법령의 범위 안에서 행정을 집행해야 하며 아무런 재량권이 없다.

최근 정부는 2017년까지 투자 및 일자리 창출에 방해되는 규제를 20% 줄이라는 지침을 광역 및 기초자치단체에 내렸다. 그러면서 1년 한시적인 규제개혁 추진단을 신설하도록 했다.

규제개혁은 대통령의 지시라고 해서 추진돼야 하는 것이 아니고 국민생활에 방해되는 문제들을 걷어내는 작업이다. 지방자치단체 규제의 90% 정도가 상위법규에 매여 있다. 합당한 규제개혁이 되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이 있다.

국회의원들은 강한 규제가 포함된 법안제출에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스펙 쌓기에 신경 쓰다 보면 이를 놓칠 수 있다.

특히 중앙정부는 법령 제정 시 국민생활에 지장을 줄 내용이 없는지 충분한 검토를 해야 한다.

법 집행 일선기관인 지방자치단체는 가려져 있던 각종 행정 규제를 알뜰히 찾아내어 수시로 중앙정부에 법령 개정을 건의하고 늘 주민위주의 행정을 한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중앙정부는 평가를 위해 규제지수를 개발, 규제완화 실적을 제출받고 그 현황을 파악하여 지자체간 경쟁을 유도해 나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한다.

행정규제 완화를 위한 정부의 노력이 잘못하면 공무원들의 법규위반이나 재량권 유월을 부채질 할지도 모른다. 정부의 규제 완화, 감사의 면제 등을 핑계 삼아 규제행정을 자기 편의주의로 활용한다면 더 큰 문제를 유발할 수도 있다.

국민들의 의식도 변해야 한다. 대통령이 규제완화를 말한다고 해서 무조건 풀어달라고 떼를 써서는 안 될 것이다.

나쁜 규제와 좋은 규제는 확실히 구별되어야한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