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원숭이를 생각하지 마라
절대 원숭이를 생각하지 마라
  • 승인 2014.04.09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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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규성 논설위원
도술(道術)은 옛날 인도로부터 중국을 거쳐 조선에까지 건너 왔다. 도술에 뛰어난 한 도사(道士)가 있었다. 호흡법을 기본으로 축지법과 둔갑술 등 갖은 비술에 뛰어난 이 도사의 이름은 삽시간에 유명해졌다. 당연히 많은 사람들이 그의 도술을 배우려고 몰려들었다. 그러나 도술이란 그렇게 쉽게 배워지는 것이 아니었나 보다. 게다가 도사는 도대체가 무얼 가르쳐주려는 마음도 없어 보였다.

인내심이 부족한 많은 제자들이 배움과 수양을 포기하고 도사를 떠났다. 그런데 한 제자가 몇 년 동안 묵묵히 도사의 시중을 들고 있었다. 아쉬운 점은 이 제자의 섬김이 순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스승에게 도술의 비법을 배우고 싶었지만, 마음속에 내내 자신의 동기를 숨기고 틈만 노리고 있었다.

이런 제자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도사의 느긋한 나날은 제자의 마음을 점점 더 타들어가게 했다. 매일매일 스승의 시중을 들지만, 차마 속마음을 입 밖에 낼 수 없었던 제자는 마음속의 탐욕이 육신까지 해할 지경에 이르렀다. 어느 날 보다 못한 스승이 제자를 불러 조용히 물었다. “이제 네 마음속의 말을 털어 놓아라. 나한테 뭘 원하느냐? 몇 년 동안 너는 나의 시중을 들면서도 마음을 결코 얼굴에 드러내지 않을 수 없었구나. 이제 더 이상 욕심이 육신을 괴롭히지 못하게, 참으로 네가 나에게 원하는 것을 털어 놓아라.”

스승의 말에 제자는 마침내 폭발하고 말았다. “스승님, 저는 스승님의 도술을 배우고 싶습니다.” 제자의 말에 스승은 넌지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왜 진작에 말하지 않았느냐? 그 동안 너는 네 자신을 너무나 괴롭혀 왔다. 그것은 또한 나를 괴롭히는 것이기도 했다. 네가 원하는 도술의 비법은 참으로 간단하다.”

도사는 종이위에 도술의 주문을 적어 제자에게 주었다. 내용은 아주 간단했다. 단 세 줄이었다. 그러나 스승은 제자에게 덧붙였다. “도술의 비법은 아주 간단하다. 이 주문을 세 번만 외우면 된다. 그러나 이 주문을 외기 전에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다. 우선 몸을 깨끗이 씻어라. 그리고 방문을 걸어 잠근 다음 조용히 자리에 앉아라. 그리고 마지막으로 주문을 외는 동안 절대 원숭이를 생각하지 마라.”

그런데 제자는 의아해했다. “원숭이라니!” 그는 스승에게 물었다. “스승님, 원숭이라니요? 무엇 때문에 제가 원숭이를 생각하겠습니까? 저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원숭이를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이에 스승은 대답했다. “그렇다면 다행이구나. 어쨌든 네가 원숭이를 생각하지 않았고 또 앞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다행이다. 이제 원하던 비법을 얻었으니, 고향으로 돌아가라. 내가 한 말을 잘 기억하고 지킨다면 너는 도술을 부릴 수 있을 것이다. 하늘을 날고, 물속에서 몇 시간을 머물 수 있으며, 사람의 마음을 읽고, 원하는 동물로 변신도 할 것이다.”

제자는 기쁜 마음에 스승께 인사도 않고 그 길로 집으로 달려갔다. 탐욕은 고마움을 밟고 지나간다. 그의 마음속엔 오직 한 가지, 스승의 비법을 빨리 써보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는 집을 향해 달려갔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그의 머릿속에 갑자기 원숭이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일인가? 갑자기 원숭이라니? 지금까지 원숭이에 대해 생각한 적도 상상한 적도 없는데.....

집으로 돌아 온 그는 재빨리 목욕을 했다. 그러나 몸은 씻었을지 몰라도 그의 마음 속 욕심은 씻어내지 못했다. 방문을 걸어 잠근 그는 방 가운데 조용히 앉았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스승이 건내준 비법이 적힌 종이를 펼쳤다. 드디어 때가 온 것이다. 그토록 오랫동안 그렇게 원했던 비법을 이제 마지막으로 시험하는 것이다. 눈물이 핑 돌았다.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고 주문을 외기 시작했다. 그 때 스승이 한 말이 떠올랐다. “주문을 외는 동안 절대 원숭이를 생각하지 마라.”

갑자기 어디서 나타났는지 원숭이들이 한 두 마리씩 방안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바닥이고 천장이고 벽이고 온통 원숭이들이 우글거렸다. 눈을 감아도 원숭이들이 보였고, 눈을 떠도 원숭이들이 보였다. 그는 밤이 새도록 그렇게 원숭이를 쫓다가 날을 지세웠다.

다음 날 또 목욕을 하고 방안에 앉았지만, 또 원숭이들이 나타났다. 다음 날도 또 그 다음날도 그는 원숭이들을 쫓아내려고 애를 썼지만, 결국 원숭이들을 쫓아내지 못했다. 어디서 왜 나타났는지 모르지만, 사라지지 않는 원숭이들은 끝까지 그를 방해했다. 그는 결국 나머지 인생을 원숭이를 쫓으며 보냈고, 결코 그의 욕망을 이루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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