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등 띄우고 촛불 켜고 부활절 기도…
대구 동성로 차분…모금운동도 전개
19일 오후 대구 동성로는 평소보다 눈에 띄게 유동인구가 줄었다. 여전히 실종자가 250여명에 달하는 시점이어서 대부분의 음식점에서는 주인, 손님 할 것없이 텔레비전 뉴스를 통해 구조작업을 지켜봤다.
한 업주는 “사고 나흘째인데 구조자도, 시신 발견도 더뎌 답답할 따름”이라며 “손님들도 전부 ‘세월호’ 이야기만 한다”고 말했다.
주말이면 젊은이들로 붐비는 동성로 로데오거리도 일부 업소를 제외하고는 호객행위나 요란한 음악소리를 자제하는 분위기였다.
김모(30)씨는 “어린 학생들의 희생이 큰 만큼 어른들이 술마시며 웃고 떠드는 게 맞지 않는 것 같다”며 “하루빨리 좋은 소식이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동성로 야외무대에서는 고등학생들의 모금활동도 펼쳐졌다.
북구청소년수련관 소속의 마술부와 밴드부 동아리 학생 7명이 자발적으로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한 모금에 나선 것이다.
경상고등학교 이시우(18)군은 “동갑인 친구들이 이런 일을 당했다고 생각하니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며 “시험기간때문에 오늘이 아니면 힘들 것 같아 나왔는데 시민들이 생각보다 관심을 많이 가져주신다”고 말했다. 이군은 “친구들이 생일파티도 자제하고 교내 모금을 추진하는 등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어한다”고 덧붙였다.
종교계의 애도와 기원도 이어졌다. 부활절과 부처님오신날을 앞둔 기독교와 불교는 행사규모를 줄이고 시민들이 애도를 표할 수 있게 했다.
이날 오후 7시 신천 중동교에서 대구불교총연합회가 마련한 세월호 희생자 추모와 실종자 생환을 기원하는 법회와 유등 띄우기 행사가 열렸다.
연등터널에 매달린 관등에는 ‘끝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마시길’ ‘이 악몽같은 상황이 행복한 꿈으로 끝나길 염원하며’ 등 세월호 사고 실종자들의 무사귀환과 위로의 메세지가 쓰여져 있었다.
유등을 띄워보내는 시민들의 표정에도 간절함이 묻어났다.
중구 계산성당에서는 세월호 실종자들을 위한 기도와 함께 부활절 전야미사가 열렸고 성당 입구에는 ‘세월호 승선자들을 지켜달라’는 메시지가 담긴 촛불이 가득했다.
20일 오후 3시 대구스타디움에서 (사)대구기독교총연합회가 주최한 부활절 예배에서도 세월호 참사와 관련 안타까운 마음을 모아 기도를 올렸다.
정민지기자 jmj@idaeg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