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후보사퇴로 국민정서 보듬어줘야
정몽준 후보사퇴로 국민정서 보듬어줘야
  • 승인 2014.04.24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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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열
객원大記者
전북대 초빙교수
큰 사고가 나면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들뜨는 모양이다. 괜히 목소리를 높이기도 하고, 흥분하지 말아야 할 곳에서도 이성을 잃고 헛발질을 한다. 진도 앞바다 맹골수도에 침몰한 세월호 사건은 대부분의 승객이 수학여행에 나선 고등학생들이었기에 자식을 키우는 부모의 가슴에 큰 충격을 줬다.

300명이 넘는 학생들의 생사조차 가늠하기 힘든 상황에서 가족과 국민 모두가 죄인 된 심정으로 가슴을 태우고 있다. 4월16일 사고가 터진 후 29일 현재 14일째다. 정부는 기계, 기구, 배, 사람 등 동원이 가능한 모든 것을 퍼부어 총력전으로 구조에 나서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피로는 쌓이고 절망감은 커지기 마련이다. 여기에 불을 붙인 게 SNS를 이용한 유언비어 유포다.

더욱 어처구니없는 일은 실종자 가족대표라는 인물의 정체다. 그는 이 사건과 아무런 관계도 없는 사람으로 새정치민주연합 예비후보다. 그는 대통령 방문 시 가족대표랍시고 사회까지 맡아했다니 선량한 국민과 가족들을 감쪽같이 속였다. 현장을 방문한 장관 등 고위공직자의 부적절한 처신도 눈총을 받았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그렇지 구조소식만 기다리며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가족 앞에서 꼬부라진 컵 라면을 삼키고 있는 장관의 꼬락서니는 한마디로 코미디다. 손가락 두개를 펴서 기념사진을 찍은 안행부국장은 즉각 목이 날아갔지만, “사고 초기에 80명을 구조했으면 잘한 것 아니냐”라고 폭언을 퍼부은 목포해경 간부는 몇날 며칠씩 피로가 겹친 탓이겠지만 직위해제로 책임을 져야 했다.

이런 판국에 제 집에서 편안하게 TV보도나 보면서 눈물이나 흘리고 있어야 할 재수생 한 사람이 페이스 북에 올린 글 때문에 일파만파가 일어났다. 그는 서울시장 예비후보로 등록한 정몽준의 막내아들 예선이다.

보도에 따르면 금년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재수를 하고 있다고 한다. 고교 졸업생이면 성인이며 유권자다. 자유롭게 자기의견을 개진하는데 지장이 없다. 앞으로 훌륭하게 자라 나라와 민족을 위해서 큰일을 하게 될지도 모르는 입장이다. 더구나 할아버지는 현대그룹을 일군 대기업인이며 말년에는 정치에 손대기도 했다. 아버지는 기업의 대주주이며 7선 국회의원으로 대선만 있다고 하면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이다.

6·4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번에는 한 단계 내려 앉아 서울시장 경선에 나섰다. 새누리당에서 김황식 이혜훈과 함께 유력한 후보 중의 한 사람이다. TV토론도 벌이고 경선이 막바지를 치고 달아오르려는 시점에 세월호 침몰사건이 터지는 통에 여야를 막론하고 모든 선거운동이 사실상 전면 중단된 상태다. 어디를 가나 주목의 중심이던 유력 후보자들은 이제 뉴스 화면에서 사라졌다. 차디찬 바다에 빠진 학생들의 생사만이 모든 국민의 관심사다.

이 시점에서는 어느 누구도 자기가 하고 싶은 말과 행동이 전적으로 통제될 수밖에 없다. 외부에서 강제로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제하고 조심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몽준의 막내아들은 국민을 향하여 거침없이 내뱉었다.

“비슷한 사건이 일어나도 이성적으로 대하는 다른 국가사례랑 달리 우리나라 국민들은 대통령이 가서 최대한 수색 노력하겠다는데도 소리 지르고 욕하고, 국무총리한테 물세례 하잖아. ㅋㅋㅋ” “국민정서 자체가 굉장히 미개한데 대통령만 신적인 존재가 돼서 국민의 모든 니즈(요구)를 충족시키길 기대하는 게 말도 안 되는 거지” “국민이 모여서 국가가 되는 건데 국민이 미개하니까 국가도 미개한 것 아니겠냐” 이 글을 두고 나이 어린 학생을 향하여 이러쿵저러쿵 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정몽준은 즉각 “제 막내아들의 철없는 짓에 아버지로서 죄송하기 그지없다.”고 사과하며 “아이를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저의 불찰”이라고 자성한 대목은 진정성이 있어 보여 동정불금이다.

그러나 실종자 가족이나 국민의 정서는 내상(內傷)이 깊다. 어느 나라나 문화와 풍속이 다르다. 수천 년 내려온 한국의 문화와 풍속은 다른 나라와 비교대상이 아니다. 더구나 생때같은 목숨이 걸린 가족들의 흥분과 행동을 제어한다는 것은 어림도 없는 일이다. 내 자신의 가족이 실종된 상태라면 어떻겠는가. 차디찬 목소리로 그들을 질책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부하의 잘못은 상사가 책임진다. 자식의 허물은 부모가 지고 갈 수밖에 없는 처지다.

정몽준은 누가 뭐라고 해도 대권을 겨냥하는 지도자다. 아들 때문이 아니라 지도자가 겪고 나가야 할 멍에로 생각하고 상처 입은 국민의 정서를 보듬어줘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후보사퇴가 아픈 일이겠지만 더 큰 내일을 열기 위한 전기(轉機)가 될 수도 있다. 특히 일을 저지른 예선군은 이번 일을 거울삼아 반성하고 신념과 용기로 만난(萬難)이 닥칠지도 모르는 거친 풍파를 헤쳐 나가는데 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국민 모두의 이해와 단결을 촉구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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