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책임
일과 책임
  • 승인 2014.04.28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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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복 수필가
지방자치연구소장
냄비현상이란 말이 있다. 빨리 끓고 빨리 식는다는 말이다.

우리사회의 모든 체제가 냄비현상 속에 묻혀있다. 우리는 빨리 흥분하고 빨리 시든다. 허둥대다가 잠잠하면 그 뿐, 뒤끝이 여물지 않다.

삼풍백화점 붕괴, 대구지하철사고 때 나라 전체가 뒤끓었다. 그 큰 사고들은 역사속의 기록으로 남아있을 뿐 모든 이들의 뇌리 속에서 사라졌다. 바뀐 세대들은 그런 사고가 있었다는 말을 해도 무덤덤하다.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했다. 잊지 않고 과거에 묻혀있다면 얼마나 불행할까. 중요한 것은 다시는 세상을 놀라게 할 그 같은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안전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도 사고는 계속 터지고 있다. 산업사회에서 다양한 인명사고는 피할 수 없다. 그런 일이 나에게도 닥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안고 있다면 하루도 살수 없을 것이다.

이런 불안감을 덜어주는 안전장치가 잘 되어있는 나라가 문명선진국이요, 복지국가가다.

진도 여객선 침몰사고에 우호적으로 위로를 보낸 나라들 가운데서도 세계경제 10위안에 들어가는 한국에서 미개국 대형 참사가 일어났다고 비아냥거렸다.

꿈에서도 볼까 겁나는 선박 침몰 사고가 난 후 처음에는 선장 과 선상 직원들에게 화살이 꽂혔다가 이제는 정부쪽으로 그 방향이 옮겨지고 있다. 사고 배가 소속된 회사가 책임을 져야 하는데도 정부가 비난의 대상이 되는 이유는 국가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해야 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사고로 사람이 사망했다면 사고를 낸 당사자가 일차적 책임이 있고 그 수습책은 보험사가 진다. 워낙 사고가 잦으므로 모두가 그렇거니 한다. 대형 인명사고의 경우는 상황이 다르다. 국가가 간여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보니 구출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했다는 말도 나오고 욕도 먹게 된다.

국가경영이 국민세금으로 이뤄지다보니 국가가 국민을 보호하는 것은 당연한 논리다. 해양수산부장관이 실종자 가족들에게 갇혀 애를 먹는 장면을 보면서 직업의 윤리를 생각게 된다. 직업은 생계유지, 개성의 발휘, 역할의 실천이란 속성을 가지고 있다. 서로 관련된 말이지만 역할의 실천은 직업윤리와 아주 가까운 개념이다. 내 일은 내가 책임진다는 이치다.

공무원은 국민을 위한 봉사자라는 다소 추상적인 위치에 있다. 일의 효율성을 위하여 담당부서가 있고 업무가 나눠져 있지만 그 경계를 분명히 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일은 전문성에 따라 분업하되 나뉜 일을 전체로 조화하는 조정은 어떤 조직에서나 중요하다. 다시 말하면 컨트롤 타워 같은 것이다.

여객선 침몰 첫날부터 이 시간 까지 인명구제 관련 각 기관들은 제대로는 열심히 일해 왔지만 실종자 조속 구제라는 목표에는 접근하지 못했다. 금기시 되어야 하는 할거주의가 고개를 쳐들었기 때문이다. 내 조직의 일, 내 업무의 범위 이런 것들을 따지다 보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중압감으로 무슨 일에든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못하고 일을 피하게 된다. 이 같은 조직보호·몸보신주의 현상이 실종자 구출 작전에 그대로 나타났다. 민간 잠수전문가들과 부분적 갈등도 있었다는데 그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공조직의 생리를 깊이 알지 못하는 국민들은 대 놓고 정부와 공무원을 욕하지만 당사자들의 고충도 있는 것이다. 아직도 많은 실종자들을 찾지 못해 가족들의 속이 물러 터지고 있다. 사고의 원인 등 잘·잘못을 가리는 일은 뒤로 미루고 문제점을 분석하고 해결책을 찾는 일에 온 국가력을 모아야 한다.

정부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물속에 갇혀있는 실종자를 빨리 찾아내야 한다. 그것은 가족들을 위하는 길이고 사태 수습의 숨통이다.

이참에 할거주의와 안일주의 같은 관료제의 병폐를 들어내겠다는 각오가 있어야 하고 대비책을 시스템화 해야 한다. 인재·천재를 망라한 각종 사고에 대한 안전망을 국가 전 체제가 협동해서 광범위하게 쳐야한다. 대·중·소 기업체는 자체적으로 표준에 맞는 안전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언론이 사회통합 분위기 조성의 선두주자로 나서야 한다. 정부만 탓 할 것이 아니라 정치권도 자기반성이 필요하다. 연예계, 체육계의 젊은이들이 실종자 가족을 돕기 위해 쾌척하는 것을 보고 국회의원들도 이일에 동참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늘 국민을 위한다는 말을 입에 달고 있어서다. 국난을 이기는데 다 같이 마음을 모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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