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고향선배 김록영과 평생 함께 한 정치(상)
<특별기고> 고향선배 김록영과 평생 함께 한 정치(상)
  • 승인 2009.06.28 15:2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 상 현 (민주화추진협의회 이사장)

김록영 선생은 전남 장성 땅 고향선배다. 그 분도 마찬가지였지만 나 역시 어려운 집안에 태어나 겨우 입에 풀칠이나 하면서 사는 처지였다. 그나마 김록영 선생은 일찍이 대처인 광주로 나가 활달하게 움직였고 나는 서울로 올라와 온갖 고생을 하며 고학으로 중고등학교를 다녔다.

한영고등학교 야간부를 다니면서 마지막 학기 수업료를 내지 못하여 졸업장도 받지 못했다가 수십 년이 흘러간 다음 명예 졸업장이나마 받게 된 것은 순전히 모교 선후배들의 격려 덕분이다. 김록영 선생은 광주에서 정당에 뛰어들어 특유의 웅변술로 대중을 휘어잡으며 선전부장 역할을 훌륭히 해냈다.

그 덕분에 4.19혁명이 일어났을 때 맨 손으로 데모에 앞장섰다가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그래서 정부로부터 4.19혁명공로자로 건국포장을 수여받은 사실도 있다. 그는 5.18민주화운동 당시에도 이른바 김대중 내란음모사건에 연루되어 모진 고문을 받고 징역을 살아야 했다. 헌병에게 둘러싸여 군사재판을 받을 때에도 아픈 몸을 이끌고 나와 당당한 어조로 김대중선생의 무고함을 밝혀 관계자를 놀래게 만들었다

민주화를 이룩한 다음 5.18민주화운동 부상자로 인정받은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김록영 선생 서거 이후 제정된 민주화운동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에서 민주화운동 관련자를 인정하는 심의를 하고 있으나 그도 신청만 하면 당연히 보상을 받을 자격이 충분함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이는 유가족들이 나서야 할 일이지만 이 분처럼 한 사람이 4.19혁명과 5.18민주항쟁 그리고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세 가지 부문 모두에서 국가유공자로 인정을 받은 사람은 민주화운동 사건이 터질 때마다 단골처럼 옥고를 치른 전대열 동지와 함께 두 사람 뿐인 것으로 알고 있다.

김록영 선생은 내가 개인적으로는 형님으로 부르는 처지였지만 정치적으로는 매우 존경받는 선배였다. 신군부정권 하에서 그렇게도 큰 탄압을 받고 병든 몸이면서도 민추협을 만든다고 하니까 어느 누구보다도 앞장서서 격려하며 나를 밀어줬다.

당시 민한당이 제일야당 구실을 하고 있는 와중이라 기득권을 인정하려는 풍조가 강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집권당의 제2중대 소리를 듣던 민한당으로는 도저히 민주화운동을 효과적으로 전개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 YS를 만나 의중을 탐색했다. 그 분 역시 처음에는 다소 망설이는 느낌이 들었으나 한번 결심을 굳히자 일사불란하게 밀고 나갔다.

이 때 나를 가장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밀어준 분들이 김록영, 조연하, 예춘호, 박종률, 김윤식, 박성철선배 등이었다. 이들 중에서 예춘호 선생만이 아직 건재하고 계시는 것을 보면 인생은 한번 왔다 한번 가는 것임을 새삼스럽게 깨닫게 만든다.

그렇다면 한번 왔을 때 세상에 온 보람을 해놓고 가야 되지 않을까. 그 보람을 개인적인 출세나 금전적인 부유만으로 해석하면 너무 통속적이 된다. 나물 먹고 물마시고 팔을 베고 누웠어도 대장부 기개를 잃지 않아야 그게 보람이다. 그것은 나라와 민족을 위해서 나름대로 노력했음을 나타내야 한다.

안중근선생이나 윤봉길의사와 같은 거대한 족적을 아무나 남기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그에 미치지는 못할망정 정의로운 일, 진실을 실현하는 일을 외면하지 않고 동참하는 것도 큰 일 중의 하나다. 김록영 선생 같은 분들이 우리에게 몸으로 보여준 희생과 봉사의 뜻이 바로 여기에 있다.

민한당을 제치고 새로운 정당으로 신한민주당을 만든 모체는 민추협이다. 이 민추협에 동참하는 것조차 신군부정권 아래서는 모험이었다. 처절한 탄압을 받았던 철권의 공포를 이겨내는 용기가 필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에 이름이 적시된 선배들은 모두 내란음모사건으로 군사재판을 받았으면서도 조금도 굴하지 않고 선두에 섰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