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사연’ 있나요?
당신도 ‘사연’ 있나요?
  • 승인 2014.05.11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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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효진
스피치 컨설턴트
주변의 한 지인이 얼마 전 어버이날이라 부모님을 모시고 가족들과 외식을 했다.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자 정성으로 식사를 대접해야 한다는 생각에 맛집으로 소문난 한정식 집으로 향했다.

하지만, 자리에 앉자마자 오랜만에 가족끼리 모두 모였다는 흐뭇한 마음은 어디가고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

매사에 주로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어머니는 식당에 가서도 음식이 나오자마자 맛이 별로인데다 형편이 없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그래도 맛집으로 소문한 집인데다 몇 차례 식사를 하면서 괜찮은 것 같아 선택한 식당인데 불만족스러워하는 어머니의 모습에 기분이 가라앉았다고 한다. 그런데, 단순히 식당의 밥이 맛없다고 불평하는 어머니 때문에 속상한 것은 아니었다.

항상 불평불만을 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그동안 거부해왔었는데 그 상황에서도 어김없이 그 모습을 발견하면서 마음은 불편해진 것이었다. 바로 ‘사연’ 때문이다. 심리학에서 일컫는 ‘사연’ 은 어떤 사람이 하는 행동 뒤에 숨겨진 그러니까 그 행동을 하게 되는 진짜 이유를 말한다.

지인의 마음이 불편해진 이유는 그동안 어머니가 어떠한 호의를 베풀 때마다 ‘고맙다’는 말보다 혼이 나거나 불평을 쏟아냈던 어머니에 대해 서운함을 간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어머니가 단순히 식사 도중 너스레를 떤다고 생각하면 아무 일도 아닌 것을 그동안 마음 속 깊이 자리한 안 좋은 ‘사연’은 자신을 가만히 놔두질 못했던 것이다. 어머니가 미리 ‘사연’을 알아챘더라면 그렇게 불평하지도 않았겠지만 말이다.

사연이란 그 사람이 간직한 응어리진 마음속 스토리이기 때문에 상대가 알아채지가 쉽지 않다는 점이 있다. 영화 ‘크로니클’을 보면 주인공과 두 명의 친구들이 초능력을 우연히 가지게 되는데 물체를 마음대로 움직이고 부수고 스스로 날 수 있게 된다. 그러던 중 주인공이 학교 내의 왕따, 아버지의 폭행으로 인해 생긴 상처들과 어머니의 죽음으로 인해 파괴자가 된다. 마을을 부수고 자신을 괴롭혔던 친구들을 죽이게 된다.

그때 초능력을 같이 가지게 된 친구들과의 대화다.

“이러지마! 우린 친구잖아! 이건 옳지 못한 일이야!‘

이에 주인공은 이렇게 답한다.

“나한테 명령 하지마! 내가 너보다 힘도 더 세고 넌 날 막을 수 없어!”

극중에서 너무 착하고 영악하지 않아서 탈인 남자 주인공의 과격함을 친구가 저지하려 하지만 소용이 없다. 그런데 알고 보면 주인공이 원했던 말은 “무슨 일이 있는 거야?”라는 말 한마디였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주인공의 본성이 진짜 나쁜 것이 아니라 가족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학교에서의 인간관계에서 비롯된 스트레스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것으로 인해 자기도 모르게 자신의 힘을 분출시켜 주변에 민폐를 끼친다는 점이다.

그에게 상처와 아픔을 남긴 그의 ‘사연’이 무엇인지 한 발짝 물러나 생각해보는 여유와 배려가 있었다면 주인공의 난폭함은 중단되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누구나 이 사연을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 크기가 너무 커서 아픈 삶을 살고 있을 수도 있고, 상대적으로 작은 사연이지만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어서 알게 모르게 자신을 괴롭히고 있는 사연을 갖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족이라는 따뜻하고 든든한 울타리 안에서 서로를 헐뜯고 경멸하면서 만들어진 안 좋은 사연은 어떠한 상황에 불쑥 찾아와 자신과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가족과 소통할 수 있는 접점이 막혀버리고 만다. 가족이기에 서로를 존중하고 서로의 가치관을 이해해주면서 좋은 사연을 만들어내는 순간 가족의 소통은 싹트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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