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아프고 슬픈 ‘2014 가정의 달’
가장 아프고 슬픈 ‘2014 가정의 달’
  • 승인 2014.05.15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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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화 경북대 교수
5월은 일 년 중 가장 화려하고 아름다운 달이며, 또 가정의 달이기도 하다.

그러나 2014년 5월은 아들딸을 잃은 가족들, 그리고 속수무책으로 이들을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우리들 모두에게 가장 아프고 슬픈 달로 기억될 것이다.

가족은 우리에게 생명력과 에너지를 주는 곳이다. 그러나 가족의 형태는 시간과 함께 변화되어 왔다.

가족은 농경사회의 대가족에서 산업사회의 핵가족으로 그 형태가 변하여 왔고 정보화 사회에서는 다양한 가족들이 공존하고 있다.

핵가족뿐만 아니라, 부부가족, 한부모가족, 조손가족, 독신가족, 다문화가족 등, 다양한 가족형태가 공존함으로써 핵가족만이 ‘정상가족’으로 생각하는 것은 더 이상 설득력을 잃게 되었다.

더구나 이제는 2인 가족이 전체가족의 약 25%를 차지함으로써 4인 가족을 앞지르고 있으며, 1인 가족도 4인가족보다 더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가족형태를 핵보다 더 분화된 전자(eletron)기족이라 부르기도 한다.

따라서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기족형태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고 핵가족을 가장 보편적인 가족형태로 보는 ‘핵가족이데올로기’도 더 이상 맞지 않는 것이 되었다.

따라서 핵가족이외의 가족형태는 모두 ‘결손가족’이라 보거나 ‘비정상가족’으로 보는 시각도 맞지 않는 것이 되었다.

이혼가족의 경우, 자녀들이 한부모와 살거나, 할머니와 살아도 그것은 다양한 가족 형태의 하나일 뿐, 정상, 비정상, 또는 결손, 해체가정으로 규정하는 것은 오류를 범하는 것이 된다.

가족 구성원들이 스스로 비정상적인 가족이라고 생각하면 위축되거나 감추고 싶을 것이며, 자신감있고 당당하게 생활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더구나 이러한 왜곡된 가족의 명칭은 자라나는 자녀들에게 좌절감과 공격심, 반항심을 유발할 수 있고, 자신의 가족사를 숨기고 싶은 이중기제와 죄책감도 발동할 수 있다. 흉악범들의 어린시절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지 않은가?

우리사회는 가족문제의 많은 부분들을 개별가족의 사적문제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아, 환경적 요인이나 구조적 요인으로 가족문제를 접근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고, 또 이런 인식이 가족정책의 부재로 연결되고 있다.

통독의 기반을 다졌던 동방정책의 기수 빌리 브란트는 조부모 손에서 성장하였고, 미국의 대통령 오바마도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으며, 수퍼볼 스타였던 하인스워드는 어머니 김영희씨 혼자서 아이를 키웠다. 이들이 모두 한국에서 자랐으면 수상, 대통령, 수퍼볼 스타로 성장할 수 있었을까?

가족이 당면한 문제들은 자녀와의 소통부재(52.5%의 자녀들이 부모와 하루에 30분도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한다), 부모의 이혼에서 발생될 수 있는 자녀들의 정서불안과 혼란, 비정규직 사회의 불안한 경제상황으로 나타나는 아동학대 가족폭력, 고령화 사회에서의 노인학대, 한부모 및 독신모(미혼모)가족정책의 부재, 일하는 엄마의 자녀양육문제, 다문화가족 문제, 그리고 저출산 문제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하다.

이 문제들은 가족 스스로 만들어 낸 문제보다는 사회구조적으로 생산되는 문제들이 더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가정 내에서는 아이들이 건강하게 잘 자라도록 도와주고, 하고 싶은 일을 통해서 마음껏 성장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가족이 할 일이다.

어른이 만들어놓은 틀에 맞추도록 강요하지 말고 자율적이고 자발적인 공부와 창조적 학습이 가능하도록 뒤에서 지켜보아주어야 할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미래를 향해 꿈과 비전을 가지도록 도와해 주는 것이 가족으로서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다.

사회적으로는 이제 세월호 참사를 통해 나타난 우리의 현실을 직시해야한다. 착각과 착시로 인한 그동안의 허세와 과장을 거두고 이웃의 가족들을 우선 챙기는 일이 사회의 최우선 과제가 되어야 한다.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한 규제완화에 끝장토론을 할 것이 아니라 세모녀가족의 사망사건을 접하며 다시는 이런 불행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끝장토론을 해야 했었고, 대통령의 화려한 외국나들이 보다는 내 이웃들의 어려운 살림살이를 보살피는 데 더욱 몰두했어야 했다.

우리아이들이 죽음으로 어른들을 통렬하게 깨우쳤다.

이 깨달음을 가슴깊이 새기고,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어른들, 특히 우리 가족들이 해야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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