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상(心相)이 중요하다
마음의 상(心相)이 중요하다
  • 승인 2014.05.19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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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규 전 대구중리
초등학교장
예천에 가면 유명한 소나무가 있다. 나무 이름은 석송령(石松靈)이며 천년기념물 제294호이다. 나이가 600살이고 키는 10m정도이며 가슴둘레는 4.2m이다. 동서 방향 옆으로 퍼진 폭이 33m이니 그늘 면적이 990㎡(약330평)이다.

처음 보는 순간 모두가 입을 쩍 벌리고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경이롭고 신비하며 기이하다. 나무인데 하겠지만 보통의 나무와는 다르다. 신령스럽다.

이쪽 부분에서 좌우를 살펴보면 거대한 용 두 마리가 용틀임하는 것 같고, 저쪽 그늘 밑에서 위를 쳐다보면 현무가 두 마리 함께 노니는 듯하다. 세상에 이런 광경은 자꾸 상상의 나래를 펴게 한다. 한참 동안 바라보니 나도 함께 그 속에서 노니는 바람기둥이다.

송무백열(松茂栢悅)이라는 말이 있다. 소나무가 무성하게 자라면 옆에 있는 잣나무가 덩달아 기뻐한다는 뜻이다. ‘벗이 잘되는 것을 보면 옆에 있는 사람도 괜히 즐거워진다.’는 말이다. 나도 석송령 곁에 있으니 장수한 듯하고 무한한 행복감과 즐거움을 느꼈다. 소나무는 푸른빛처럼 변하지 않는 지조가 있고, 언제나 푸름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영화를 누린다.

석송령은 사람처럼 땅을 가지고 있어서 세금을 내는 나무란다. 우리나라에서 세금을 내는 몇 안 되는 나무라고 한다. 가지고 있는 땅도 천 평이 넘는다고 하니 참으로 부럽다. 아직도 살아 있고 앞으로도 살날이 많으니까 더욱 우러러 보인다. 옆에는 자식 나무를 키우고 있으니 분쟁이 없는 상속은 당연지사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사람의 삶도 이와 같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을 해 본다.

나무에 대한 고사를 알고자 이문열 평역의 삼국지를 다시 펼쳐 보았다. 추운 겨울날, 열일곱 살 유비는 상산의 나무꾼 늙은이 초옹(樵翁)을 업고 세 차례나 강물을 건너 준다. 이 때 초옹은 유비의 참을성과 인자한 성품에 탄복하여 ‘만 가지 상 가운데 마음의 상이 제일 중하다.’고 풀이를 해 준다.

또 초옹이 말하기를 ‘너는 태뢰(太牢)의 소를 아느냐? 뿔이 곧고 잡털이 섞이지 않은 소를 골라 콩을 먹이고 비단으로 소를 치장함은 그 소를 위해서가 아니다. 나라의 제사에 그 고기를 쓰고자 함이니, 어리석은 소는 백정의 도끼가 정수리에 떨어질 때에야 비로소 슬퍼한다. 벼슬도 이와 같으니….’라고 한다.

태뢰는 소, 양, 돼지 세 짐승의 고기를 모두 쓴 요리를 말한다. 특히 태뢰는 아주 훌륭한 음식이라는 의미도 내포되어 있다고 하는데 어린 유비에게 이 말은 각인되어 평생 기억에 남는 말이 된다.

그리고 그 초옹이 유비를 데리고 간 곳은 동네 입새의 고목나무 아래였다. 초옹은 유비를 그 나무 아래 남겨두고 훌쩍 사라지고 만다. 집에 갑자기 돌아온 유비를 맞이한 어머니는 중도에 돌아온 아들 걱정이 먼저 앞선다.

유비는 고목나무 아래에서의 느낌을 어머니께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나무가 오래 되면 높이 있는 가지부터 마릅니다, 그리고 땅에 가까워 올수록 살아 있는 것들이 늘지만 그것도 그 고목의 줄기에서 시작한 가지는 오래잖아 말라들고 말 것입니다. 그러나 뿌리는 의지했으되 땅의 힘을 빌려 새로 돋은 가지는 싱싱했습니다. 세월이 지나면 반드시 또 하나의 거목(巨木)으로 자라리라 믿어집니다. 저는 바로 그런 가지가 되고 싶습니다. …….’

고목나무 아래에서 뜻을 세우고, 다짐하고 의지를 불태웠다. 그리고 유비는 심상(心相)의 인정으로 백성들과 신하들에게 명망을 얻어 촉나라를 세운다.

조조는 낙양 성 밖 삼십 리쯤 되는 곳에 약룡담이란 못가의 약룡사란 사당 곁의 배나무를 가지고 건시전의 대들보 감을 구한다. 동네 사람들이 수백 살이 넘고 그 꼭대기에는 신인이 살고 있어서 함부로 베어서는 안 된다고 한다.

조조는 위로 천자로부터 아래로는 서민에 이르기까지 나를 두려워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고 자만하면서 허리에 차고 있던 칼을 빼어서 그 나무를 찍었다.

이 일로 인하여 조조는 머리가 쪼개질 듯이 아파 참을 수가 없었다. 조조의 침상에 불려온 명의 화타는 ‘마폐탕을 드시고 잠드신 후에 날카로운 도끼로 머리를 쪼개 그 안에 있는 바람기를 걷어내는 수밖에 없다.’고 한다. 의심이 많은 조조의 노여움을 산 천하의 명의 화타도 이 일로 결국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다. 조조의 최후도 이렇게 차츰 마감되고. 백가지 행동 중에서 참는 것(忍)이 최상이고, 만 가지 관상(觀相)중에서 마음의 상(心相)이 중요함을 석송령 아래에선 곰곰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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