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모양 무덤의 비밀 - 죽어서도 새가 되고 싶다
새 모양 무덤의 비밀 - 죽어서도 새가 되고 싶다
  • 승인 2014.05.19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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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아동문학가
교육학박사
우리의 옛 이야기나 민화(民話)에는 새를 타고 가는 신선의 모습이 자주 등장합니다.

도교(道敎)의 영향을 바로 받은 중국 민담에는 더 많은 이야기가 나옵니다. 땅위만 걸을 수밖에 없는 인간에게 하늘을 난다는 것만큼 큰 꿈은 없었을 것입니다.

커다란 새를 타고 흰 수염을 휘날리며 유유자적하는 모습이 바로 신선의 모습이라고 생각한 듯합니다. 아무리 아픈 사람이라도 하늘을 날아오르면 깨끗이 나을 것이라는 상상도 있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 삼국시대에는 세 나라 모두에게서 새의 날개로 장식한 모자 이른바 조익관(鳥翼冠)이 있었습니다. 이 모자를 쓰고 멀리 서역까지 진출하여 우리의 기상(氣像)과 이상(理想)을 나타내었습니다.

조익관은 옛 인도 간다라 미술에서도 많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또한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최근까지도 머리에 새의 깃털을 꼽아 장식하곤 하였습니다. 깃털의 수와 꽂는 방향에 따라 신분과 하는 일을 나타내었다고 합니다.

조선 제7대 임금인 세조(世祖)와 왕비 정희왕후 윤씨(尹氏)의 무덤인 경기도 광릉(光陵)을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무덤의 경내가 새의 날개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즉 같은 산줄기의 서로 다른 언덕에 왕과 왕비의 능을 따로 만들고 두 능의 중간지점에 하나의 정자각을 세워 ‘V’ 모양의 경내를 조성한 것입니다. 그리하여 이 모습은 마치 날아가는 새를 연상시킵니다.

대칭구조가 인간의 원초적 안정 구조이기는 하지만 이처럼 새가 연상되도록 경내를 조성한 데에는 분명 새와 관련된 인간의 그 어떤 심원(深遠)한 욕구가 반영되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하여 이 광릉의 별칭을 ‘비익총(比翼塚)’또는 ‘우화릉(羽化陵)’으로 하는 것이 좋겠다는 제언도 있습니다.

‘비익총’은 눈과 날개가 각각 하나씩이기 때문에 몸을 합쳐야만 비로소 날아오를 수 있고, 먹이도 먹을 수 있다는 전설 속의 새 비익조(比翼鳥)에 뿌리를 둔 이름이고, ‘우화릉’은 도교(道敎)의 우화등선(羽化登仙)에서 비롯된 이름으로 보입니다.

‘비익총’은 인간이 염원하는바 가장 이상적인 부부관계가 비익(比翼)의 경지라고 볼 때 죽은 뒤에도 그 인연이 아름답게 계속되라는 기원이 담긴 이름이고, ‘우화릉’은 신선이 되어 아무런 방해 없이 하늘도 훨훨 날고자 하는 도교적인 발상에서 비롯된 이름이라 하겠습니다.

도교에서는 최고의 인간상을 신선이라고 보고 신선은 모든 것에 통달해야 하며 자연과 합일되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누구나 깨달음을 얻으면 신선이 된다고 보았으며 신선이 되면 인간 능력 밖의 모든 것을 행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리하여 그 바램 끝에 새를 타고 하늘을 나는 인간의 모습을 정점에 올려놓고 있습니다.

어느 이름이거나 간에 새가 되고 싶은 인간의 염원이 담겨있음이 분명해 보입니다.

무덤 모양에 새가 등장하는 것 또한 우리뿐만 아니고 세계 각국에 흩어져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할 듯합니다.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동물 토템(totem)에 바탕을 두고 곰 모양 고분 등 여러 동물 모양의 고분을 남기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새 모양 고분(Bird Mound)이 비교적 많이 남아있다고 합니다.

위스칸신주 코쉬코농 호수(Koshkonong Lake)를 내려다보고 있는 언덕에도 고분이 여러 기 있는데, 그 중에서도 새가 날개를 펼친 자세로 석양을 바라보며 날아갈듯 누워 있는 무덤이 돋보인다고 합니다.

페루 나스카(Nazca) 사막의 거대한 새의 그림 또한 예사롭지 않습니다. 어떤 갈구가 그처럼 간절하였기에 물 한방을 없는 사막에 돌로 3백 미터가 넘는 거대한 새의 그림을 그리게 하였을까요?

동서양을 막론하고 이처럼 사후에도 새와 관련짓는 것은 새가 인간 정신세계에 미치는 영향이 그만큼 크기 때문일 것입니다.

살아서는 하늘에서 내려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죽어서는 영원한 안식처로 인도하는 것이 새라고 믿었던 것은 아닐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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