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으로 소중한 것은?
진정으로 소중한 것은?
  • 승인 2014.05.21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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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규성 논설위원
사람은 살면서 자신에게 진정으로 소중한 것을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다소 손실이 있더라도, 소중한 것을 다시 찾을 경우는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특히 그것이 탐욕에 의해서라면 안타까운 일이다. 자신이 키우는 염소의 마리 수로 부와 사회적 신분이 정해졌던 목동 중에 한 가난한 목동이 살았다. 가난했다는 말은 그가 키우는 염속의 마리 수가 적었다는 의미이다. 한 겨울에 땔감을 마련하기 위해 산에 나무를 하러 갔던 이 목동은 우연히 산속에서 한 동굴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 속에서 행운을 찾았다. 이 목동은 동굴 속에 있는 야생 염소 떼를 발견했던 것이다.

목동은 순간 너무 기뻐서 눈물을 흘리며 신께 감사했다. 이 얼마나 잘 된 일인가? 이 목동에겐 이젠 그 어떤 보물도 필요 없었다. 그의 가축, 즉 염소는 이제 두 배로 늘어날 것이다. 그는 이제 먹을 것도 아끼고, 자는 시간도 아껴서 이 사랑스런 야생 염소 떼를 사육할 것이다.

그는 이제 부자다. 그는 그가 살고 있는 낮은 산림지대 마을 전체에서 가장 많은 염소를 키우는 부자가 될 것이다. 목동에게 가축 떼는 귀족의 영지와 다름이 없다. 목동은 가축을 사육하며 자유로이 방목을 하기도 하며, 가축으로부터 우유와 버터와 치즈를 얻기도 하고, 또 필요하면 고기를 얻고, 마지막으로 가죽까지 얻지 않는가?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산 속 동굴에 그것도 한 겨울에 한 무리의 야생 염소 떼를 사육하려면 많은 사료가 필요하다. 다음 날부터 목동은 이 야생 염소 떼에게 많은 사료를 퍼 날랐다. 겨울이라 그렇게 많은 사료를 구할 수 없었던 목동은 자신이 집에서 키우는 염소의 사료를 갖다 주었다. 목동은 이 야생 염소 떼가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 없었다. 그는 이 야생 염소 떼를 귀여워했고, 어루만져 주었으며, 이들을 보살펴주기 위해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산을 오르내렸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방법으로 이 야생 염소 떼들이 자신을 따르도록 많은 노력을 했다.

그러나 세상은 공평한 법이다. 하나에 치중하면, 또 하나는 소홀해지기 마련이다. 이 야생 염소 떼에게 사료를 많이 갖다 주면 줄수록 집에서 사육하는 염소들에게 돌아갈 몫은 적어지는 법이다. 어떨 때는 집에서 사육하는 염소들에게 아애 사료를 주지 않은 적도 생겼다. 그런데도 목동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집에서 사육하는 염소들을 쉽게 생각했던 것이다.

단순한 행위일지라도, 행위들이 반복되면 관행이 된다. 결국 목동은 야생 염소 떼들을 돌보는 일을 하루 일과의 가장 우선적인 일로 삼았고, 가장 먼저 그 일을 했다. 그런 다음, 집에서 기르는 염소들에게는 작은 건초 더미만 성의 없이 던져 주고 돌아서 버렸다.

소홀함과 무관심이 반복되면 불행이 찾아온다. 겨울이 가고 봄이 오자 드디어 비극적인 일이 발생했다. 산기슭의 눈이 녹고, 계곡의 얼음이 녹자 산 속 동굴 안 야생 염소 떼들이 야생의 본능을 드러낸 것이다. 그동안 목동의 보살핌으로 통통하게 살이 찐 야생 염소 떼들은 산속 여기저기로 흩어졌다. 그들에게 동굴 속의 갇혀 있는 생활은 참을 수 없었던 것이다. 바위 절벽을 따라 이리 저리 뛰어 노르면서 마음껏 삶의 본능을 발휘했다.

한편 산 밑의 낮은 저지대 마을에는 심각한 비극이 찾아왔다. 목동의 따뜻한 보살핌을 상실한 집에서 사육되던 염소들은 사료의 부족으로 점차 기력이 쇠해져 갔다. 어떤 염소들은 아애 혼자서 일어서지도 못했다. 최종적인 원인이 무엇인지 밝혀지지 않았지만, 혹자는 목동의 사랑이 부족했다고도 하고, 또 혹자는 먹이가 부족했었다고도 한다, 결국 집에서 사육하는 염소들은 모두 병들고 죽고 말았다. 그리고 얼마 전 추운 겨울 날, 따뜻한 봄날이 오면 지금 가진 염소들보다 두 배나 많은 염소 떼를 거느리며 부자가 될 것이라 상상하며 기뻐했던 목동은 거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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