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으로 소통해보셨나요?
익명으로 소통해보셨나요?
  • 승인 2014.05.27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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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효진
스피치 컨설턴트
“사회관에 조교 선생님 말고 청순한 여자분 너무 멋지고 예뻐요 ~ 익명이요.” 요즘 SNS를 통해 ‘익명’을 매개로 한 새로운 소통 방식이 등장해 눈길을 끈다. 대학별로 SNS에 ‘대신 전해드립니다’라는 페이지가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이 페이지는 이름 그대로 특정인, 혹은 불특정 다수를 향한 개인의 메시지를 운영자가 익명을 보장한 채 대신 전해주는 곳이다. ‘핑크빛 메시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갑을 잃어버렸는데 찾아주세요’라며 분실물 신고도 하고, ‘기숙사에서는 목소리를 낮춰주세요’라고 불만을 털어 놓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은 학교뿐 아니라 기업의 직원들 사이에서도 익명게시판을 통해 회사에 대한 이야기를 자유롭게 나눌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을 활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하면 이용자의 스마트폰 주소록에 저장된 사람들을 익명으로 연결해준다. 그리고 이용자가 글을 게재하면 주소록 지인들에게는 작성자가 ‘친구’ 또는 ‘친구의 친구’로 보여진다. 댓글도 마찬가지다. 아이디나 이름이 표시되지 않는다.

어떤 종류의 어플리케이션은 주고받은 메시지를 저장하지 않는다. 그리고 받은 메시지가 10초 내에 사라지거나 잘못 보낸 메시지를 삭제할 수 있다. 또한, 익명 채팅방을 열어 익명으로 대화를 주고받을 수도 있다. 인신공격이나 음란성 글 등 악성 게시물이 올라오면 신고할 수 있도록 되어있는데, 같은 회사 사람들끼리 쓰기 때문에 서로 지키는 선이 있어 이런 장치는 사용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한다.

이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보니 익명으로 소통을 원하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고, 어떤 회사는 최근 노동조합 설립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오고 간 것으로 전해졌다. 높아지는 업무강도와 복지혜택 변경 등에 불만을 느낀 직원들이 노조의 필요성을 제기했고, 호응을 얻으면서 여론이 형성됐었다.

이처럼 오프라인에서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는 것을 SNS상에서 그것도 익명으로 소통하고 싶은 욕구가 드러난 것은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수직적인 서열을 중시하는 문화가 있기 때문에 자유롭게 말하지 못하는 습관이 배어 있다 보니 적극적인 대화 창구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물론 다른 기업에 비해 수평적인 기업 문화를 갖췄다는 IT기업의 수요가 많긴 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기존 SNS 이용자들이 사생활 노출에 따른 피로도가 높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기존의 SNS 서비스의 경우 이용자의 자취가 기록되기 때문에 자유로운 소통을 오히려 불편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인데, 그래서 좀 더 긴밀하고 자유로운 소통을 하고 싶은 이용자들의 욕구가 익명 SNS의 확산을 유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려되는 점 또한 있다. 같은 회사 사람들이 쓰기 때문에 서로 지키는 선이 있다고 하지만, 근거 없는 루머를 양산하거나 특정 인물을 공격하는 사례도 생길 수 있다.

익명성이 보장된 네트워크에서는 어떤 말이라도 다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개인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는 끔찍한 말들이 쏟아질 위험성이 크다. 그리고 SNS 전파 속도가 매우 빠른 요즘 같은 상황에서 악성 글들 역시 빠르게 공유된다. 그로 인한 사회적인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익명성보다 중요한 것은 건강한 소통 문화일 것이다. SNS 익명게시판을 이용하지 않더라도 오프라인에서 서로 의견을 내고 부딪치면서 조직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것이 그 조직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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