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과 6·4 지방선거
유병언과 6·4 지방선거
  • 승인 2014.05.28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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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복 지방자치연구
소장, 수필가
세월호 참사가 나라 전체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하나의 큰 사건이 지금처럼 정치·경제·사회·문화 전반에 악 영향을 끼친 일이 있었던가. 모두가 전쟁을 치루고 있는 분위기다.

바다에서는 아직도 실종자를 찾는 일이 계속되고 있다. ‘소 도둑맞고 외양간 고친다’더니 혼이 난 정부가 대형 재난에 조직적으로 대비하기 위해 국가안전처를 신설할 계획을 하고 있다.

복잡한 산업사회에서의 대소 각종 안전사고는 언제나 일어날 수 있는 재앙이다. 여러 정황으로 볼 때 세월호 침몰사고 역시 이미 예정되어 있었던 사고 덩어리였다. 운 나쁘게 박근혜 정부 때에 터졌을 뿐이다.

일반적으로 선진 문명국은 불현듯 찾아오는 각종 사고에 대응할 수 있는 체제가 잘 갖추어져 있다. 재앙을 사전에 방지하거나 피해를 최소화 하고 차선책을 강구하는 학습과 훈련이 생활화 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는 급작스레 찾아온 2만 달러 넘는 경제적 단맛에만 취했지 대형 안전사고 같은 것은 염두에도 없었다. 정치권도 행정권도 국민들도 똑 같이 그랬다.

대형사고가 터지고 나니까 네 탓이라는 소리만 들린다. 야당 정치권과 반정부 집단들은 사고를 낸 당사자 보다 정부의 잘못이 더 크다고 몰아세우고 있다. 그 일로 대통령이 몇 번이나 사과하고 눈물로 읍소까지 했지만 그 여운은 아직도 가시지 않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짙은 안개 속에 갇혀있다. 국민들은 짙은 운무에 가슴 답답해한다. 유병언이 체포되고 6.4 지방선거가 끝나면 나라 전반에 낀 안개가 걷히게 되려나. 국민들은 시장이나 도지사를 뽑는 일보다 유병언이 언제 잡히느냐에 관심이 쏠려 있다.

과거 여느 흉악범 보다 유병언은 유명 범죄자가 되었다. 도피 중인 범죄자에 대해 대통령이 나서서 빨리 체포하라고 닦달하는 일은 이전에는 볼 수 없었다. 세월호 사건이 그 만큼 중요하고 유씨가 국가의 공권력을 비웃고 있다고 판단해서 그런 말을 했을 것이다.

유씨는 일반 국민들이 이해할 수 없는 종교집단의 교주로서 숱한 비리로 수천억 원대의 재산을 모았다. 악덕 사이비 교주들이 그랬듯이 헌금이란 명목으로 성도들의 돈을 착취하여 부를 형성하고 각종 기업을 운영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는 300여명의 생목숨을 바다에 매장시킨 세월호의 실제 선주다. 누가 봐도 사고 원인 제공자라 할 수 있는 유병언은 구원파의 성도들을 이용하여 종교탄압 운운 하면서 검찰의 호출에도 불응하고 몸을 숨겼다.

검찰이 유래에 없는 5억원의 현상금을 내 건 것을 보면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이다. 과거 오대양 사건과 관련, 상습 사기범으로 징역을 산 그가 수년 만에 그 많은 재산을 일궈 낸 배경에는 그의 사업 수완도 한몫 했겠지만 그 같은 무뢰한이 발붙일 터전을 마련해 준 것이 바로 이 나라란 것이 부끄럽다.

그가 잡히면 세월호와 관련, 얽힌 타래가 술술 풀려질까. 범인은 반드시 잡히는 것이 철칙이다. 프랑스로 도망간 유씨의 장녀가 체포되었다고 한다. 보통사람 같으면 자식을 생각해서라도 자수라도 하겠지만 그는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을까. 돈만 추구해 왔던 자신의 삶이 자녀들까지 전과자를 만들고 폐가망신 시켰다는 자괴감 같은 것은 없을까.

이런 분위기 속에서 지방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지방선거가 늘 그랬듯이 투표자들의 선거 무관심은 여전하다. 후보자들도 김이 빠진 것은 마찬가지다. 로고송도 없고 한결 조용하다. 거리에는 시장·시의원·구청장·구의원·교육감 후보자의 현수막이 어지럽게 걸려있다. 누가 어떤 직에 출마했는지 구별이 안 된다. 선거방법의 무질서가 극에 달했다. 구의원의 경우 한 선거구에서 같은 정당 후보 3명이 함께 공천된 경우도 있어 혼란을 가중시킨다.

선관위에서 배달한 홍보지를 차근차근 보면서 체크하지 않으면 선거가 뒤죽박죽 될 것이 틀림없다. 그럴 투표자가 몇이나 될까. 이런 가운데 정당들은 흠집 내기에 혈안이다.

TV 자막에는 세월호의 슬픔을 표로 나타내 달라는 야당 대표의 글이 뜨고 있다. 국가와 국민들의 비극을 은영 중 선거판으로 끌고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정부 개혁도 필요하지만 정치 개혁도 해야 할 것 같다. 유병언이 체포되고 지방선거가 끝나야 마음을 답답하게 하는 안개가 다소 걷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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