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무엇을 기다리는가 - 그 한량없는 인고의 시간
아버지는 무엇을 기다리는가 - 그 한량없는 인고의 시간
  • 승인 2014.06.04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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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아동문학가
교육학박사
펭귄은 날기를 포기한 새 중의 하나입니다. 날기를 포기한 새는 살아남기 위해 현실과 치욕스러운 타협을 하든지 아니면 보다 안전한 환경을 찾아 멀리 떠나야 합니다. 어느 것을 택하든지 간에 피나는 조건입니다.

펭귄은 멀리 남극 대륙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영하 60도까지 내려가는데다 바람은 시속 200킬로미터에 이르는 추운 곳입니다. 겨울이면 밤만 계속됩니다. 또한 거기라고 해서 다른 포식자가 없는 것도 아닙니다. 바다사자나 물개들이 늘 기회를 노리고 있고, 심술궂고 난폭한 괭이갈매기, 도둑갈매기 등이 호시탐탐 알과 새끼를 노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곳에서 살아가야 하기에 펭귄들은 남다른 생존 전략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이곳 펭귄들의 최상 배우자 조건은 뚱뚱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몸에 비축해둔 지방이 많아야 추위를 이겨내기 쉬울 뿐만 아니라 육아(育兒)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암컷 펭귄은 여러 경쟁자를 물리치고 뚱보 수컷을 차지합니다. 그리고는 알을 낳아 수컷에게 맡기고는 그 동안 알을 낳느라 소진된 기력을 보충하기 위해 바다로 떠납니다.

수컷 펭귄은 알을 받아 발등에 얹고는 날개로 감싼 채 꼬박 50여 일간을 꼼짝도 하지 않고 품습니다. 닭을 포함한 대개의 조류들이 20여 일 전후에 부화를 시키는데 비해 이곳에서는 그 배가 넘는 시간을 품어야 합니다. 만약 실수를 하여 알을 떨어뜨리면 1분 만에 얼어터지고 맙니다. 그래서 펭귄들은 수컷들끼리 어깨를 짜고 울타리를 만드는 이른바 허들링(hurdling)을 하게 됩니다. 바람을 등에 지고 어깨를 짜면 어느 정도 추위를 막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펭귄들은 생존을 위해 협동도 하지만 경쟁도 대답합니다. 어쩌다가 알을 놓친 펭귄은 대신 얼음덩이나 돌멩이를 품기도 하는데 자기 알이 아닌 것을 알고는 남의 알을 훔치기 위해 기회를 봅니다. 슬픈 소리를 내어 상대방을 속이기도 하고, 괭이갈매기의 습격이 있으면 자기를 방어하기 보다는 누가 알을 놓치지 않는가에 더 관심을 가집니다.

수컷 갈매기는 알을 품는 동안 아무 것도 먹지 않습니다. 오직 비축해둔 지방을 소화시키면서 버팁니다. 그리하여 마침내 알을 부화시키게 되면 수컷 은 40여 킬로그램이나 나가던 몸무게가 반으로 줄어들게 됩니다. 그래도 수컷은 멈추지 않고 암컷이 돌아올 때까지 이른 바 펭귄 밀크(Penguin milk)라고 불리는 물질을 토해내어 아기에게 먹입니다. 펭귄 밀크는 위벽에 붙어있던 부유물질과 소화기관 일부라고 하니 바로 자기 몸을 뜯어 아기를 키우는 것입니다.

아기가 조금 자라면 자꾸만 밖으로 기어나가려고 합니다. 그러나 나가면 금방 얼어 죽을 뿐만 아니라 도둑갈매기 등에게 몸을 뜯어 먹히고 맙니다. 아기 팽귄의 생존율은 60% 밖에 되지 않으므로 수컷 펭귄은 밤낮없이 노심초사하게 됩니다.

이윽고 두어 달 만에 암컷이 돌아오면 암컷에게 아기를 넘기고 이번에는 수컷이 기력을 회복하고자 100여 킬로미터나 떨어진 바다로 나갑니다. 바다에서 가까운 곳에서는 위험하기 때문에 내륙 깊숙이 들어와 알을 부화시키는 것입니다.

수컷은 기진맥진하면서도 더러 암컷에게 아기를 쉽게 내어주지 않으려 합니다. 바다에서 금방 돌아온 암컷이 믿을 수 없어서가 아니라 그 동안 품고 있던 피붙이를 놓고 싶지가 않기 때문입니다. 피골이 상접한 순간에도 아기를 놓쳐서는 아니 된다는 본능적인 부성애를 안고 있는 것입니다.

수컷이 암컷에게 아기를 넘길 때에는 여간 조심하는 게 아닙니다. 이때에 조금만 실수하면 도둑갈매기나 알을 잃어버린 다른 펭귄에게 빼앗길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야말로 순간순간이 긴장의 연속입니다.

이 눈물겨운 부성애가 어찌 펭귄들만의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이 땅의 모든 아버지들이 이 펭귄들보다 훨씬 더 강한 부성애로 여러분들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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