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임명직 국회의원’들에게 회초리를…
대구·경북 ‘임명직 국회의원’들에게 회초리를…
  • 승인 2014.06.05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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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창 명예주필
여민컴 대표
6·4지방선거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 선거는 예상대로 새누리당 권영진, 김관용 당선자의 승리로 막을 내렸지만 대구·경북 유권자들은 볼 일 보고 뒤를 안 닦은 것처럼 찜찜하다. 찜찜함을 넘어 불쾌하고 분한 감정을 애써 억누르는 이도 적잖다. 선거과정에서 새누리당이 대구·경북을 푸대접했기 때문이다.

무슨 소리냐고? 새누리당 중앙당은 남부권 신공항 입지를 놓고 대구·경북을 서자(庶子) 내지 ‘주워온 자식’ 취급을 했다. 새누리당은 지난달 28일 부산 강서구 대항동 가덕도 신공항 후보지에서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를 개최했다. 부산시장 선거에서 새누리당 서병수 후보가 무소속 오거돈 후보와 초박빙 대결을 벌이자, 서 후보의 가덕도 신공항 건설 공약을 지원하는 모양새로 ‘꼼수’를 벌였다.

박근혜 정부 들어 가뜩이나 ‘기춘대원군’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을 비롯한 PK(부산·경남)인맥이 정부와 청와대, 새누리당의 요직을 독점하면서 TK(대구·경북)인사들이 소외감을 느끼던 차에 대구·경북의 숙원사업인 신공항 입지마저 부산 쪽 손을 들어준 셈이다. 박근혜 정권 창출에 가장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는 대구·경북 사람들로선 복장이 터질 노릇이다.

대구·경북 주민들도 이제 분명히 깨달아야 한다. ‘우는 아이에게 젖을 주고 짖는 개를 돌아본다’는 속담 말이다. 이번 6·4지방선거의 대구시장과 대구교육감 선거결과를 놓고 보면 대구·경북 주민들도 ‘그물에 가둬놓은 물고기’에 먹이를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조금은 느낀 듯하다. 새정치민주연합 김부겸 대구시장 후보와 진보교육감을 표방한 정만진 후보가 각각 40%와 30% 안팎의 득표율로 선전한 것도 이 때문이다. ‘묻지마 지지’가 여전하지만 김 후보와 정 후보는 ‘보수의 철옹성’ 대구에서 유의미한 득표로 대구정치 지형에 변화의 싹을 틔웠다는 점에서 박수를 보낸다.

박수 받을 이가 있는 반면, 회초리를 맞아야 사람도 적잖다. 바로 대구·경북지역 새누리당 소속 국회의원들이다. 새누리당이 부산 가덕도에서 중앙선거대책위원회를 열고 가덕도 신공항 유치에 힘을 싣는 동안 대구지역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은 수수방관했다. 따라서 지방선거는 끝났지만, 새누리당 소속 지역 국회의원들의 행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새누리당 소속 대구 국회의원들은 가덕도에서 열리는 새누리당 중앙당 선거대책위원회 회의를 미리 알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언론보도로 대구 민심이 심상찮게 흐르자 뒤늦게 면피용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성명서를 발표했다. ‘20일짜리 금뱃지’들의 한심한 작태를 지역 유권자들은 분명히 기억해 다음 총선에서 그 배신의 대가를 톡톡히 치르도록 해야 한다. 경북지역 새누리당 국회의원들도 마찬가지다. 새누리당 경북지역 국회의원들도 신공항 문제는 팽개치고 군수공천 잡음지역인 영덕으로 몰려가 긴급지원 유세에 나섰다.

강주열 남부권신공항 추진위원장은 “대구·경북의 반발을 뻔히 예상하고도 새누리당 중앙당이 ‘가덕도 회의’를 강행한 것은 무조건 새누리당을 찍어준 탓”이라고 강조했다. 강 위원장의 말처럼 새누리당 소속 지역 국회의원들은 ‘새누리당 공천장’이 중요하지, 지역 유권자들은 안중에 없다. 공천권을 쥔 당 지도부나 청와대의 눈 밖에 나지 않으면 된다는 생각이다.

이러니 지역 유권자를 대변하기는커녕 영혼 없는 허깨비 놀음만 하는 것이다. 오죽하면 지역 국회의원들을 ‘비례대표 국회의원’보다 못한 ‘임명직 국회의원’이라고 부르겠는가.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지역 국회의원들의 ‘줄서기’와 ‘줄 세우기’는 유별났다. 새누리당은 대선공약을 파기하면서까지 기초선거 공천을 강행했다. 대신 상향식 공천으로 공천 개혁을 하겠다고 천명했다. 그러나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대구지역 모 기초의원 선거구의 경우 흠 있는 후보들을 공천한 뒤 이들의 당선 가능성이 떨어지자, 흠이 없는 후보에게 선거운동을 너무 열심히 하지 말라는 각서를 쓰게 했다는 소문까지 들리는 판이다. 새누리당은 부도난 ‘공천 혁명’을 개선하는 방안을 차기 지방선거에선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

보리수염은 석달 전 본 지면을 통해 지역경제도 살려야 하나, 신공항 유치 등 지역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단체장이 선출돼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대구에서만 매년 1만 명의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 등지로 떠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대구·경북지역은 사실상 수도권에 편입된 충청권에 인구수에서 밀릴 상황이다. 새누리당 중앙당이 TK를 버리고 PK를 선택한 이유도 따지고 보면 PK 유권자수가 훨씬 많은 때문이다. 충청권보다 인구수에서 뒤진다면 앞으로 대구·경북의 정치적 입지는 사라진다.

따라서 권영진, 김관용 당선자는 신공항 유치에 시장과 지사직을 걸기를 바란다. 아울러 뒷짐 진 지역 국회의원들에게 채찍을 들 것을 주문한다. 만약 지역 국회의원들이 움직이지 않으면 지역 유권자들이 2년 후 심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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