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 그리고, 네거티브
소문 그리고, 네거티브
  • 승인 2014.06.10 09:2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효진
스피치 컨설턴트
소문이란 두 사람이 모이면 탄생한다. 그리고 그 소문은 계속해서 확대 재생산된다. 게다가, 소문은 처음 탄생했던 상태 그대로이기란 쉽지 않다. 조직에 여러 사람이 모이다보니 말이 말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문제는 소문의 대부분이 험담이라는 점이다.

험담은 조직 내에서 업무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구성원들간 불신의 벽을 만들어 소문의 당사자나 조직 모두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그런데 소문이라는 것은 악영향을 끼치기도 하지만, 양날의 칼처럼 순기능이 있기도 한다.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왜 소문내기에 동참하는지 물었더니 ‘회사 상황과 타인에 대한 정보’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컸다. 아무래도 소문이란 공식적인 통로를 통해 파악하기 힘든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할 것이다.

그러다보니 당사자가 없는 상황에서 신뢰할 만한 사람과의 뒷담화는 일하는 과정에서 억눌렸던 스트레스나 불쾌한 감정을 해소하는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또 제 3자에 대한 뒷담화를 하면서 동료간 친밀감도 형성된다. 비밀 이야기를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해 더욱 친밀한 유대 관계가 맺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뒷담화에 참여하는 이유로는 뇌가 집중해 자기 스스로를 보호하려 하는 행동의 일종이라는 연구결과도 있다. 미국 노스 이스턴 대학의 리사 베넷 박사 연구팀이 66명의 대상에게 온화하고 붙임성 있어 보이는 얼굴 사진 두 장을 동시에 놓고 그들의 평소 생활을 들려주었다. 예를 들어 “마트에서 노인을 도와줬다”거나 “성질이 못돼 같은 반 친구에게 의자를 집어 던진다”와 같이 좋거나 나쁜 내용도 포함했다. 또 사진을 보면서 집중력이 떨어지도록 실험 내용과 무관한 키보드 입력을 시키거나 다른 이미지를 제시하기도 했다.

그 결과, 사람들은 뒷담화 대상인 사람들의 사진을 보면서 더 집중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나쁜 소문이 들리는 사람의 사진을 더 오래 바라보았다. 별 소문이 없거나 좋은 소문이 있는 사람의 사진을 보는 시간은 짧았지만 뒷담화의 대상은 유심히 쳐다봤다는 것은 우리 뇌가 자기에게 해를 끼칠지도 모르는 사람은 유심히 보고 방어하기 위한 정보를 수집하려 하기 때문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소문은 선거에서 네거티브와 비슷한 개념으로 표현될 것이다. 이번 지방 선거에서도 네거티브의 유혹은 멈추지 않았다. 정치인들이 정치공세를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미국의 정치학자 커윈 스윈트(Kerwin Swint) 케네소 조지아 주립대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은 드라마와 가십거리를 좋아하는데, 선거는 이런 두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다. 그리고 사람들은 다른 사안보다 네거티브를 더 쉽게 기억한다”고 말이다.

그런데, 네거티브가 단기적으로 상대 후보에게 타격을 줘 표를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긴 하나, 상대방의 약점을 파고드는데 치중해 자신의 강점을 부각시킬 기회를 놓치고 결국 근거 없는 의혹 제기였음이 밝혀지면 역풍을 맞을 수 있는 위험한 전략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는 한쪽 편에 서 있는 사람들은 자기편이 아무리 나쁜 행동을 해도 덮어놓고 지지하는 경향이 있다 보니 네거티브 전략을 펼치더라도 큰 영향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한국 정치가 미국처럼 양당제로 고착화되어가는 상황이 네거티브의 좋은 토양이 되고 있는 부분이다.

소문, 그리고 네거티브. 이 둘은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정보 수집이라는 점에서 그 맥을 같이 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조직 시스템의 안정성과 건강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해야 한다는 점. 그래서 소문과 네거티브는 닮아있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