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지방선거 낙수
6·4 지방선거 낙수
  • 승인 2014.06.11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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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복 지방자치
연구소장·수필가
6·4 지방선거는 세월호 참사의 블랙홀에 빠져 조용하게 치러졌다. 정당들도 몸을 사렸다. 투표권자들의 눈치를 보느라 유세차의 소란스런 음향도 자제했고 운동원들의 퍼포먼스도 볼 수 없었다. 그러나 겉과 달리 속은 뜨거웠다. 지방선거가 중앙의 정치선거로 치닫고 있었다. 지방자치단체가 스스로 자기의사를 결정한다는 지방자치의 본질이 중앙 정치권에 의해 재단되고 훼손되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세월호 참사를 정부와 새누리당의 무능과 연계하는 선거 전략을 펼쳤고 그것이 먹혀드는 것처럼 보였다. 기초지방선거의 정당 공천 여부로 옥신각신 하던 여·야는 세월호 침몰사고가 터지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내심 원하던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의 정당공천을 그대로 유지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었다. 알다시피 지역구 국회의원들은 자기 선거발판인 선거구에서 핵심 심복으로 일하는 기초의원들을 움켜잡기 위해서는 정당공천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늘 염두에 두고 있었다.

실제 이번 선거에서도 그들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 한 선거구에서 3인을 뽑는 기초의원 선거에서 가·나·다 순위 결정도 국회의원이 임의로 정했다는 말도 들린다. 야당의 승산이 점쳐지고 있는 가운데 세월호 사건을 빌미로 정치적 촛불집회가 열리고 대통령 하야라는 말도 나오고 있었지만 새누리당은 난국을 극복할 대안이 없었다. 세월호 침몰의 원인제공자인 유병언 도피사건은 사회의 불안을 부채질 하였고 투표율이 저조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여성 대통령의 눈물은 국민들의 마음을 흔들기에 충분했다. 대통령을 도와야 한다는 말이 번졌고 새누리당에 표를 줘야 한다는 말도 나왔다.

어수선한 가운데 실시된 지방선거는 예측을 벗어난 결과를 보였다. 지방선거는 야당이 승리한다는 철칙이 깨어졌다. 뚜렷하게 누가 이겼다고 말 할 수 없는 선거였다. 17개 광역단체장 중 여당은 8석, 야당은 9석을 차지했다. 서울시장은 야당에게 내 줬지만 여당은 경기·인천을 어렵사리 건졌다. 비례대표를 뽑는 정당선호 선거에서는 새누리당이 야당보다 앞섰다. 기초단체장·광역·기초의원 당선자도 새누리당이 새정치연합보다 많았다.

총체적으로 볼 때 6·4 지방선거는 여당이 야당보다 우세했다. 로또 선거라는 교육감선거는 투표자의 관심과 동떨어져 있었다. 정당 공천이 없기 때문에 수많은 후보자가 난립되었고 어부지리를 얻은 것은 단일 후보를 낸 진보성향 인사였다. 17명의 교육감 당선자 중 전교조 등 진보적 인물이 13명이나 된다. 후보자를 거르는 정당공천이 없으므로 당선자 가운데는 전과자도 섞여있다. 교육의원 선거 없이 교육감 선거만 있는 것은 교육자치라 할 수 없다. 여러 정황으로 미루어 교육감 직선제는 폐지하는 것이 옳을 상 싶다.

이번 선거에서 특히 두드러진 것은 지방의원들의 물갈이가 많았고 야당과 무소속 등 진보적 인물이 다수 당선됐다는 점이다. 기초의원의 경우, 대구 8개 구·군에서 절반 이상이 교체되었다. 지방의회에 새 인물이 들어오는 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새누리당 일색의 기초의회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단체장에게 긴장감을 주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대부분의 지방의원들은 스스로를 정치인으로 잘못 인식하고 있다. 우리는 중앙정부가 야당의 무조건 반대에 밀려 제대로 일을 못하는 경우를 수없이 봐 왔다.

만약 지방의원이 단체장과 정당이 다르다는 이유로 반대만 한다면 지방행정이 제대로 굴러갈 수 없을 것이다. 지방의원은 국정을 다루는 국회의원과 달리 일정한 지역의 행정을 지원하는 주민대표자로서의 위치에 있음을 알아야 한다. 지방자치의 핵심은 견제와 균형 checks and balances 이다. 좋은 정책은 밀어주고 행정감사·조사를 통하여 집행부를 감시하는 역할을 철저히 해야 한다. 지방자치제는 유능한 정치인을 키운다는 말이 있다. 서울시장·광역시장·도지사 당선자가 차기 대권주자 후보군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만큼 중량감 있는 정치인이 광역단체장이 되었다는 것은 국가 장래를 위해서도 다행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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