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퇴임 이후 …
정년퇴임 이후 …
  • 승인 2014.06.15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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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종 시인
정년퇴임한 지도 어느덧 10년이 되어간다.

정년퇴임을 한지가 거의 10년이 되었지만, 퇴직을 한 직장을 일부러 찾지 않는다.

말 같잖은 말의 주인공이 되고 싶지 않아서이기도 하다. 저 화상이 교장으로 퇴임하고, 교장직에 아련히 향수가 느껴져 다시 학교를 찾는다는 말이 듣기 싫어서다.

퇴임 만 10년을 거뜬히 넘기고 나서, 볼 일이 생기면 비로소 찾아갈 것이다.

정년퇴임 직전에 퇴임이후의 2모작 인생을 설계하는 세미나에 발바닥에 땀이 날 정도로 찾아다니는 화상들도 많은데, 필자는 재직 중 너무 직무가 바빠 미래계획 같은 것은 거들떠 볼 시간도 없었다.

솔직히 필자는 중등교원으로 교직에 종사하면서, 재직 중 짜릿한 감동을 느껴본 적이 전혀 없었지만, 정년퇴임 이후 비로소 교직의 고마움을 실감하게 됐다.

당시 일반 행정직은 고급 공무원(5급 이상)이 되어야 만 60세 퇴직이 보장되는데, 초·중·고 교원의 경우 직급에 관계없이 62세까지 근무할 수 있어 일반 고위직 공무원 보다 2년이나 덜 심심하니 그야말로 이게 웬 떡이냐다.

정년퇴임직전에 퇴임하고 나서 할 일을 생각한 적이 있는데, 필자는 1971년10월에 도둑이 집에 들어 털린 뒤부터 가정의 파수병인 개를 기르게 되었다.

정년을 맞은 2004년 8월31일까지 양견(養犬)이력이 33년을 헤아리게 되었다.

오랜 기간 개를 길러보니, 주인을 절대로 배반하지 않고 충성을 다 하며, 비록 말은 못해도 주인의 눈빛만 봐도 주인의 마음을 헤아리는 영특함을 견공(犬公)들은 갖추고 있다.

가정의 파수꾼인 ‘개 돌보미’는 무료한 시간을 죽이는 데는 더 할 수 없는 묘방이란 생각이 든다.

개 식사는 하루, 아침저녁 두 끼만 챙기면 된다. 개 전용 프라이팬에 하루 두 번 요리를 한다. 집 식구들이 모르게 시식(試食)을 해보면, 필자가 궁중 요리사가 된 착각이 들기도 한다. 개밥을 자주 하다 보니 일류 요리사로 변신한 것이다.

필자가 한 개밥을 맛 있게 먹는 개들이 더욱 대견스럽기만 하다. 필자가 수발을 든 견공 가운데는 희한 하도록 기특한 녀석도 있었다.

똘똘이는 온 몸이 검정인 수캐인데, 약을 억지로 안 먹여도 그냥 던져만 주면 스스로 잘 먹어, 말 잘 듣는 착한 아이같이 귀여웠다.

똘똘이는 우리 집에서 9년 4개월 13일을 살고, 나무뿌리 밑에 숨었다. 필자는 9년 4개월 13일을 살다 간 ‘똘똘이’에게 구사일생(九死一生)이란 별명을 붙였다.

지금까지도 필자는 개 돌보미 역할에 지극정성을 다 하는 중이다. 내가 기르는 개가 밥을 잘 먹지 않으면 나도 따라서 밥맛이 없을 정도다.

여가시간 처리 때문에 부담이 되는 분들은, 꼭 개가 아니더라도 딴 짐승이나 나무와 꽃을 가꾸는 일도 보람을 줄 것이라 생각한다.

2004년 8월31일 오후 다섯 시, 문경중학교 교장실을 떠난 1년 동안은 퍽 심심했지만, 그 뒤로는 자유 시간에 적응이 되어 차츰 안정을 찾게 되었다.

정년퇴임이후, 2005년에 시상(詩想)이 무리 없이 잘 떠올라 1년간 200편의 신작시(新作詩)를 연재했다. 다른 시인이 평생을 지어도 다 못 지을 분량을 필자는 무리 없이 1년도 안되어 지었다.

비록 다작(多作)이지만, 일정한 수준을 다 유지한 성공작(成功作)이라서 남들의 부러움과 시기심을 유발하는데 조금도 모자람이 없었다.

필자의 시를 전적(全的)으로 밀어주고 실어준 경북도민일보 관계자님께 새삼 고마움을 느낀다.

2008년 6월23일부터 2010년 12월 2일까지 2년 6개월 동안 필자의 칼럼 105편을 일일이 타이핑 해가며 실어준 경북매일 관계자들께도 그 노고를 새삼 고맙게 느끼고 있다.

이제 대구신문에 단골 칼럼꾼이 되어, 지금까지 120여편의 칼럼을 선보였다. 타이핑과 교정을 맡은 대구신문 관계자분의 숨은 노고가 너무 고맙다.

앞으로 살아 있는 더 좋은 칼럼을 통해 대구신문 애독자들에게 기쁨을 주고, 필자의 인생 2모작도 충실히 가꿔야 겠다고 다짐한다.

독자들도 신문에 난 칼럼을 그냥 스쳐가지 말고, 꼭 한번 읽어서 자기 것으로 삼아 주시면 더욱 고맙겠다.

기왕 태어난 인생이니, 필자도 애독자들도 한결 같이 보람찬 삶이되기를 빌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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