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찾아야 해요
마음으로 찾아야 해요
  • 승인 2014.06.16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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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규 전 중리초등
학교장
손자를 사랑하는 것은 영원한 ‘짝사랑’이라 말한다. ‘그럴까?’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손자를 보기 전에는 실감하지 못했다.

갓난아이의 우는 소리, 다듬이소리, 글 읽는 소리 이 세 가지는 기쁜 소리이기 때문에 삼희성(三喜聲)이라고만 알았다.

그런데 손자가 태어나면서부터는 많은 변화가 생겼다. 손자를 귀여워하고 사랑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전에는 조선 선비 이문건의 양아록을 읽어도 ‘이 양반은 참으로 독특한 사람이구나!, 물론 환경이 그러려니.’했다.

28개월 된 손자가 또 집에 왔다. 막상 떠나보내기 아쉬웠던 손자인지라 시간 있으면 금호강변, 낙동강변의 화원동산으로 나다녔다. 그리고 성주의 대가천 맑은 물에선 발가벗겨 놓고 물놀이까지 함께 했던 적이 있었다.

한 달 만에 만나는 손자는 할머니가 맛있는 것만 주어도 “할머니 최고!” 한다. 내가 안고 강변에 나가면 “금호강은 더러워, 낙동강은 깨끗해!” 한다. 제법 말이 익숙해지고 마음이 성장하면서 곧잘 어리광도 부린다. 엘리베이터를 타면 숫자를 거꾸로 읽고, 자동차가 지나가면 번호판을 읽는가하면, 아파트의 동과 호수까지도 읽는다. 하는 행동거지가 시쳇말로 ‘같잖지도 않다’

부뤼노 비텔하임은 어린이들은 동화를 좋아한다고 하였다. 그 좋아하는 이유는 동화를 들으며 주인공은 모두가 자기 자신으로 동일시하기 때문이란다. 예쁜 공주나 여주인공은 어머니로, 흉측하게 생긴 적이나 나쁜 사람은 모두 아버지로 대치시키면서 이해한다고 했다. 즉 동화를 통한 대리만족으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해소시킨다는 말이다.

어린왕자는 말한다.

‘지구의 사람들은 5천 송이의 장미를 정원에 키우면서도 그들이 찾는 게 무엇인지 몰라요.’ ‘그들은 그걸 왜 못 찾지.’ ‘눈으로는 보이지 않아요. 마음으로 찾아야 해요.’한다.

어른들은 말한다.

‘한 번 길들여지게 되면 울 일도 생기는 법이다’ ‘너무 재치를 부리려다보면 거짓말도 조금 하게 되는 법이다’ 라고 말이다.

‘제발 나를 길들여줘’여우가 말했다.

‘사람들은 길들인 것만을 아는 법이야. 사람들은 이해할 시간도 없어. 이미 가게에서 만들어 놓은 것만을 산단 말이야. 그러나 친구를 파는 상점은 없으니 사람들은 친구가 없지. 내가 친구를 원하면 나를 길들여 봐’

‘어떻게 해야 되지?’ 어린 왕자가 말했다

‘인내심이 있어야 해. 우선 너는 풀밭에 나하고 약갼 떨어져 이렇게 앉아야 해. 나는 너를 곁눈질로 쳐다볼 거야 너는 아무 말도 하면 안 돼. 말은 오해의 원천이야. 그러나 매일 너는 조금씩 가깝게 앉을 거야’

나이 들면서 새벽녘에 자주 깨어 뒤척이는 일이 많아졌다.

어제는 집의 동쪽에 있는 궁산에 갔다가, 오늘은 서쪽에 있는 모암봉에 올랐다.

가끔은 자전거를 타고 물길이 있는 강정고령보를 거쳐 동남쪽의 사문진교까지 갔다가, 더러는 북서쪽의 성주대교까지 가기도 한다.

항상 혼자인데 두뇌 속에선 생각이 같이한다.

쓸데없는 망상이 일다가 일진광풍의 회오리로 전환되는 사고의 변환이 일면 괜히 심통을 부려서 더 멀리 갔다가 몸뚱이를 고달프게 한다.

산이나 길에서 사람을 만나면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한다. 그런데 그 인사에 대한 응답이 각양각색이다. 그냥 “예”라고 인사를 받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갑습니다” 하는 대답과 “안녕하세요” 하는 응답은 보편적이다. 묵묵부답으로 지나치는 사람도 있다. 일찍 산을 찾았으면 김수환 추기경의 이야기처럼 신선(人+山=仙)이 될 일이지, 감정이 잔뜩 상한 표정으로 꼬나보는 것은 마주치는 사람으로서는 정말로 마음이 불편해지고 심란해진다.

‘공자가 동산(몽산)에 올라 가셔서는 노나라를 작다고 여기셨다. 태산에 올라가셔서는 천하가 작다고 여기셨다. 그러므로 바다를 보아버린 사람에게는 다른 물은 물로서 인정받기 어렵고, 성인의 문에서 즐긴 사람에게는 다른 여러 말들은 올바로 개인의 말이나 글로 자기의 생각을 발표하여 인정받기 어렵다. 물의 크고 작음을 보는데도 방법이 있다. 반드시 그 움직이는 물결을 보아야 한다. 해와 달이 밝은 빛을 지니고 있음은, 작은 틈바구니까지도 반드시 비친다는 것으로 알 수 있다. 흐르는 물은 그 성질이 낮은 웅덩이를 먼저 채워 놓지 않고서는 앞으로 나가지 않는다. 군자도 이와 같이 도에 뜻을 둘 때 아래서부터 수양을 쌓지 않고서는 높은 성인의 경지에 도달할 수 없다’

맹자의 이 말, 눈으로는 보이지 않으리라. 마음으로 찾아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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