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판<買辦> 총리, 친일<親日> 총리는 안 된다
매판<買辦> 총리, 친일<親日> 총리는 안 된다
  • 승인 2014.06.18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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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수염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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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창 명예주필
여민컴 대표
창피하다. 대한민국 국민인 게 부끄럽다. 세월호 참사 얘기가 아니다. 국무총리 후보자, 문창극 씨를 두고 하는 말이다. 여야 정치권은 물론 역사학계, 시민사회단체, 언론종교계 등등 국민 대다수가 그를 총리 부적격자라고 평가한다.

온 나라가 야단법석인데도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총리 인사청문회 강행의지를 천명하고 있다. 새누리당 내에서도 그의 총리 지명에 반발하는 사람이 적잖다. 따라서 그가 인사 청문회와 국회 동의란 고비를 넘어 총리로 임명될 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문 씨는 일제 식민지배와 남북 분단을 ‘하나님의 뜻’이라거나 “게으르고 자립심이 부족하고 남한테 신세지는 것이 우리 민족 DNA”라고 출석교회에서 발언했다. 또 “일본으로부터 위안부 문제를 사과받을 필요가 없다”는 서울대 강연도 논란을 불렀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아서 문 씨가 교회에서 행한 강연 동영상부터 살폈다. 친일파 윤치호가 60년 동안 영어로 쓴 ‘윤치호 일기’와 구한말 시대상을 기록한 이사벨라 버드 비숍 여사의 ‘한국과 그 이웃나라들’, 성경 몇 구절 인용 등이 강연 내용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과문한 보리수염도 소장하고 있는 책들이었다.

강연은 여러모로 문제가 많았다. 교회에서 행한 기독교인 대상의 강연이었다고 하지만, 강연의 뼈대였던 책 내용을 오독(誤讀)한 것은 물론 왜곡된 역사인식은 심각했다. 언론에서 문제 삼았던 내용을 제외하더라도 문 씨는 명성황후를 강연 내내 민비(閔妃)로 부르며 격하했다. ‘이씨 조선 500년간 허송세월한 민족’이란 발언에서도 ‘조선 왕조’를 ‘이조(李朝)’로 폄하한 일본우익의 역사관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개개인의 역사관에 대해 왈가왈부할 순 없지만, 사대(事大)와 친일사관이 뼛속까지 침투한 인물이 총리가 되겠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문 씨가 교회 강연에서 인용한 ‘윤치호 일기’와 ‘한국과 그 이웃나라들’은 귀중한 사료다. 하지만 ‘윤치호 일기’와 ‘한국과 그 이웃나라들’, 두 책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이들에게 오독과 오해를 선물한다. 특히 ‘식민지 근대화론’에 동조하는 한국인이나, 일본 극우파들에게는 훌륭한 소재다. 비숍 여사의 책은 일제 식민사관에 정당화를 부여하는 서적으로서, 일본 우익들이 널리 자주 인용하는 책이기 때문이다. 문 씨도 뒤늦게 강연내용이 논란과 자격 시비를 부르자, 유감 표명에서 사과로 선회하면서 책 내용을 단지 인용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문 씨는 윤치호와 비숍의 책 내용 인용조차 자의적으로 왜곡하거나 과장한 게 많았다.

이에 일본 언론은 일제의 식민지배를 하나님의 뜻이라고 하는 등 문 씨의 친일적 발언과 행적을 대서특필하고 있다. 특히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으로부터 사과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지난4월 서울대 강연 내용을 강조해 보도했다.

이러한 문 씨의 발언과 관련, 일본의 인터넷 사이트와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일본 우익들의 찬양 글이 쏟아지고 있다. 일본 우익들은 “한국엔 어리석은 사람만 있다고 생각했는데 차기 총리 후보 문창극씨처럼 시대와 나라를 보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놀랍다”, “문창극씨는 사실을 인정한 훌륭한 사람”이라며 치켜 올렸다. 일본 우익들의 찬양 글을 보노라면 대한민국 총리가 아니라 일본 총리로 나설 사람이 잘못 지명된 게 아닌가 생각될 정도다.

이 뿐만 아니다. 그는 중견언론인 모임인 관훈클럽 신영연구기금 이사장으로 있을 때 이사회에서 선정하는 고려대 석좌교수직을 ‘셀프 추천’해 1년간 교수를 맡았다. 또 서울대 초빙교수 급여를 자신이 부회장을 맡은 서울대 총동창회의 예산에서 받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해군장교 복무 시절에 학위를 취득해 특혜의혹도 받고 있다. 무보직이어서 대학원에 다닐 수 있었다는 해명도 거짓으로 드러났다. 한마디로 반칙과 특권, 특혜 속에서 누릴 것은 모두 누리고 책임과 의무는 방기한 삶이다.

문 씨는 기자 출신 최초의 총리 후보다. ‘초록은 동색’이라고 보리수염은 의외의 인물이 총리로 지명됐지만, 기자 출신이니 정무적 감각은 뛰어날 것으로 보았다. 하지만 논란을 해명하고 사과하는 일련의 처신을 보면서 문 씨가 과연 기자 출신인지도 의심하게 됐다. 정무적 감각이 젬병인데다 친일 식민사관에 물들어 있고, 도덕 불감증도 심각한 사람이 대통령을 보좌하며 내각을 제대로 이끌고 국민의 존경을 받을 수 있을까.

사적인 이익을 위해 외국 자본의 앞잡이가 되어 제 나라의 이익을 해치는 것을 매판(買辦)이라고 한다. 문 씨가 총리가 된다면 그는 매판 총리, 친일 총리가 될 게다. 따라서 ‘문창극 총리’란 타이틀의 창극(唱劇)은 더 이상 연장 공연되지 않아야 한다. 아울러 문 씨 같은 사람이 다시는 우리 입에 오르내리지 않도록 할 책무가 우리의 과제로 남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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